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로맨스(Moonlight romance)

“인사도, 안 하고 갈 줄은 몰랐는데.”


익숙한 한국말. 익숙한 음성이었다. 서린은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깔끔한 은회색의 수트 차림의 태현이었다. 언제 도착을 한 것인지 자신보다 먼저 온 것은 확실했다. 버스가 서는 정류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현이었으니 말이다.


“……. 오늘 촬영 있다고 들었는데…….”
“누구 덕분에 시간을 연기했어. 이 말, 안 하면 나도 당장 한국행 비행기 따라 탈 것 같았거든.”


서린은 태현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저 그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당장 무슨 말을 할 것 처럼 말을 한 태현이었지만 서린의 캐리어를 빼앗아 자신이 끌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서린의 비행기 탑승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손으로는 서린의 손목을 잡고 유유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태현에게서 서두른다거나 하는 조바심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한 달만 기다려.”
“네?”


앞만 보고 걷던 태현이 뜬금없이 내뱉은 말에 서린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기다리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를 기다리라고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이내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라는 의문이 따라붙었기 때문에 서린은 되묻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늦어도 한 달이면 충분할 거야. 그동안만 기다려줘.”
“제이스. 지금 무슨 얘기를…….”
“태현이라고 불러.”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태현은 서린의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미 충분히 예상한 반응이었기 때문에 별다를 것도 없었다. 오히려 ‘알았어요.’라는 긍정의 대답이 흘러나왔다면 깜짝 놀라 당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상한 답안은 그를 더 담담하게 만들었다.


“당신에게, 윤서린에게 기다려 달라고 얘기 하고 있는 거야. 나에 대한 당신의 마음, 잘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이미 당신한테 가 있거든. 그러니까 한 달만 기다려 달라는 거야.”
“한 달이 지나면, 뭐가 달라지나요?”


지극히도 궁금한 것을 물은 서린이었다. 정말 궁금했다. 왜 굳이 한 달이라고 하는 것인지 어차피 지금 서린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면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는 영국에서, 서린은 한국에서. 어차피 그렇게 생활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어진 태현의 대답에 서린은 자신의 심장의 방어막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달 후면, 다시 당신을 만날 테니까. 그리고 분명 우리는 사랑을 할 테니까.”




태현과 서린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plus 정민과 선미의 이야기.

필명: 키렌

감수성을 타고났다는 AB형에 물고기자리.
아직은 살아갈 날이, 사랑할 날이 더 많은 나이.

[출간작]
달빛로맨스
달콤한 프러포즈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
라르고
스위트민트

[연재예정작]
타이밍
그대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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