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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애인대행 1

서연 지음동아출판사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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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 <고양이와 개에 관한 보고서>,
<연애통달>, <그 여자의 사랑법>, <나도 정부가 있었으면 좋겠다.>
<햇비>, <순, 백, 색>, <51%의 사랑, 49%의 사랑>등 다수
<소개글>
첫사랑의 배신으로 지울 수 없는 화인(火印)을 가슴에 단 채,
더 이상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남자, 기이한.
친구인 태욱의 부탁으로 그의 사촌누나인 소정의 이상한 약혼자를 떼어내기 위해
그녀의 애인역할을 하게 되는데…….
"임무는 여기까지면 돼요. 안녕히 가세요."
까칠한 가시 속에 말캉한 속살을 감춘 밤처럼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생각지 못한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여자였다.
엄마의 외도, 아빠의 재혼. 그리고 드라마 같은 계모와의 악연.
그로인해 사람에 대한 사랑도 미련도 가져본 적 없는 여자, 유소정.
부모와는 다른 화목한 가정을 꿈꿨지만 약혼자의 행동은 그녀를 힘들게 했고,
결국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기댈 수 밖에 없게 되는데…….
-몰랐지? 후후, 하긴 나도 몰랐으니까. 술 마시는데 왜 그렇게 네가 보고 싶던지…………
'이한 씨, 당신은 날 진짜 좋은 여자가 되게 해요. 알아요?"
불같은 첫사랑의 열정도 좋지만, 조금씩 물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촉촉함은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 본문 맛보기 -
퇴근 시간 무렵이면 불편할 정도로 북적대는 여느 장소와 달리, 호텔 커피숍은 폐업을 앞둔 것만 양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되도록 남자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소정은 그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이라고 말해줬으면 해요. 다시 만난 건 근간의 일이지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삐딱하게 앉은 이한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소정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소정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랬다.
지난 해 9월 맞선으로 만난 채동석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전제로 여섯 달 가량 사귀었는데,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 것 같아 헤어지려는데, 남자가 협조를 안 해 준다는 게 요지였다. 정식으로 양가 상견례까지 끝낸 상태에다, 대략적이긴 해도 결혼날짜 이야기까지 나온 까닭에, 모든 부분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한은 그런 소정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이 못되었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한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브리핑 다 한 건가?”
그의 반말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소정의 눈썹 끝이 가느다랗게 말려 올라갔다. 막 내린 커피를 홀짝이며 이한이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브리핑은 상황 이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왜 말을 놓죠?”
“애인을 구한 거 아닌가? 비록 하루짜리 가짜이긴 해도.”
“하!”
어처구니가 없어진 소정이 허공을 향해 밭은 실소를 토해냈다.
“이런 일로 소일거리 삼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난생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나도 낯설어.”
“태욱이 친구 아닌가요?”
“맞아.”
억지스럽게 맺어진 사촌 동생 태욱은 소정보다 나이가 무려(?) 두 살이나 적었다. 두 사람이 친구 사이라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 역시 자신보다 두 살이 적을 터였다.
소정은 그제야 흰빛이 도는 셔츠를 맛깔스럽게 소화해내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지, 기본적으로 사람을 보면서 대화를 해야지.”
“왜 계속 반말이죠?”
“편하니까.”
상대방의 감정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이한은 미소를 지었다.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줬으면 해요.”
“내 예의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이래 뵈도 예의 바르다 소리는 제법 듣는 편인데.”
“통상 예의가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은 하지 않죠.”
“통상이라는 건 사람들이 갖다 붙인 말이지. 판단은 스스로가 하는 게 가장 정확해.”
태욱인 어쩌자고 이런 이상한 사람을 소개해 준 것일까.
“혹 태욱이 환자세요?”
불쑥 말을 내뱉고 난 뒤에야 소정은 자신이 적지 않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즈넉한 커피숍 안에 낭랑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보기보다 재미있는 양반이네. 내가 태욱이 환자로 보였나?”
“미안해요.”
“전혀, 미안할 거 없어. 그보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이름 정도는 물어야 하지 않나?”
“아!”
“사소한 걸 간과하는 데서 큰 문제가 발생하곤 하지. 반가워, 기이한이야.”
소정은 테이블을 지나온 손을 잡는 대신 이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본명인가요?”
두 번째 실언을 깨닫는 찰나 다시금 낭랑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간질여 왔다.
“하하하…… 그런 질문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네. 본명 맞아. 자, 악수는 해야지.”
괜스레 얼떨떨해진 소정은 처음 만난 남자가 내민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업무상 숱한 사람과 악수를 하곤 하지만, 사석에서 나누는 악수라 그런지 약간은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빼내듯 이한의 손을 놓은 소정이 그에게 물었다.
“태욱이에게 조건이나 그런 건 들으셨죠?”
“성격이 급한 건가, 아니면 긴장한 건가?”
느긋한 이한의 미소는 계속해서 소정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니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남자가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 생각하며, 소정은 부러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약속 시간은 내일 오후 1시에요.”
“음, 내일 하루에 오백만 원이라…… 그렇게 들었는데 맞나?”
“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나서 사귀게 됐다…… 그 쪽이 했던 말 중에 알아들은 건 그 두 마디 뿐이었는데, 그게 다인가?”
뭘 더 바라냐는 듯 소정이 그의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한이 물었다.
“어설프다는 생각 안 들어?”
“어설프다니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건 상당히 모호한 표현이잖아. 차라리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는 편이…….”
“이보세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맞아, 그렇게 안 보여. 아마 상대편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을 걸. 그런 여자가 헤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남자를 사귀었다고 하면 믿어줄까? 그것도 며칠 사이에 말이지. 설득력이 상당히 약하지 않나?”
어딘지 모르게 고압적인 이한의 태도에 굴복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소정은 그의 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베팅을 세게 해서 머리가 상당히 빠른 사람인가 했는데, 영 아니군.”
“지금 뭐라고 했어요?”
“똑똑한 척 하기는 하는데 막상 똑똑한 것 같진 않다고 했어.”
“후우!”
자존심이 상한 소정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며, 이한은 새어나올 것 같은 웃음을 애써 참아야 했다.
커리어를 가진 여자의 나이를 한 눈에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의 나이가 정말 서른 살이 맞는지 궁금했다.
한 마디 말에 발끈해하는 태도며, 흥분한 끝에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실언이며, 모든 것들이 이제 막 대학에 입학했음직한 새내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긴 만나던 남자를 떼어낼 각오로 애인 대행을 모색한 일부터가 여상하지 않았다.
‘볼수록 재미있는 여자군.’
이한이 기억하는 태욱의 사촌 누이는 늘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맞대하고 본 그녀는 그리 안타까운 연민을 자아내는 사람만은 아니었다. 다소 엉뚱하긴 해도 자신을 지키려는 고집과 그에 걸 맞는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우리, 구면이라는 건 알고 있나?”
“?”
“태욱이 쫓아 여러 번 갔었는데.”
“언제요?”
“중학교, 고등학교를 내리 같이 다녔으니 제법 드나들었을 걸.”
“그랬어요?”
“기억력도 영 아니군. 하나 더, 언젠가 당신이 병원에 있을 때 수속 밟은 사람이 나야.”
“아!”
그의 이름은 모르지만 태욱의 친구라는 이가 병원에 찾아와 수술 수속을 밟아주었다는 사실은 소정도 알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이라는 말이 영 뻥은 아니지. 안 그래?”
“그……러게요.”
느릿한 소정의 대답은 이한으로 하여금 그녀라는 사람의 실체를 깨닫게 만들었다. 이한이 파악한 그녀는 겉과 속이 다른 여자였다.
“갑자기 밤 생각이 나네.”
“밤이라니요?”
“먹는 밤 말이야. 까칠한 가시 속에 너무 무른 속을 지녔다고나 할까.”
<결혼, 살아보고 할까요>, <고양이와 개에 관한 보고서>,
<연애통달>, <그 여자의 사랑법>, <나도 정부가 있었으면 좋겠다.>
<햇비>, <순, 백, 색>, <51%의 사랑, 49%의 사랑>등 다수
<소개글>
첫사랑의 배신으로 지울 수 없는 화인(火印)을 가슴에 단 채,
더 이상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남자, 기이한.
친구인 태욱의 부탁으로 그의 사촌누나인 소정의 이상한 약혼자를 떼어내기 위해
그녀의 애인역할을 하게 되는데…….
"임무는 여기까지면 돼요. 안녕히 가세요."
까칠한 가시 속에 말캉한 속살을 감춘 밤처럼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생각지 못한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여자였다.
엄마의 외도, 아빠의 재혼. 그리고 드라마 같은 계모와의 악연.
그로인해 사람에 대한 사랑도 미련도 가져본 적 없는 여자, 유소정.
부모와는 다른 화목한 가정을 꿈꿨지만 약혼자의 행동은 그녀를 힘들게 했고,
결국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기댈 수 밖에 없게 되는데…….
-몰랐지? 후후, 하긴 나도 몰랐으니까. 술 마시는데 왜 그렇게 네가 보고 싶던지…………
'이한 씨, 당신은 날 진짜 좋은 여자가 되게 해요. 알아요?"
불같은 첫사랑의 열정도 좋지만, 조금씩 물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촉촉함은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 본문 맛보기 -
퇴근 시간 무렵이면 불편할 정도로 북적대는 여느 장소와 달리, 호텔 커피숍은 폐업을 앞둔 것만 양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되도록 남자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소정은 그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이라고 말해줬으면 해요. 다시 만난 건 근간의 일이지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삐딱하게 앉은 이한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소정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소정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랬다.
지난 해 9월 맞선으로 만난 채동석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전제로 여섯 달 가량 사귀었는데,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 것 같아 헤어지려는데, 남자가 협조를 안 해 준다는 게 요지였다. 정식으로 양가 상견례까지 끝낸 상태에다, 대략적이긴 해도 결혼날짜 이야기까지 나온 까닭에, 모든 부분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한은 그런 소정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이 못되었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한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브리핑 다 한 건가?”
그의 반말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소정의 눈썹 끝이 가느다랗게 말려 올라갔다. 막 내린 커피를 홀짝이며 이한이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브리핑은 상황 이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왜 말을 놓죠?”
“애인을 구한 거 아닌가? 비록 하루짜리 가짜이긴 해도.”
“하!”
어처구니가 없어진 소정이 허공을 향해 밭은 실소를 토해냈다.
“이런 일로 소일거리 삼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난생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나도 낯설어.”
“태욱이 친구 아닌가요?”
“맞아.”
억지스럽게 맺어진 사촌 동생 태욱은 소정보다 나이가 무려(?) 두 살이나 적었다. 두 사람이 친구 사이라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 역시 자신보다 두 살이 적을 터였다.
소정은 그제야 흰빛이 도는 셔츠를 맛깔스럽게 소화해내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지, 기본적으로 사람을 보면서 대화를 해야지.”
“왜 계속 반말이죠?”
“편하니까.”
상대방의 감정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이한은 미소를 지었다.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줬으면 해요.”
“내 예의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이래 뵈도 예의 바르다 소리는 제법 듣는 편인데.”
“통상 예의가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은 하지 않죠.”
“통상이라는 건 사람들이 갖다 붙인 말이지. 판단은 스스로가 하는 게 가장 정확해.”
태욱인 어쩌자고 이런 이상한 사람을 소개해 준 것일까.
“혹 태욱이 환자세요?”
불쑥 말을 내뱉고 난 뒤에야 소정은 자신이 적지 않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즈넉한 커피숍 안에 낭랑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보기보다 재미있는 양반이네. 내가 태욱이 환자로 보였나?”
“미안해요.”
“전혀, 미안할 거 없어. 그보다 기본적으로 상대방 이름 정도는 물어야 하지 않나?”
“아!”
“사소한 걸 간과하는 데서 큰 문제가 발생하곤 하지. 반가워, 기이한이야.”
소정은 테이블을 지나온 손을 잡는 대신 이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본명인가요?”
두 번째 실언을 깨닫는 찰나 다시금 낭랑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간질여 왔다.
“하하하…… 그런 질문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네. 본명 맞아. 자, 악수는 해야지.”
괜스레 얼떨떨해진 소정은 처음 만난 남자가 내민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업무상 숱한 사람과 악수를 하곤 하지만, 사석에서 나누는 악수라 그런지 약간은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빼내듯 이한의 손을 놓은 소정이 그에게 물었다.
“태욱이에게 조건이나 그런 건 들으셨죠?”
“성격이 급한 건가, 아니면 긴장한 건가?”
느긋한 이한의 미소는 계속해서 소정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니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남자가 결코 보편적이지 않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 생각하며, 소정은 부러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약속 시간은 내일 오후 1시에요.”
“음, 내일 하루에 오백만 원이라…… 그렇게 들었는데 맞나?”
“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나서 사귀게 됐다…… 그 쪽이 했던 말 중에 알아들은 건 그 두 마디 뿐이었는데, 그게 다인가?”
뭘 더 바라냐는 듯 소정이 그의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한이 물었다.
“어설프다는 생각 안 들어?”
“어설프다니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건 상당히 모호한 표현이잖아. 차라리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는 편이…….”
“이보세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맞아, 그렇게 안 보여. 아마 상대편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을 걸. 그런 여자가 헤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남자를 사귀었다고 하면 믿어줄까? 그것도 며칠 사이에 말이지. 설득력이 상당히 약하지 않나?”
어딘지 모르게 고압적인 이한의 태도에 굴복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소정은 그의 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베팅을 세게 해서 머리가 상당히 빠른 사람인가 했는데, 영 아니군.”
“지금 뭐라고 했어요?”
“똑똑한 척 하기는 하는데 막상 똑똑한 것 같진 않다고 했어.”
“후우!”
자존심이 상한 소정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며, 이한은 새어나올 것 같은 웃음을 애써 참아야 했다.
커리어를 가진 여자의 나이를 한 눈에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의 나이가 정말 서른 살이 맞는지 궁금했다.
한 마디 말에 발끈해하는 태도며, 흥분한 끝에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실언이며, 모든 것들이 이제 막 대학에 입학했음직한 새내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긴 만나던 남자를 떼어낼 각오로 애인 대행을 모색한 일부터가 여상하지 않았다.
‘볼수록 재미있는 여자군.’
이한이 기억하는 태욱의 사촌 누이는 늘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맞대하고 본 그녀는 그리 안타까운 연민을 자아내는 사람만은 아니었다. 다소 엉뚱하긴 해도 자신을 지키려는 고집과 그에 걸 맞는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우리, 구면이라는 건 알고 있나?”
“?”
“태욱이 쫓아 여러 번 갔었는데.”
“언제요?”
“중학교, 고등학교를 내리 같이 다녔으니 제법 드나들었을 걸.”
“그랬어요?”
“기억력도 영 아니군. 하나 더, 언젠가 당신이 병원에 있을 때 수속 밟은 사람이 나야.”
“아!”
그의 이름은 모르지만 태욱의 친구라는 이가 병원에 찾아와 수술 수속을 밟아주었다는 사실은 소정도 알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이라는 말이 영 뻥은 아니지. 안 그래?”
“그……러게요.”
느릿한 소정의 대답은 이한으로 하여금 그녀라는 사람의 실체를 깨닫게 만들었다. 이한이 파악한 그녀는 겉과 속이 다른 여자였다.
“갑자기 밤 생각이 나네.”
“밤이라니요?”
“먹는 밤 말이야. 까칠한 가시 속에 너무 무른 속을 지녔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