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우연 속에서 찾은 단 하나의 인연

엄마와의 갈등 탓에 오래 전부터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던 채윤은 중국 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장학금 외에 틈틈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절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의 부탁으로 한 남자의 가이드 노릇을 하게 된 채윤. 약속 장소로 가던 그녀는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만나고, 당혹스러워하는 채윤을 대신하여 가방을 찾아 준 한 남자. 그는 채윤을 보고 환하게 미소지으며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해 달라 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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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과 현실의 연장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형주가 채윤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받아 무언가를 입력하며 시작되었다.

“나는 우연과 인연보다는 그때 내 감정에 충실한 편이야.”

형주의 목소리가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표정 또한 굳었다.

“어느 때고 내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번호. 하지만, 당신이 내게 다시 연락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왜 박형주 씨께 연락하는 것에 용기까지 필요한가요?”

채윤의 투명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당신이 연락을 하면, 그때는 다시는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얽힐 테니까.”

형주의 눈빛이 진지해졌지만, 그녀는 이내 가벼운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만남은 짧게, 여운과 추억은 길게. 나중이라도 가이드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제 번호는 알고 계신 그것 하나뿐이니,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채윤은 거짓을 말했다. 조만간 번호를 바꾸려 했다. 이내 그녀는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며, 그가 입력한 번호를 지웠다. 아무런 미련도 갖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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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10장

* 이 전자책은 2007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Ingrey(인그레이)〉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