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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매화우(梅花雨)

이서윤 지음도서출판 가하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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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295-01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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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소개
황제의 슬픔을 담은 달그림자 부서지고 매화우 흩날릴 때 잃어버린 사랑이 되살아나는데……
잊어야 했다.
발그레 얼굴을 붉히던 수줍은 소녀도,
꽃비 나리는 가운데 함께 오르던 월영루도,
갓 몽우리진 매화가 소리를 내며 터지던 환희의 밤도.
매화꽃이 지기 전에 성혼하자던 그 언약의 말도…….
어미를 잃고 나라를 잃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그 순간.
검게 변한 마음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달그림자 부서지고 매화우 흩날리면
메마른 마음 사이 묻어놓은 그리움이 떠오르는데…….
2. 작가 소개
이서윤
maroooo00@paran.com
착실한 직장인에서 일탈을 꿈꾸고파 글을 시작한 소심쟁이.
꿈은 이뤄진다(夢想成眞)라는 믿음을 가진 낭만주의자.
해피엔딩이 좋아 로맨스를 쓰는 해피엔딩 마니아.
작가연합 ‘깨으른 여자들’에서 활동.
▣ 출간작
『안개 속에 숨다』
『왈가닥 결혼하다』
『태양의 제국』
『프레지던트』
『매화우』
『비연』
『독감』
『해후』
『그 여자, 그 남자를 만나다』
『화흔』
『효월』外
3. 차례
서언(序言)
一章. 월영(月影)
二章. 초련(初戀)
三章. 초야(初夜)
四章. 음양천(陰陽天), 하늘의 소식
五章. 애루(哀淚)
六章. 단장(斷腸)
七章. 메마른 가슴에 그대를 묻고
八章. 월영루(月影樓)
九章. 매화우 흩날리는 밤
十章. 생(生), 끝에서의 시작
十一章. 애련(愛戀)
결(結)
짧은 덧붙임
4. 미리 보기
영원(永元) 2년, 북조 제나라의 수도 평성, 평성궁(平城宮).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는 매화나무 울울한 가지마다 탐스런 꽃잎이 함빡 피었다. 밤바람에 훌훌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고풍스럽게 늘어선 황궁의 금색 지붕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아홉 겹이나 되는 궁궐의 담장을 넘어야 들어올 수 있는 평성궁의 내정(內廷). 수백의 비빈이 거주하는 그곳에서 오늘 밤 황제의 상대로 지목된 이는 올해 열여섯이 되는 소의(昭儀. 정2품 후궁인 구빈(九嬪) 중의 하나) 조씨이다. 오늘 또한 그녀가 낙점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비빈들의 한숨이 일시에 후궁을 덮었다. 일석(日夕)이 지날 때마다 의무로서, 아니 ‘오늘은 혹시’ 하는 일말의 기대로 치장을 시작했던 후궁의 비빈 중 황제는 요즘 들어 부쩍 소의 조씨를 찾았다. 여간하여 여인을 바꾸지 않는 황제인데다 근래 들어 황제가 지목하여 부르는 이는 강남의 귀족이 제에 귀화하여 바친 조씨와 또다른 후궁 우씨뿐이라 여인들의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서 준비하십시오. 이미 침전에 드셔 계십니다.”
경사방 태감의 재촉이 아니더라도, 조씨는 오늘 황제의 기분이 어떠한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후궁에서 오늘 낮 제 스스로 목을 매단 우씨의 일을 분명 황제도 전해 들었을 터였다.
후. 언제나 황제께선 그 얼음을 푸실까.
조씨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하지만 기대뿐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이, 언제나 북국의 한궁(寒宮)처럼 싸늘하고 온기 없는 이, 황제.
황제의 명쾌하지 못한 기분은 그가 자신의 손으로 그를 낳았던 아버지 명원제의 심장에 검을 찌르고, 이복형인 태자 은을 폐서인하며 스스로 황위에 오르던 그날 이후로 시작되었을 터였다. 그것은 평성궁의 모든 이들이 입 열지 않지만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오늘은 특별히 더욱 조심해야 되는 날이다.
용정(龍精)이라 알려진 씨앗을 품어 손을 잉태한 이가 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 오늘같이 피를 본 날, 황제의 가슴이 더운 피로 더욱 뜨겁게 들끓는다는 것을 모를 조씨가 아니었다. 천운일까, 불행일까. 황제의 침전까지 가까이 간 몇 안 되는 비빈 중에 그녀가 끼었기에 알게 된 사실. 물론 알고 있는 사실만은 죽어도 제 입 열어 발설치 못할 테지만. 그녀 스스로도 목숨을 재촉할 생각은 바이 없었다.
바보 같은 것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한세상 즐기다 가면 그뿐 아냐. 왜 집착을 하냐고!
울금향 꽃잎이 가득 뜬 향물로 목욕을 하고, 상아로 깎은 듯 희고 뽀얀 전라의 몸을 모피로 감쌌다. 황제의 침전으로 들어서면서도 조씨는 한 생각뿐이었다.
소의의 품계가 높지는 않다지만, 그렇다고 아등바등하여 후궁의 으뜸이라는 귀비까지 오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용정을 품을 생각은 더더욱 지니지 아니하였다. 삿된 꿈은 애당초 품지 아니하였으니, 안분지족하여 그저 현재를 즐기며 살고 싶을 뿐이었다. 그 바람대로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처소에서부터 상시랑(常侍郞. 시종관)에게 둘러메어졌던 조씨가 황제께서 머무시는 침실의 측방에 내려졌다. 이미 알몸에 두르고 왔던 두터운 모피를 벗고,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던 지밀궁인들의 정면에 섰다.
사라락. 얇은 사(紗)가 서로 스치며 날선 소리를 냈다. 그들의 시중을 받으며 침의(寢衣)로 갈아입으면 준비는 끝나게 된다. 숨소리도 움직임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재빠르고 가벼운 손놀림. 궁인들의 시중을 받던 조씨는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잠자리의 날개와 같이 투명하여 그 안의 살색과 가뭇한 거웃까지 보이는 이 옷을 입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환히 아는 탓이었다. 아무리 수치심을 지웠다 하나 명색이 황제의 후궁. 감정이 동요되지 않을 리 없었다.
아니다. 살아남자. 그것만 생각하자.
조씨는 지끈 이를 물었다. 닫았던 눈을 지그시 뜨니 지밀상궁의 매서운 눈초리가 그녀의 온몸을 낱낱이 훑었다. 손톱과 발톱조차 뭉툭하게 깎았으니 묻어 들어온 예기(銳器)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조씨의 입가에 희미하고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오늘 죽은 미인(美人. 정4품의 후궁 품계) 우씨는 그녀와 같은 남방 출신이었다. 열여섯 동갑내기. 자신보다 먼저 황제의 눈에 든 그녀가 매일 침전으로 불려가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것이 어제와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우씨를 제치고 자신이 낙점되었을 때 조씨는 그저 자신의 미모가 그녀보다 나아서일 거라고, 그래서 황제께서 눈여겨보셨을 거라고, 그리 생각했었다. 문득 며칠 전 우씨와의 마지막 대화가 떠오른 조씨의 미간이 살며시 일그러졌다.
「아이를 가졌습니다.」
하루 종일 물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길이었다. 같은 남방 출신으로 그나마 이 황량하고 살벌한 후궁에서 마음 곁을 주던 이였다. 그녀의 뒤를 이어 계속 황제의 침전으로 불려가며 겪었던 일에 대해 입 열어 말할 수는 없으나, 그나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우씨의 고백은 청천벽력과 다름없었다.
「그, 그게……!」
분명 황제의 용정은 아닐 터. 조씨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아니 돼! 내, 약초를 줄 터이니, 어서 지우시게. 어서……!」
「이미 경사방에서 주시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싫습니다.」
다급한 조씨와 달리 이미 결심이 선 우씨는 모든 것을 초월한 눈빛이었다. 이리 사느니, 그저 죽는 것이 낫다고. 아이와 함께 이대로 죽어버리겠다고.
「말이 좋아 황제의 비빈이지요. 무치(無恥)인 황제께서 언제 저희에게 그 짓을 부끄러워하신 적이라도 있으십니까?」
독을 품은 여인의 눈빛이다. 섬뜩함이 목 뒤로 스친 조씨는 말문을 닫았다. 더 이상 말려도 그녀는 듣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퍼뜩 들었다.
「그 마음 돌리고 훗날을 도모할 시간을 벌어야지.」
「더 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돌리신다 해도 저는 폐하의 여인이 아닙니다.」
순간, 조씨조차 얼굴빛이 흙빛으로 변했다. 폐하의 여인이…… 아니다. 그녀 또한 알고 있는 지독한 현실. 귀를 막고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지만 결코 부인하지 못한다. 우씨의 눈빛이 섬뜩해 조씨는 숨을 들이켰다. 이미 생을 초월한 이의 눈에 서린 것은 등골 서늘한 한기였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폐하의 후사를 잉태하였다는 소문을 내주십시오. 저 또한 그리 죽겠습니다.」
「안 될 소리!」
가슴이 철렁거렸다. 조씨는 당황하여 말을 잊었다.
「이러지 마시게! 이러지 말라고!」
「참을 수 없습니다. 이미 얼음이 된 여인, 그 앞에서의 치욕을 더는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뚝뚝 눈물을 흘리는 우씨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녀 또한 당장에라도 혀를 물고 죽고 싶은 때가 종종 생겼으니. 그러나 모르지도 않는다. 지금은 순전히 웅크려야 할 때. 황제의 눈에는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씨는 결국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미인 우씨가 황손을 회잉하였다는 소문이 거센 폭풍처럼 황궁을 휘감은 어제가 지나고 오늘 새벽, 그녀의 전각에서 발견된 것은 싸늘히 죽어 있는 우씨의 몸이었다.
바보 같은…….
더 이상 탓은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황제께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황제의 씨가 아닌 씨. 정녕 그것을 바라지 않는 황제가 강요할 죽음보다는 더욱 나을 터이니.
아아, 정녕 미련한 것! 죽으면 끝인 것을 왜 모를까. 아이를 지울 터이니, 입 다물고 있을 터이니, 목숨만 살려달라 하지. 왜 그리 허망하게…….
아무리 처참한 죽음이라 해도 냉혹한 황제는 눈길 하나 주지 않을 것이다. 수줍은 첫 눈길에 다 주어버린 연정, 황제를 가슴에 품은 우씨의 애모는 끝내 보답받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한 여인. 그 여인 외에 진실로 용정을 품을 이 또한 존재치 않을 것이므로.
북조 제나라의 세 번째 황제, 연휘윤.
그 아비가 내린 죽음의 길에서 돌아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스스로 천자(天子), 하늘의 아들이라 이른 사내. 성난 검은 용으로 비유되었으며, 무극대륙 통일의 기치를 세워 남조의 연나라마저 흡수하려는 용자(勇者) 중의 용자. 오랜 혼란의 시기, 도탄에 빠졌던 백성들에게 군역과 조세의 부담을 줄여 새 희망의 세상을 살게 하려는 군주.
하지만 오직 하나, 내명부의 일이 그를 전대미문의 난처한 폭군으로 만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것은 한 가지. 수많은 비빈을 거느린 황제이건만 그는 절대 여인을 침상 곁에 두지 않았다. 자신의 씨에 대해서는 그 아버지보다도 더욱 난폭하고 잔혹했다. 후일 혹자는 스스로 아버지를 죽이고 제왕이 되었다는 치명적 결점을 지닌 그의 자기방어 본능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무엇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의 제의 황제, 절대 여인을 믿지 않는 하늘의 아들, 천자 윤이다.
조씨는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을 상기하며 씁쓸히 웃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어 입술이 근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