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좀 미워해 봐.”
진서가 말간 눈으로 지완을 돌아보았다.
“고진서 꿈속에 나도 등장하고 싶으니까.”
“지완 오빠 원래 이래요?”
“뭐가?”
“원래 이렇게 능청스러워요?”
“능청이 아니라 다정이겠지.”
“다정.”
“그래.”
“아무리 봐도 다정한 사람은 아닌데.”
“너한테만.”
“나한테만.”
“그래.”
“다정이라는 말, 참 애틋해요.”
“너한테만이니까.”
“나도, 그럴게요.”
지완이 걸음을 멈추자, 지완을 빤히 올려다보며 진서가 말했다.
“나도, 오빠한테만 다정할게요.”
“황송한데?”
진서가 고개를 저었다.
“약속했어? 그래야죠.”
지완은 활짝 웃었다. 진서도 지완처럼 웃었다. 진서가 시키는 대로 지완은 독점적 다정에 대한 다짐을 받았다.
“약속했어?”
“약속했어요.”
“말로만?”
언젠가처럼 새끼손가락이 건너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서의 손이 지완의 뺨으로 올라왔다. 어루만지는 것도 아닌, 쓸어주는 것도 아닌, 고요한 머무름의 시간. 맞닿은 손과 뺨의 체온이 위로처럼 서로에게로 부드럽게 섞였다.
“약속, 하는 거야?”
“네.”
“아주 특이한 약속이군.”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을 만져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또 없으니까.”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을 만지도록 허락한 사람도……세상에 없어.”
진서의 입술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진서의 손이 더는 시리지 않도록, 지완은 뺨에 머무는 진서의 손에다 제 손을 올려 겹쳤다.

<2009년 출간된 전자책의 종이책 출간본 입니다.>

봄을 좋아한다.
쓰는 즐거움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양한 빛깔의 삶과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싶다.

* 종이책 & 전자책 출간작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 / 겨울사랑(2권). 여름사랑. 봄사랑. 가을사랑
연지. 올 오아 낫씽(2권).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타임. 포옹. 당신의 숲. 가장 투명한 빨강.
파문이 나를 새길 때. 곰곰, 하는 중입니까?

* 전자책 출간작
동그라미. 눈사람에게. 약속. 이안류.

* 장편동화 <엄지>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