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멍한 눈을 하고서 때때로 안쓰럽게 흔들리는 작은 어깨. 그 어깨를 껴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너 나비효과라는 거 알아? 있어, 그런 게. 그냥 책에서만 주절거리는 건줄 알았는데 말야. 그 망할 놈의 무섭게 두꺼운 교과서에서만 나불거리는 건줄 알았는데 말야. 내가 그래. 요새. 너한테서 파르르 소리가 나면, 내 여기가 이상하게 우르르 쾅쾅 댄다. 천둥치는 것처럼."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왼쪽, 가슴 언저리.


오로지 나 혼자만이 죽을 것 같이 아프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좀먹어 가며 아픔마저 못 느낄 때 네가 나타났어. 마음이 넘쳐흐른다. 따스하게 넘쳐흘러 온 심장에 가득 찬다. 이건 마치 구원을 받은 것 같아. 무겁게 가라앉아 숨어있던 나를 넌 밖으로 이끌어주었다. 항상..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며..
나도 그 아이처럼 너에게 선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너처럼 세상 다 안다 하는 눈을 하고, 다른 이들을 향해 거짓으로 웃어 보이는 것들은 속으론 어떤 생각을 하냐. 처음은 단순한 호기심. 그러나 그 녀석은 금세 가슴이 타들어갈 것 같은 바램을 가지게 만들었다. 구라쟁이. 왕 싸가지. 나쁜 자식. 잡아주는 손이 따뜻해서, 마주보는 눈이 다정해서 그래서 더욱 뛰어가는 네 뒷모습이 미치도록 불안했어. 알려주지 그랬어. 어린 내 사랑은 그렇게 피딱지 난 가슴으로 돌아서야 했는데...누구라도 알려줬다면.. 그 녀석과 나의 마지막에 웃어 보일 수 있었을 수도 모르는 거였잖아.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피맺힌 음성이 아닌 그녀와 어울리는 다정한 음성으로 이름이 불리우는 것. 그러다 만났다. 규성이와 그 녀석 이후 처음으로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눈동자. 규성이의 작은 그 아이를 줄곧 지켜왔을 곧고 당당한 그 눈빛에 먼저 반한 건 나야. 그러고선 반대로 반하게 만들었지. 처음인 사람이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라며. 남들이 얘기하는 그 사랑이라는 거. 난 매순간 이기고 싶어. 너를 보고 싶을 땐 보고, 안고 싶을 땐 안고, 손을 잡고 싶을 땐 잡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거, 들려주고 싶은 거, 느끼게 해주고 싶은 거...다 해주고 싶어.



너의 이름이, 나의 이름이.. 지독히도 아프고 외로웠던 우리 영혼의 전환점이 되는 이 순간. 너와 나의 터닝포인트.

프로필.

참 신기한 일이죠. 제 손가락 끝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체온을 나누고, 서로를 사랑한다 하는 존재들을 만들어 낸다는 건. 언제나 이곳에 서서 이렇게 제 마음을 들려드릴 수 있다면 너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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