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 드디어 그 남자 한강을 평정하기 시작하다!

자신도 모르게 한강을 의지하고 있었다. 자신을 보호해 주리라 믿었던 남자, 그리고 어쩌면 사랑을 줄지도 모르리라 여겼던 남자…. 하지만 자신과 애틋한 입맞춤을 나눴던 그 입으로 다른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남자를 보며 은수는 그를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은수는 그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한 회장의 결정으로 한강의 결혼상대가 자신으로 변경되었음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절절 끓는 눈을 한 한강은 그녀가 자신을 떠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알 수 없는 한강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은수는 그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잠깐 맛보기

어둠 속에서 유난히 검은 눈동자만 반짝인다. 예의 그 무서운 눈동자였다.

“사랑하니까 참아. 약자니까 참아. 보낼 수 없으니까 참고, 없으면 안 되니까 참고, 내가 나를 어쩔 수 없지만 참아, 참아, 참자고.”

달빛을 보며 우짖는 늑대처럼 혼자 으르렁거리며 이 사이로 중얼거렸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기어이 미친나 보네…….”

“뭐!”

획 고개를 숙이더니 무섭게 눈을 반짝였다.

“그래, 나 미치겠다. 아니 미쳤다. 너 때문에 머리가 확 돌아버리겠다. 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애냐.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사사건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거냐?”

“내가 언제 그짝을 들었다 놨다 핸니껴? 그짝을 보고 나를 함 보소. 이 몸뚱어리로 가당키나 하겐니껴?”

“으……!”

거칠게 표호하며 하늘을 한번 본 한강이 진저리를 치더니 은수를 확 밀쳤다. 벽돌이 등에 박혀 신음을 내지르는데, 한강의 입술이 덮쳤다. 찰나의 순간 그의 혀가 은수의 입술을 가르더니 밀고 들어왔다.

“으읍!”

은수의 숨이 거칠어졌다. 모았던 숨을 토해 내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지금 이 순간 끊임없는 유혹에 굴복하고 말면 끝일 것 같았다.

‘내도 이젠 모리게따.’

▶목차

1~14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은수, 한강평정기〉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