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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7.14979-11-300-5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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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독자평점 :   [참여수 3명]
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300-5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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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 시리즈  (전권 구매시 8,400원)

1. 작품 소개

“걱정 마세요! 심장이식센터, 꼭 따낼 테니까요!”

심장을 주무르는 신의 손, 한국대 수석졸업에 빛나는 흉부외과의 샛별 윤해준.
심장이식센터라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제일병원으로 부임했건만 마주한 현실은 소녀가장 타이틀뿐.
위로는 무기력한 식물 교수들과 아래로는 저만 바라보는 파릇파릇한 새싹들.
책임감 하나로 버티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에게 날아든 또 하나의 비보!

“그 환자 도망쳤어요! 어, 어떡해요 교수님!”

사람 살리겠단 마음 하나로 수술을 진행했던 환자가 사라져버렸다!
병원비만 칠천팔백, 이래서는 심장이식센터는 물 건너갔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맹수에게 납작 고개를 조아렸다.

“돈 갚을게요. 어떻게든 갚을게요.”
“……무슨 수로?”

서문그룹 후계자이자 제일병원의 이사장, 서이한.
가진 것이라면 돈, 혹은 막대한 돈뿐인 그에게 아쉬운 것이라면 단 하나.
어머니의 성화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줄 ‘없는 애인’뿐.
마침 제 앞에 굴러떨어진 뻔뻔한 초식동물의 목덜미를 덥석 물어버렸다.

“한 번에 천만 원 어떻습니까?”
“……이, 이사장님과 만나면요?”
“‘만나는 척’이겠죠.”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남의 심장 들여다보는 처지에 그런 부끄러운 짓은 못 한다 큰소리쳐야 하건만…….
그러기엔 딸린 식구가 너무 많다. 

“……특별수당은 주는 거죠?”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했지만, 윤해준 사전에 대충은 없다.
최선을 다해 ‘완벽한 애인’이 되겠다는 그녀에게 분명 흐뭇해야 하는데…….
왜 갈수록 ‘가짜인 그녀’가 거슬리는 걸까.

“의사라면서. 남의 심장 그렇게 멋대로 쥐었다 폈다 하면 좋습니까?”

철두철미한 맹수와 더 철두철미한 초식동물의 계약연애.
우리, 끝까지 완벽할 수 있을까.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m.blog.naver.com/sparklingcho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기억하나요
그곳에, 네가
비 내리는 밤
베이비 키스
애인의 조건
현실의 그대
가을, 만나다
결혼할까요?
하트 크러시
라이언 하트
처음 같은 너
디어 레이디
나의 기쁜 숲


3. 차례

#프롤로그
#1
#2
#3
#4
#5


4. 미리 보기

“……그러니까 지금 저한테 하신 말씀이.”
해준은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은 엉겨붙듯 더 뜨거워질 뿐이었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청금색 찻잔만큼은 눈앞의 남자와 꼭 닮아 있다.
“들으신 대로입니다, 윤해준 교수님.”
사람을 홀리기 딱 좋으면서도, 절대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남자.
“혹시 이해가 안 가신다면 다시 설명해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뇨!”
“……강하게 반발하시는 것 보아하니 역시 잘 이해하신 모양이군요.”
이한은 긴 다리를 교차한 채 제 몫의 잔을 들며 피식 웃었다. 따로 있을 때도 그랬지만 금빛 테두리의 찻잔을 든 그는 더욱 냉정해 보였고 우아해 보였다.
“돈을 갚으시려 생각하셨다지 않습니까.”
“그래서 돈을 갚으려 이사장님과 만나자고요?”
“만나는 척, 이라고 해야겠지요.”
“…….”
뭐 이 미친놈아?
해준은 고개를 숙여 고인 숨을 뱉어낸 후 번쩍 눈을 들었다. 고양이처럼 도도한 눈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떨리고 있었다.
“이보세요, 이사장님! 어떻게 사람 진심을 이런 식으로 무시하실 수 있나요? 제가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세요?”
“돈 때문이 뭐 어떻습니까. 그만큼 솔직하고 정직한 이유가 어딨다고.”
“제 말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제가 그 돈을 갚겠다는 건 어디까지나 심장이식센터를 저와 별개로 생각해달라는 뜻이었다구요.”
“그러니까 그래준다고.”
“…….”
“말씀드리는 중이었습니다.”
입술에 둥근 찻잔을 댄 이한의 검은 눈이 진득하게 빛났다. 바르르 떨리는 아랫입술을 꼭 깨문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듯 고개를 저었다.
“윤 교수님께서도 본인 뜻으로 하시는 일일 테고 저 역시 제 뜻대로 될 테니 서로에게 좋은 일일 텐데요.”
“이사장님은 뭐든 그렇게 쉬우세요?”
“안 쉬우니 이러고 있는 거 아닙니까. 윤 교수님이나 저나.”
“……그러니까 거기에 왜 저를 끌어들이시냐구요!”
“달리 돈을 갚을 방법은 있으시고요?”
칠천팔백.
이제는 안 들어도 환청처럼 들려오는 금액에 해준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물론이라 큰소리치고 싶지만 바로 십 분 전, 최대한 할부기간이라도 늘려보려 속도 없이 배실배실 웃어가며 이 방에 들어섰다.
“그게…….”
“괜찮습니다.”
빙긋, 그거 보라는 듯 웃으며 눈썹을 치켜세우는 이한이 얄밉기 짝이 없다.
“한 번 만나는 데 천만 원씩 제해드리죠.”
“……처, 천만 원이라니요!”
“저희 어머니와 만나는 일 말입니다. 그 외에도 필요한 자리가 있다면 협조해주실 때마다 상응하는 금액으로 차감드릴 예정입니다.”
“…….”
천만 원이 장난인 줄 아나, 생각이 딱 드러나는 얼굴로 눈을 깜빡대는 해준을 향해 이한은 그답지 않은 친절함을 발휘했다.
“길게 갈 일은 아닙니다. 다음 주 어머니 생신 때 뵙고 나면 한동안은 딱히 뵐 일이 없을 거고 제가 그리 두지도 않겠지요.”
“왜요? 가족이시라면서…….”
“가족이니까, 한 해에 몇 번이라도 보는 겁니다.”
“아…….”
사생아세요?
역시나. 하마터면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낼 뻔해 해준은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집어 들었다. 마음 같아선 주머니 속 사탕이라도 아그작 깨물어야 정신이 들 것 같았지만 놀라울 만큼 아무렇지도 않은 남자를 마주한 채 홀로 동요할 수는 없다.
“아, 아뇨. 안 하겠습니다. 못 들은 걸로 하죠!”
“윤해준 교수님.”
“남의 심장 고치는 게 본업인 제가 한 해에 한 번이든 몇 번이든 사람을 속이는 비열하고 유치한 짓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돈이 탐날지언정. 눈 딱 감고 넘어가고 싶을지언정.
더 흔들리기 전, 해준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며 그를 향해 치솟는 감정을 눌러 삼켰다. 조금 의외라는 듯 바라보는 이한을 잡고서 마구 흔들어주고 싶은 충동도 간신히 참아내며 걸음을 옮겼다.
대체 내가 뭘 바라고 여기에 앉아선.
허망하게 휙 돌아서는 그녀의 흰 가운이 펄럭였다. 당황하기는커녕 역시나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이한의 목소리가 고요했다.
“심장이식센터에 대한 윤 교수님의 마음이 이것보다는 더 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군요.”
“…….”
딸각, 그가 찻잔을 내려두는 동시에 문으로 나아가던 해준의 발이 멈췄다. 그것마저 예상한 것처럼 입술을 끌어올린 이한은 긴 다리를 반대쪽으로 교차시켰다.
“고작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하시더니, 이 정도면 그 돈을 갚기에는 꽤 괜찮은 조건…….”
“안 해. 안 한다고!”
척척, 처음 만난 그날만큼 빠른 속도로 다가드는 그녀의 걸음이 저돌적이다. 어느덧 그의 앞에 서서 그를 바라보는 해준의 가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로 들썩였다.
“입맛대로 사람 멋대로 휘두르는 데 재미 붙이신 모양인데 심장이식센터는 쉽게 들먹여도 되는 곳 아니거든요!”
“…….”
“그리고 칠천팔백 아니고 칠천육백!”
야, 잘 봐라. 나 이백 갚았다!
해준이 들썩이는 가슴 속 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들었다. CS 입단 5년 차, 또래에 비해 온갖 세상풍파 다 겪어봤지만 살다 살다 재벌에게 돈 봉투를 내던지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존경하는 이사장님. 남은 칠천육백만 원은 최대한 빨리, 제 뼈와 살을 깎아서라도 신속하게 갚아드리죠. 그간의 이자는 오늘 이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 웃어가며 경청해드린 것으로 대신하면 그 좋아하시는 계산에도 딱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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