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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 2

이새인 지음신영미디어20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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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핀 꽃은 늘 물을 그리워할 것이다
차라리 이대로 심장이 갈가리 찢겨져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좋으련만, 가혹한 운명은 상화와 호연을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고 만다.
처음으로 꽃이라 불러 준 그.
처음으로 삶의 의미가 되어 준 그녀.
그들이 짊어진 천륜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잠깐 맛보기
“용서하십시오. 더는 속이고 싶지 않아 떠난 것입니다.”
“무엇을 속였소?”
어둠 속에서 메마른 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칠해진 목소리가 안타까워 상화는 울컥 솟아오르려는 눈물을 간신히 삼켜 넘기고 대답했다.
“실은 제게 혼인을 약속한 정인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빠져들어 한때 그를 버릴까도 하였습니다. 허나 결국 그를 버릴 수 없어 떠난 것입니다.”
“또 나를 속인 것은 없소?”
“없습니다.”
그가 거칠게 상화의 몸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정녕 나를 또 속인 것은 없소?”
어둠이 차츰 눈에 익어 호연의 얼굴이 보였다. 성곡문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야위고, 거뭇한 수염이 얼굴을 뒤덮은 그는 두 눈을 야수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내 눈을 피하지 말고 말하시오! 모든 것이 진실이라면 내 눈을 보고 당당히 말하란 말이오! 정녕 나를 또 속인 것은 없소?”
그의 눈을 바라보며 상화는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어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아끼는 사제들을 죽였음을, 아비처럼 따르던 당신의 사부를 죽이려 했음을 어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속일 수 있는 데까지 속일 것입니다. 당신에게 모진 여인이 될지언정 원수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칼을 맞대고 싸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겠소.”
어둠 속에서 호연의 체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이로써 모든 것이 끝이라는 선언 같았다. 그런 그를 마주하자 상화는 저도 모르게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이렇게 그에게서 멀어지게 되는 것인가? 이렇게 나를 포기하겠다는 뜻인가?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던 기운이 빠져 나가며 무릎이 금방이라도 꺾여 버릴 것 같았다.
그녀가 휘청거리자 호연이 허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두 개의 몸이 닿으며 체온이 느껴지는 순간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게 서로를 탐닉하듯 입술을 부딪쳤다. 이대로 멀어질 수는 없었다. 이대로 잊고 살 수는 없었다. 메마르고 뜨거운 입술에, 그리워하던 서로의 숨결에, 두 사람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목차
제11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제12화 대속물(代贖物)
제13화 염원화(念願花)
제14화 개문(開門)
제15화 천륜(天倫)
제16화 치(恥)
제17화 가슴에 새긴 사람
제18화 모략(謀略)
제19화 이이제이(以夷制夷)
종장 복수초(福壽草)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