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흔적을 모두 지워 버리고 자신조차 지우고 싶었던 여자. 윤채원
아픔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사랑은 없다며 이성은 즐기는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었던 남자 서진한.
어느 날 사고로 기억상실을 가장 한 채 자신 앞에 선 여자 윤채원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아파하던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진한은 알 수 없는 연민을 갖게 된다.
채원이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홀로서기를 도와주던 진한은 ‘사랑은 없다’는 신념이 흔들리게 된다. 또한 상처를 안고 있던 채원은 더 이상의 아픔을 원치 않다며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부인한다. 사랑의 아픈 흔적으로 새로운 사랑을 하는데 한 없이 힘들고 어렵기만 이들의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이러지마. 이러지마. 재훈 씨. 그나마 있던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이 더 없이 무너지잖아. 이러지마. 내가 당신을 사랑한 것을 더 후회하게 하지 마.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 사이로 진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도와줘. 제발.
그러다 진한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정신차려 윤채원, 이재훈과 뭐하는 거야. 언제까지 매달릴 거야.
라며 호통치는, 차가운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악.”
그때였다. 순간 무슨 생각이었는지 채원이 재훈의 억지로 밀고 들어 온 혀를 깨 물은 것은. 채원이 입가를 닦으니 엷은 피 맛이 느껴졌다.
“이제 그만해요. 재훈 씨 이러는 거 싫으니까. 앞으로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키스는 그렇게 강압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하는 거지. 재훈 씨는 여전히 자신만 생각 해. 잘 가요.”
재훈이 혀를 깨물린 채 멍하니 있자 채원은 몸을 돌려 테라스에서 홀로 들어왔다.
“잘했어. 윤채원, 이제 집에 가자.”
홀에서 진한이 지켜보고 있었음을 안 채원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손을 들어 채원의 부푼 입술을 매만진 진한은 굳은 표정으로 그러나 부드러운 손길로 채원을 감싸 안았다. 차에 오른 채 말없이 집으로 향했다.
“왜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아요?”
“물어보면 대답해 줄 건가?”
“아니요.”
“그럴 것 같아서.”
어느새 진한의 편안해 진 표정에 덩달아 채원도 많이 안정이 되는 듯 했다. 그리곤 진한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것도 모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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