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국 율란의 공주인 열하가 크론월 황제의 21번째 첩으로 팔려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크론월의 황제 에쉬는 성정이 악랄하고 잔혹한 31세의 남자로, 이미 무수한 첩실을 거느리고 있지요. 무엇보다 거만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자기중심적인 남자입니다.

열하는 에쉬와 만나기 직전에 운명적인 상대를 보게 됩니다. 크론월의 대장군인 라크가 바로 그지요. 라크는 장난스럽고 다정다감하며, 한 그루의 올곧은 나무와도 같은 남자입니다. 열하와 라크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에쉬에게 휘둘립니다.

‘사랑이 꽃이길 열망한다’는 중세 최대의 로맨스라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한 장면에서 연상해 스토리를 잡아나간 글입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선상에서 술 한 잔을 나눠 마시고 절대적인 사랑에 빠져버린 비극적인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란 말 그대로 한 잔의 술 같습니다. 취기가 몸과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니까요. 사람에 따라 술에 강한 타입도 있고 약한 타입도 있으나, 신이 내리는 운명의 술은 한 모금만으로도 사람을 만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열하와 라크가 바로 그 술잔을 받아들었습니다.






당신이 대장군이 아니고 내가 공주가 아니었다면, 그러면 우리가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이 인연이 기쁨이겠습니까, 아니면 더 없는 고통이겠습니까?

처음 만난 날, 그의 등을 보며 걷는 사이에 마음에서 싹이 텄을지도 모른다. 받아들이기 힘겨운 현실에서 기댈 이를 찾았는데, 그게 마침 라크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감정, 착각일지도 모른다. 허나 시작이 어찌되었건 선상에서의 짧은 만남엔 운명이 있고 전율이 있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차라리 남이었으면 좋을 텐데, 남이 아니어서 이 궁중 생활에 자그마한 기쁨이 있었다. 그로 인해 마음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결코 필수 없는 꽃이다. 새카만 가지에 흔들흔들 매달린 순백의 봉오리 하나. 말라죽을 것 같아도, 이 꽃 한 봉오리만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품고 가리라.

열하가 무심한 기색으로 그를 외면한 채 입속에서 속삭였다.

‘당신이 바로 제 꽃입니다.’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출간작

「사랑이 꽃이길 열망한다」

 「타람타람타람」

「앱설루트」

「와우蝸牛」  등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