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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연(緣) 1권

비우엘라 지음로망띠끄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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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으로 나와 숨을 서너 번 깊이 들이켠 사비(沙緋)는 다시 몸을 뒤집어 바다 깊숙이 헤엄쳐 들어갔다. 그녀에게 바다는 생명의 보고이고 쌀독 같은 곳이다. 바다에만 나오면 언제나 먹고 살 길이 보인다.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살피던 사비는 바위 틈 사이에 민머리를 내보이며 들어앉은 문어를 향해 갈고리를 찍었다. 큼직한 문어 한 마리가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쭉 뻗으며 올라왔다. 그것을 재빠르게 망사리에 쑤셔 넣고는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단숨에 물 밖으로 솟구쳐 올라와 가쁜 숨을 내쉬는데 맞은편에서 첨벙대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부서지는 햇살 때문에 형체를 잘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그 사나운 물고기라도 나타난 줄 알았다. 그것들은 아주 가끔 나타나 사람을 물어뜯고 사라지곤 했다.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재빠르게 망사리를 챙기던 그녀는 첨벙대던 그것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나서야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두 번 생각도 않고 바로 자맥질을 해서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방금 전 문어를 잡았던 바위 근처에서 그 사람의 옷자락을 잡은 그녀는 한 손으로 목을 감고 다른 한 손으로 힘겹게 헤엄을 쳐 물 밖으로 솟구쳐 올랐다.
“하아! 하아!”
모래밭으로 끌어올려 놓고 보니 몹시도 건장한 체구의 사내다. 재빠른 손길로 사내의 몸을 주무르며 가슴팍과 배를 힘껏 눌렀다. 사내의 얼굴은 점점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어서 숨통을 트이게 해야 했다. 다급해진 그녀는 사내의 입을 벌리고 제 숨을 한껏 불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가슴팍과 배를 누르다가 또 숨을 불어 넣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순간 사내의 몸이 울컥하더니 입으로 바닷물을 좌르르 쏟아내었다.
“보십시오! 정신 차리십시오!”
몸을 흔들어 보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코밑에 손을 대어 보니 가느다란 숨결이 느껴졌다.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시 입을 벌리고 숨을 불어 넣으려던 사비는 그제야 눈에 가득 들어오는 사내의 모습에 멈칫했다. 입고 있는 행색으로 보아 걸로의 사내는 아니다. 바다 바람에 그을어 거무튀튀한 이곳의 사내들과는 다른 하얀 피부가 신기했다.
하긴, 걸로의 사내라면 바다에서 그렇게 맥을 못 출 리가 없지.
생각을 털어내고 다시 사내를 흔들어보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의 코와 턱을 잡았다. 그리고 사내의 입을 벌리고 제 숨을 힘껏 불어 넣었다. 코끝으로 사내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사내를 이렇게 가까이서 대하는 것도 처음이고, 몸을 만지는 것은 더더구나 처음이다.
입을 떼고 여전히 기척이 없는 사내를 난감하게 내려다보던 사비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사내의 입을 벌리고 숨을 불어 넣었다.
“으음…….”
그에게서 후끈한 입김이 뱉어지는 것을 느끼며 사비는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뒤로 뺐다. 드디어 살아난 모양이다.
“으음…….”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해율은 눈을 떴다. 붉다 못해 하얗게 바랜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디지?
부신 햇살 탓에 눈앞이 아찔했다. 머리가 아득해짐을 느끼며 다시 눈을 스르르 감으려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드십니까?”
그림자 하나가 부신 해를 가리며 내려다보았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눈이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다. 해율은 겨우 입을 달싹여 물었다.
“넌…… 누구냐?”
그제야 아이의 입가에 해사한 웃음이 번졌다.
“다행입니다. 못 깨어나실까 걱정했습니다.”
[미리보기]
“마마, 너무나도 어여쁘신 공주님입니다. 한번 안아보소서.”
“치워라! 저 아이를 다오.”
버들내가 막 핏물을 씻어 강보에 싼 아기를 건네자 연화는 매몰차게 밀쳐 내었다. 그리고 아직 피투성이인 사내아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기란국(機瀾國)을 이끌 대들보가 되어야 할 아이다. 그러나 강보에 싸인 사내아기는 겨우 목숨이 붙은 듯 가녀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품었다. 삼 년을 기다린 왕자의 탄생이건만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먼저 흘러내렸다. 품에 안은 아이가 아니라 저만치 밀려 비스듬히 내쳐진 강보에 싸인 아이로 인해 흘러내리는 쓰라린 피눈물이었다.
어찌하여 왕자의 앞을 가로막았느냐, 어찌하여 네 울음소리가 더 큰 것이냐, 잠깐 보았던 이 빛이 네가 세상에 태어나 본 전부가 되고 말 것을 왜 태어났더냐?
그녀의 소리 없는 오열이 강보를 적셨다. 곧 시퍼런 날을 세운 칼을 가슴에 품은 왕이 달려올 것이다.
나의 능혜(能慧)…… 당신한테 그런 고통을 줄 순 없어요!
심박동이 거칠어지며 쿵, 쿵 아기를 향해 달려오는 왕의 걸음이 느껴졌다. 그녀는 늙은 시비에게 사내아기를 건네고 다급하게 버들내를 불렀다.
“버들내야!”
“예, 마마.”
“아기를 잘 보아두어라. 구석구석 솜털 하나까지 다 네 눈에 넣어라. 손을 더듬어 익혀라.”
연화의 명령에 따라 버들내는 강보를 펼치고 배내옷까지 벗겨내어 아기를 구석구석 만지며 살폈다.
“다 보았느냐?”
“예. 예, 마마.”
“전하께서 오고 계신다. 너는 아기를 안고 병풍 뒤에 숨어 있어라. 절대 소리를 내어서는 아니 된다.”
버들내는 다시 강보를 여며 아기를 안고 병풍 뒤로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왕이 들어섰다. 그는 번득이는 눈으로 어둑한 산실을 살폈다.
“연화! 부인, 괜찮소?”
시비들 손보다 더 보드라운 능혜의 손이 다가오자 연화는 울컥한 눈물을 삼키며 왕을 맞았다.
“전하, 어찌 오셨나이까? 아직 아기의 태(胎)도 자르지 않았으니 잠시 나가 계시옵소서.”
그러나 왕은 번득이는 눈으로 산실 안을 살폈다. 넓은 방 안에는 연화만이 누워 있었다.
“어디 있는가? 내 뒤를 이어 기란국(機瀾國)을 이끌 우리 왕자 말이오.”
발이 거두어지며 늙은 시비가 막 핏물을 씻은 아기를 강보에 감싸 안고 들어왔다. 아기는 한눈에 보아도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듯 허약해 보였다. 그러나 왕은 눈앞에 들어온 고물거리는 아기를 마냥 신기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삼 년을 기다린 자식이다. 그는 감격에 겨운 듯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받아 안았다.
“아이의 이름을 태무(太武)라 지었소. 크고 굳세다는 뜻이오. 마음에 드오?”
가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연화의 불안한 눈을 보며 왕은 다시 산실 안을 살폈다. 분명 아이는 둘이라 했는데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산실이 어찌 이리 어두운가? 불을 밝혀라.”
“아니 되옵니다!”
다급한 연화의 외침을 무시하며 다시 불을 밝히라는 영을 내리자 이번에는 늙은 시비가 머리를 조아렸다.
“전하, 아기마마께는 아직 밝은 빛이 좋지 않사와 불을 밝히지 않은 것이옵니다.”
그러나 능혜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한 듯 병풍을 꿰뚫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산실을 진동하는 이 비릿한 냄새는 저 병풍 뒤에서 번져 나오는 것이리라. 이 진한 생명의 느낌, 살아 펄떡이는 이 냄새…… 기란국(機瀾國)을 이끌 태무(太武)의 앞을 가로막을 요사스러운 물건이 저 병풍 뒤에 숨어 있으리라.
“병풍을 치워라! 명아, 명아!”
명은 바람보다 빠르게 들어와 연화마저 무시한 채 거칠 것 없는 손길로 병풍을 거두었다. 짐작대로 시비 버들내가 강보에 싸인 아이를 안은 채 혼이 빠져 버린 눈으로 바르르 떨며 앉아 있었다. 병풍을 거두는 거친 소리에 놀란 듯 강보에 안겨 있던 아이가 우렁찬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맑고 청아한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제 죽음을 재촉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울음소리는 맑은 소리로 가슴을 울렸다. 능혜는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이리…… 데려오라.”
그러나 연화가 먼저 그의 앞을 막았다.
“보시지 마십시오!”
그녀는 간절한 눈으로 고개를 흔들며 능혜의 옷자락을 잡았다.
“보시지 마십시오, 전하. 마음이 아프실 것입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왕이 저 아이를 죽이리라는 것을, 그로 인해 이 마음 여린 남자가 씻지 못할 상처를 입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의 상처를 볼 자신이 없다. 연화에게 아기의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것이다.
저 아이는 태어나도 태어나지 않은 듯, 존재하지 않았던 바람처럼 그들 곁을 떠나기를 바란다. 아무도 몰래 비밀스런 산실을 차리고 아이를 낳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미 자신의 뱃속에 자리한 생명이 둘이란 걸 짐작하였기에 둘 다 해이든지, 둘 다 달이든지 그러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왕은 옷자락에 매달린 연화의 손을 떼어내고 허리춤에서 칼을 빼어 들었다.
단칼에 보내리라. 어느 누구도 아닌 이 아비의 칼로 너를 베리라. 그리하여 너의 피로 흔들리는 왕권을 다지려 한다. 그것이 네가 세상의 빛을 본 이유다!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살피던 사비는 바위 틈 사이에 민머리를 내보이며 들어앉은 문어를 향해 갈고리를 찍었다. 큼직한 문어 한 마리가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쭉 뻗으며 올라왔다. 그것을 재빠르게 망사리에 쑤셔 넣고는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단숨에 물 밖으로 솟구쳐 올라와 가쁜 숨을 내쉬는데 맞은편에서 첨벙대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부서지는 햇살 때문에 형체를 잘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그 사나운 물고기라도 나타난 줄 알았다. 그것들은 아주 가끔 나타나 사람을 물어뜯고 사라지곤 했다.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재빠르게 망사리를 챙기던 그녀는 첨벙대던 그것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나서야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두 번 생각도 않고 바로 자맥질을 해서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방금 전 문어를 잡았던 바위 근처에서 그 사람의 옷자락을 잡은 그녀는 한 손으로 목을 감고 다른 한 손으로 힘겹게 헤엄을 쳐 물 밖으로 솟구쳐 올랐다.
“하아! 하아!”
모래밭으로 끌어올려 놓고 보니 몹시도 건장한 체구의 사내다. 재빠른 손길로 사내의 몸을 주무르며 가슴팍과 배를 힘껏 눌렀다. 사내의 얼굴은 점점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어서 숨통을 트이게 해야 했다. 다급해진 그녀는 사내의 입을 벌리고 제 숨을 한껏 불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가슴팍과 배를 누르다가 또 숨을 불어 넣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순간 사내의 몸이 울컥하더니 입으로 바닷물을 좌르르 쏟아내었다.
“보십시오! 정신 차리십시오!”
몸을 흔들어 보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코밑에 손을 대어 보니 가느다란 숨결이 느껴졌다.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시 입을 벌리고 숨을 불어 넣으려던 사비는 그제야 눈에 가득 들어오는 사내의 모습에 멈칫했다. 입고 있는 행색으로 보아 걸로의 사내는 아니다. 바다 바람에 그을어 거무튀튀한 이곳의 사내들과는 다른 하얀 피부가 신기했다.
하긴, 걸로의 사내라면 바다에서 그렇게 맥을 못 출 리가 없지.
생각을 털어내고 다시 사내를 흔들어보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의 코와 턱을 잡았다. 그리고 사내의 입을 벌리고 제 숨을 힘껏 불어 넣었다. 코끝으로 사내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닥거렸다. 사내를 이렇게 가까이서 대하는 것도 처음이고, 몸을 만지는 것은 더더구나 처음이다.
입을 떼고 여전히 기척이 없는 사내를 난감하게 내려다보던 사비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사내의 입을 벌리고 숨을 불어 넣었다.
“으음…….”
그에게서 후끈한 입김이 뱉어지는 것을 느끼며 사비는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뒤로 뺐다. 드디어 살아난 모양이다.
“으음…….”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해율은 눈을 떴다. 붉다 못해 하얗게 바랜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디지?
부신 햇살 탓에 눈앞이 아찔했다. 머리가 아득해짐을 느끼며 다시 눈을 스르르 감으려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드십니까?”
그림자 하나가 부신 해를 가리며 내려다보았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눈이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다. 해율은 겨우 입을 달싹여 물었다.
“넌…… 누구냐?”
그제야 아이의 입가에 해사한 웃음이 번졌다.
“다행입니다. 못 깨어나실까 걱정했습니다.”
[미리보기]
“마마, 너무나도 어여쁘신 공주님입니다. 한번 안아보소서.”
“치워라! 저 아이를 다오.”
버들내가 막 핏물을 씻어 강보에 싼 아기를 건네자 연화는 매몰차게 밀쳐 내었다. 그리고 아직 피투성이인 사내아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기란국(機瀾國)을 이끌 대들보가 되어야 할 아이다. 그러나 강보에 싸인 사내아기는 겨우 목숨이 붙은 듯 가녀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품었다. 삼 년을 기다린 왕자의 탄생이건만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먼저 흘러내렸다. 품에 안은 아이가 아니라 저만치 밀려 비스듬히 내쳐진 강보에 싸인 아이로 인해 흘러내리는 쓰라린 피눈물이었다.
어찌하여 왕자의 앞을 가로막았느냐, 어찌하여 네 울음소리가 더 큰 것이냐, 잠깐 보았던 이 빛이 네가 세상에 태어나 본 전부가 되고 말 것을 왜 태어났더냐?
그녀의 소리 없는 오열이 강보를 적셨다. 곧 시퍼런 날을 세운 칼을 가슴에 품은 왕이 달려올 것이다.
나의 능혜(能慧)…… 당신한테 그런 고통을 줄 순 없어요!
심박동이 거칠어지며 쿵, 쿵 아기를 향해 달려오는 왕의 걸음이 느껴졌다. 그녀는 늙은 시비에게 사내아기를 건네고 다급하게 버들내를 불렀다.
“버들내야!”
“예, 마마.”
“아기를 잘 보아두어라. 구석구석 솜털 하나까지 다 네 눈에 넣어라. 손을 더듬어 익혀라.”
연화의 명령에 따라 버들내는 강보를 펼치고 배내옷까지 벗겨내어 아기를 구석구석 만지며 살폈다.
“다 보았느냐?”
“예. 예, 마마.”
“전하께서 오고 계신다. 너는 아기를 안고 병풍 뒤에 숨어 있어라. 절대 소리를 내어서는 아니 된다.”
버들내는 다시 강보를 여며 아기를 안고 병풍 뒤로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왕이 들어섰다. 그는 번득이는 눈으로 어둑한 산실을 살폈다.
“연화! 부인, 괜찮소?”
시비들 손보다 더 보드라운 능혜의 손이 다가오자 연화는 울컥한 눈물을 삼키며 왕을 맞았다.
“전하, 어찌 오셨나이까? 아직 아기의 태(胎)도 자르지 않았으니 잠시 나가 계시옵소서.”
그러나 왕은 번득이는 눈으로 산실 안을 살폈다. 넓은 방 안에는 연화만이 누워 있었다.
“어디 있는가? 내 뒤를 이어 기란국(機瀾國)을 이끌 우리 왕자 말이오.”
발이 거두어지며 늙은 시비가 막 핏물을 씻은 아기를 강보에 감싸 안고 들어왔다. 아기는 한눈에 보아도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듯 허약해 보였다. 그러나 왕은 눈앞에 들어온 고물거리는 아기를 마냥 신기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삼 년을 기다린 자식이다. 그는 감격에 겨운 듯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받아 안았다.
“아이의 이름을 태무(太武)라 지었소. 크고 굳세다는 뜻이오. 마음에 드오?”
가늘게 고개를 끄덕이는 연화의 불안한 눈을 보며 왕은 다시 산실 안을 살폈다. 분명 아이는 둘이라 했는데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산실이 어찌 이리 어두운가? 불을 밝혀라.”
“아니 되옵니다!”
다급한 연화의 외침을 무시하며 다시 불을 밝히라는 영을 내리자 이번에는 늙은 시비가 머리를 조아렸다.
“전하, 아기마마께는 아직 밝은 빛이 좋지 않사와 불을 밝히지 않은 것이옵니다.”
그러나 능혜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한 듯 병풍을 꿰뚫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산실을 진동하는 이 비릿한 냄새는 저 병풍 뒤에서 번져 나오는 것이리라. 이 진한 생명의 느낌, 살아 펄떡이는 이 냄새…… 기란국(機瀾國)을 이끌 태무(太武)의 앞을 가로막을 요사스러운 물건이 저 병풍 뒤에 숨어 있으리라.
“병풍을 치워라! 명아, 명아!”
명은 바람보다 빠르게 들어와 연화마저 무시한 채 거칠 것 없는 손길로 병풍을 거두었다. 짐작대로 시비 버들내가 강보에 싸인 아이를 안은 채 혼이 빠져 버린 눈으로 바르르 떨며 앉아 있었다. 병풍을 거두는 거친 소리에 놀란 듯 강보에 안겨 있던 아이가 우렁찬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맑고 청아한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제 죽음을 재촉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울음소리는 맑은 소리로 가슴을 울렸다. 능혜는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이리…… 데려오라.”
그러나 연화가 먼저 그의 앞을 막았다.
“보시지 마십시오!”
그녀는 간절한 눈으로 고개를 흔들며 능혜의 옷자락을 잡았다.
“보시지 마십시오, 전하. 마음이 아프실 것입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왕이 저 아이를 죽이리라는 것을, 그로 인해 이 마음 여린 남자가 씻지 못할 상처를 입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의 상처를 볼 자신이 없다. 연화에게 아기의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것이다.
저 아이는 태어나도 태어나지 않은 듯, 존재하지 않았던 바람처럼 그들 곁을 떠나기를 바란다. 아무도 몰래 비밀스런 산실을 차리고 아이를 낳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미 자신의 뱃속에 자리한 생명이 둘이란 걸 짐작하였기에 둘 다 해이든지, 둘 다 달이든지 그러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왕은 옷자락에 매달린 연화의 손을 떼어내고 허리춤에서 칼을 빼어 들었다.
단칼에 보내리라. 어느 누구도 아닌 이 아비의 칼로 너를 베리라. 그리하여 너의 피로 흔들리는 왕권을 다지려 한다. 그것이 네가 세상의 빛을 본 이유다!
총 3개의 독자서평이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는 역사소설 이었습니다..용기있고 지혜로운 심성이 바른 사비가 넘 마음에 듭니다.
jo*** |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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