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완벽해서 재수 없는 그 남자, 조동혁.
직업 : 국내 유통업계 최고<세한 그룹>의 후계자, <파레스 쇼핑타운>의 사장.
얼굴 : 지금까지 그녀가 만난 남자 중에서 가장 잘생김.
몸매 : 벗겨 보지 못해 정확히 알 순 없으나, 여자들이 ‘신이 내린 몸매’라 칭송함.
성격 :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 냉혈인간. 한 마디로 재수 없음.
이랬던 남자가…….
“연애하면 무조건 섹스를 해야 합니까? 건전하게 연애만 할 순 없나요?”
맙소사. 연애결벽증에 걸린 왕자님일 줄이야!

너무 평범해서 미안한 그 여자, 유난희.
직업 : 약사.
얼굴 :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
몸매 : 벗겨서 확인하려 드는 날이 곧 제삿날.
성격 : 언급하고 싶지도 않음.
이랬던 그녀가…….
“7년 동안 손만 잡고 연애했었어요. 그런데 그 결과가 뭔데?”
빌어먹을. 순결지상주의에 목숨을 건 고집쟁이일 줄이야!

유난한 그 여자 vs 폼생폼사 그 남자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세기의 대결.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당신이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 잠깐 맛보기

“감상 다 했어요?”
여자가 대놓고 그를 비웃었다. 그녀 역시 모욕적인 시선으로, 아주 천천히 그의 몸을 훑어 내렸다.

“변태들은 평범하게 생겼다던데, 당신은 좀 튀네요. 그 양복도 비싸 보이고. 하긴 돈 많은 변태들이 한둘이겠어.”
크게 한숨을 내쉰 여자가 내처 말을 이었다.

“우리 만남이야 처음부터 재수 없었던 거, 그냥 신경 끄기로 하죠. 이제 당신이 누구이고,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봐요. 설마 파레스 쇼핑 타운의 주인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맞아. 내가 그 곳 주인이야.”

갑자기 여자가 ‘악!’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변태와 무슨 협상을 하라고!”

마침내 동혁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이마 위에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책상 뒤에 섰다.
“한 번만 더 당신 입에서 ‘변태’라는 소리가 나오면 협상이고 뭐고 없을 줄 알아.”
여자가 항의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그가 더 빨랐다.
“난 조동혁. ‘파레스 쇼핑 타운’의 총책임자요. 지금부터는 철저히 사무적으로 이야기합시다.”
뻔뻔한 빨간 대야의 도발에 넘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협상의 유리한 고지는 전적으로 그의 차지였다. 침착하게 숨을 골라 평소처럼 냉정하게 대처하면 가능하리라. 두 손 두발 모아 애걸해도 모자랄 판국에 저 화상이 변태니 뭐니 하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양이면 애초에 상대를 하지 말아야지.
조소를 머금은 채 동혁은 뻣뻣이 서 있는 여자에게 책상 앞의 의자를 권했다.
“앉아요. 커피?”

여자가 두 다리를 비스듬히 모아 의자에 앉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눈부신 광채가 서린 그녀의 눈동자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커피는 안 마셔요. 차가운 레모네이드나 아이스티는요?”

동혁은 입을 삐죽이며 팔짱을 꼈다.
“여긴 커피숍이 아니요. 당신 이름은?”

“유난희예요. 근데 당신 말투가 참 묘하군요. 이왕이면 깍듯이 존대해 주시죠?”

일단 심호흡 한 번으로 성질을 다스린 동혁은 쏘듯이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직업이 뭡니까? 선생? 아니면 교도관?”

여자의 두 눈썹이 하늘 높이 치켜 올라갔다.
“교도관은 아니지만 한때 그 비슷한 일을 했었어요. 청소년 교화 상담소의 카운셀러요.”
동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자 여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잠시 했던 일이지만 말썽 많은 십대 아이들을 야단치고 구슬리는 역할은 꽤 보람있었어요. 그래서 말투가 이래요. 나도 모르게 설교조가 튀어나오는 때가 있거든요.”

청산유수. 여자가 어찌나 술술 말을 쏟아내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심정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하던 동혁은 한참 후에야 말을 할 수 있었다.
“혹여 날 십대 아이로 착각은 하지 마십시오, 유난희 씨.”

“그럴 리가요. 그 덩치만 봐도 십대라곤 절대 착각할 수 없을걸요.”


▶ 목차
프롤로그 - 그와 그녀의 사정
1.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2. 막상막하 대혈전
3. 진퇴양난
4. 눈치눈치 대작전
5. 계산착오
6. 적과의 동침!
7. 위기일발, 초대형 사고!
8. 그들이 잠만 잔 사연
9. 그리하여 인생은 예측불허
10. 첫키스는 운명처럼
11. 가짜 연애 계약서
12. 용호상박
13. 여자의 변신은 무죄
14. 우리, 연애할까?
15. 줄줄이 반전
16. 질투작렬
17. 달콤한 사랑의 시작
18. 에브리바디 해피!
에필로그 - 이것이 진실이다

* 이 전자책은 2007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발칙한 프러포즈〉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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