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석에게 있어 어머니란 존재는 마음속 깊은 곳에 굳어진 흉터와 같았다. 그를 낳자마자 버렸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30년이 지난 지금, 이름조차 낯선 여동생을 통해 묻어 둔 그의 상처를 헤집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을 들고 나타난 여동생, 채이. 고요하고 서늘한 눈빛을 가진 그녀에게선 그를 흔들리게 하는 묘한 이성의 향기가 느껴졌다. 지석은 자신의 이 감정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동생에게 해선 안 될 행동을 일부러 더 하고 싶은 잔인함인지, 아니면 마지막 남은 가족을 잃어버린 그녀를 향한 동정인지 혼란스럽기만 한데….

▶잠깐 맛보기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오빠가 필요했어요.”

화가 난 지석의 표정과는 달리, 순수하리만치 하얀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지는 순간, 그의 짙은 눈썹이 움찔했다.

“돌아가신 엄마의 반지를 전해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지만, 실은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결국 이기적인 저는 벌을 받았고요.”

“그 벌이, 내가 네게 했던 행동이라는 거냐.”

“아니요. 다가오셨을 때 밀어내지 못한 게 벌이었어요. 전 그렇게 오빠라는 존재를 제 손으로 없애 버렸어요. 어쩌면 저는……, 오빠보다 남자가 필요했던 걸까요.”

힘을 잃은 자조적인 미소를 얼른 지워 버린 채이는 현관문을 밀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유채이!”

지석은 자신도 모르게 뛰어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돌려세웠다.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져 줄 생각 따위는 없다. 그 우스운 인연을 다정하게 감싸 줄 마음의 여유 따위도 없다.

“필요한 게 남자라면, 여기에 남아.”

▶목차

prologue

1. 심장을 잃어버린 남자

2. 사랑한다 말하는 여자

3. 네가 말하는 것, 흉터로 남을지라도

4. 딜레마의 시작

5. 악마놀이

6. 이별후애(離別後愛)

7. 무심한 시선의 벌을 받으며

8. 얼음 안개

9. 불가능할 것 같았던 당신의 옆자리가

10. 한시연, 독특함이 매력인 여자

11.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두 사람뿐

12. 그를 지켜 주세요

epilogue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흉터〉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font-#�l:Дs@명조;mso-hansi-font-family:한양신명조;">제10장. 월중정인(月中情人)

제11장. 청월심야(靑月深夜)

제12장. 여거차처(汝去此處)

제13장. 유풍소삭(流風蕭索)

제14장. 독아고적(獨我孤寂)

제15장. 통증심도(痛症深度)

제16장. 심중식일(深重式日)

제17장. 여월가절(如月佳絶)

제18장. 무극지애(無極之愛)

종(終)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되어 2010년 eBook으로 판매되었던 〈황제의 연인〉을 eBook으로 재출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