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이 여러분들이 찾으시던 유일하게 생존한 황족입니다. 마녀 라기 노르의 딸 시스티나 노르!”

마녀의 딸 시스티나 노르는 아르비타 제국에서 홀로 빵집 그랑그랑을 운영하는 당찬 아가씨. 마녀의 빗자루 그랑우텐을 타고 빵 배달을 하던 중, 자신과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제국의 황위 계승권 싸움에 휘말려 얼결에 황제가 된다. 제국 최고의 인기남 레이딘 경의 밀착호위를 받으며 오전에는 빵집 주인, 오후에는 아르비타 제국의 황제라는 이중생활을 시작하는 시스티나.

‘아이고, 폐하!’ 절규가 절로 나오는 황제 시스 1세의 행보는?

2. 작가 소개

양효진

1989년 3월, 절과 돌탑, 왕릉이 많은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

그 전에는 남들처럼 먹고, 자고, 공부하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충실한 지금이 만족스럽답니다.

현재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는 해가 잘 들어오는 집에서

매일매일 마감에 쫓기는 삶을 사는 중.

▣ 출간작

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

계약의 목걸이

너의 온기에 안기다

눈부신 그대

파란만장 태자호위담

그는 내 심장을 뛰게 한다

내 꿈으로 놀러 와요

아이고, 폐하!

드라마틱!

플레누스

금요일에 만나요

와일드 플라워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공저)

차아제국 열애사(공저)

허니 앤 베어(공저)

별하, 비취오시라(공저)

꽃사슴인 줄 알았더니(공저)

석상인 줄 알았더니(공저)

산신인 줄 알았더니(공저)

마음을 낚는 이야기꾼 웹소설 작가 되기(공저)

하늘 창 (공동저작 단편모음집)

겨울엔딩 (공동저작 단편모음집)

3. 차례

#1. 마녀는 사슴을 타고 (크리스마스이브 외전)

#2. 운명 모임

#3. 아기 마녀 탄생

#4. 보물창고 요정과 어린 황자

#5. 아이고, 황녀님!

#짤막 후기

4. 미리 보기

레이딘은 불안, 초조함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처럼 대기실 안을 빙빙 돌았다.

시스티나가 새벽부터 진통을 시작해 슬슬 신관 마녀가 본 아이가 태어날 시각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안쪽에 있는 분만실에서 소식이 없었다.

“자자, 크게 심호흡을 하고 진정해요.”

“전쟁에 나갔을 때보다도 더 죽을 맛입니다. 후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레이딘의 등을 토토 루가 토닥토닥 두드렸다.

레이딘이 무서운 눈으로 닫혀 있는 분만실의 문을 노려보길 여러 차례, 돌연 안에서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레이딘이 멍하니 서 있다가 급하게 분만실 앞으로 다가갔다. 문이 열리고 하얀 모자를 쓴 의사 마녀가 웃는 얼굴로 그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딸입니다. 산모도 아기 마녀도 아주 건강해요.”

마녀의 첫째 딸은 마녀.

레이딘은 반쯤 혼이 빠진 상태로 의사 마녀가 건네주는 하얀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다음 폭포처럼 퍼부어지는 청결 마법을 받고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시스.”

“레이딘, 이리 와요. 아기 마녀에게 인사해요.”

엄마 마녀의 품에 안긴 아기는 정말 작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는 조심스럽게 아기를 만졌다.

“귀엽습니다. 정말로.”

“안아볼래요?”

“네.”

떨리는 손으로 레이딘은 아기를 받았다. 가늘게 눈을 뜬 아기의 눈동자는 엄마와 똑같은 검은색이었다.

“시스를 많이 닮았군요.”

“마녀는 모계 혈통이니까요.”

분만실 벽에 세워진 거치대에서 대기하고 있던 빗자루들이 천천히 레이딘의 옆으로 와서 아기를 살폈다.

툭, 빗자루 토미론의 손잡이 부분이 뺨에 살짝 닿았다. 그리고 반짝이는 빛과 함께 커다란 빗자루의 크기가 쑥쑥 줄어들었다.

“시스!”

“토미론이 우리 아기를 주인으로 선택했네요.”

“이렇게 작은 빗자루는 처음 봤습니다. 마치 장난감 같군요.”

깜찍해진 토미론은 침대 옆에 있는 탁자로 폴짝 뛰어올라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그 옛날 검은 숲에서 자신의 첫 번째 마녀를 선택했던 날처럼.

밝은 아침 햇살 아래, 고대하던 아기 마녀가 태어났다.

◇ ◆ ◇

“젖 먹이니까 돌아서면 배가 고프네.”

“과일이라도 좀 깎아줄까요? 선물로 잔뜩 들어왔습니다.”

“응. 먹을래요!”

레이딘의 정성 어린 간호를 받으며 하루 동안 푹 쉬었더니 이곳저곳 쑤시던 몸도 조금 나아졌다. 아직 빗자루는 타기가 어렵지만 말이다.

새근새근 잘 자는 아기를 요람에 눕힌 후 레이딘은 나에게 사과를 깎아주었다. 새콤달콤한 과즙이 풍부해 맛있었다.

“최고급 사과네. 진짜 맛있다.”

“큰데도 무척 달군요.”

“육아는 체력전이에요. 레이딘도 많이 먹어요.”

우리는 사이좋게 커다란 사과 하나를 나누어 먹었다. 다른 과일 하나를 더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똑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케이크 배달입니다. 엄마 마녀가 된 걸 축하해, 시스티나!”

“고마워! 얼마나 모인 거야?”

“총 스물한 명. 레소에 있는 마녀 동창들은 거의 다 왔어. 시인 마녀가 노랫말 짓는다고 어제 날밤 깠대.”

“걔는 학교 다닐 때도 맨날 벼락치기 하더니.”

“마감 직전이 되어야 시가 잘 나온다는 걸 어쩌겠어.”

아카데미를 같이 다녔던 마녀 친구가 커다란 상자를 건네주더니 하늘로 솟아올랐다.

“모인 마녀들이 노래를 다 외워야 마법을 걸 수 있으니까 시간이 좀 걸리겠어요. 케이크부터 먹어야겠다.”

“상자가 그랑그랑에서 쓰는 거군요.”

“오, 티라미수예요! 분명 라네페 언니가 골랐을 거야.”

달콤하고 부드러운 티라미수는 칼로 자를 필요 없이 그냥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된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안에 넣으니 크림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흐음, 행복해!”

“확실히 단걸 먹으니 기운이 납니다.”

큼직한 도자기 그릇에 담긴 티라미수를 반 정도 먹은 후 다시 케이크 상자에 넣었다. 보존 마법을 걸어두었으니 퇴원할 때까지 끄떡없을 거다.

내 옆에 앉아 소화 잘되라고 등을 쓰다듬어 주던 레이딘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스, 곧 시작할 거 같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져요?”

“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기 안고 이리 와요.”

잘 자던 아기는 아빠가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잠에서 깨어나 반쯤 눈을 떴다. 조그만 뺨에 손가락을 대고 살살 쓰다듬자 입을 오물거렸다.

“태어났다네, 태어났다네. 아기 마녀가 태어났다네. 마녀가 운명을 만나 아기 마녀가 태어났다네.”

시작은 엄마 마녀가. 아기가 태어난 걸 알리면 그걸 들은 마녀들이 답가를 부르며 탄생을 축복한다.

허공을 빙글빙글 날던 마녀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마법이 포근하게 아기를 감쌌다.

빗자루는 너의 친구, 밤은 마녀의 시간.

사랑스러운 아기 마녀가 태어났다네.

고소한 빵 냄새, 향긋한 꽃향기.

네 삶에 가득할 거야, 귀여운 아기 마녀야.

폭풍이 몰아쳐도 곧게 날아가렴.

용기와 의지는 마녀와 함께한단다.

운명이 나타나면 얼른 알아봐야 해.

헤매지 말고 그의 손을 잡는 거야.

길고 긴 인생에 행복이 가득하길.

환영한다, 아기 마녀야.

어서 오렴, 이 세상에.

노래가 끝나고 우리는 아기의 동그란 이마에 뽀뽀했다. 축복 마법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아기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마녀는 끝없이 이어진다. 아주 먼 곳까지, 아득한 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