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잊은 채 그녀만을 붙잡고 싶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받은 휘명. 그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가 행복하게 산다는 소식에 밤낮으로 그 사실을 떠올리며 복수를 결심한다. 응어리진 가슴을 안고 어머니의 가정을 깨뜨리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휘명은 오랜 생각 끝에 그 딸을 노리기로 작정하지만, 딸의 친구인 유란에게 자꾸 마음이 쓰여 계획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어두움과 대비되는 유란의 밝은 모습에 차츰 빠져드는 휘명. 그는 결국 그녀의 곁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어머니를 향한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내가…… 쉬워 보여요?”

유란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몇 번이나 목 안에서 되뇐 끝에 말을 이었다.

“아니라면 라정일 두고서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 게임이란 건 대체 뭐고.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면서.”

휘명은 자조하듯 낮게 웃었다. 유란은 라정을 쫓던 하이에나 같은 자신 눈에 우연히 비친 것뿐이었다. 라정과 가장 가까운 그녀였으니 그의 동공 안에 함께 비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라정의 옆에 있는 그녀에게로 시선이 갔다. 그 느낌은 기묘한 것이었고 휘명에게 커다란 혼란을 주었다.

“그렇게 날 비웃고 싶으면 빙 둘러 가지 말고 일직선으로 와요. 사람 우습게 만들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봐요. 키스하면 돼요? 만지게 해 주면 돼요? 침대까지 가야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이런 짓 하지 않을래요?”

그녀의 지독하게 날카로운 말들이 가슴을 찌르고 있었지만 휘명은 묵묵히 유란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모르겠다. 키스만으로, 만지는 것만으로 끝날 수 있을 감각인지. 다만 지금 이 순간, 이 장소에서 그녀를 가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몸의 감각이 살아서 날뛰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휘명의 눈빛이 짙어졌다.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어두운 블랙홀 같은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쉬워 보인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서 하는 말인가?”

▶목차

프롤로그

純情 1편

純情 2편

純情 3편

純情 4편

純情 5편

純情 6편

純情 7편

純情 8편

純情 9편

純情 10편

純情 11편

純情 12편

에필로그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순정(純情)〉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