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희한하네.”

“뭐가요?”

“어떻게 나만 기억해?”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랑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던 동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가장 중요했기에 동하를 용서할 수 없었던 화원.

파탄으로 치달은 비밀 결혼 생활을 끝내려던 순간, 예기치 못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화원은 그리 미워하고 원망했던 동하만을 기억한다.

“사랑은 두뇌에서도 관리해. 마음만 알아서 하는 게 아니야.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럴 리가 없어요.”

“네가 한 말이야.”

기억을 되찾기 위해 함께하는 시간. 화원은 오롯이 동하만을 의지하며 그에게 숨김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동하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기억이 돌아오면, 사랑도 잊게 될까.

“문동하를 많이 사랑하고 절대 버리지 않을 거야.”

“난 이미 경고했다.”

“현재가 중요해요. 그러니까 나를 많이 사랑해줘요.”

2. 작가 소개

장해서

▣ 출간작

전남편

몹쓸 사랑

고요 속 외침

차가운 열망

내 인생의 주인

중독, 블루

그 남자의 미련

중독, 레드 外

3. 차례

#프롤로그

#1

#2

#3

#4

#5

#6

#7

#에필로그

4. 미리 보기

잠이 들었다가 작은 소리에 깨어났다.

‘미치겠네.’

동하는 늘 깊게 잘 수 있었고 그를 성공으로 이끈 큰 재능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자려고 노력했으나, 시간만 무작정 흘러갔다.

“왜 이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찬 바람이라도 맞으면 좀 나아질까. 그가 사는 아파트는 예전 밑바닥에 허우적거리던 시절에 머물던 곳과 상반되게 크고 방음도 잘되었다. 근데 그 작은 음성이 그에게 파고들었다. 텔레파시인가.

‘웃기는 소리다.’

하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그녀의 방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조심스러웠다. 침실에서 괴로운 소리가 들렸다. 동하는 망설이지 않고 화원을 깨웠다. 눈꺼풀이 무겁게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로 그에게 안겨왔다. 신뢰와 안도였다. 아무리 문동하는 위험한 존재라 말해줘도 소용없었다. 화원의 체온이 온몸에 전해졌다. 뭔가 자신이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바보 같은 잡념이다.

“또 싸우는 꿈을 꿨어요.”

“누구? 나랑?”

“으응. 너무 심하게 싸우는 거예요.”

중얼거리는 화원은 애처로워 보였다.

“꿈은 무의식에서 오기도 하니까.”

“우리 싸웠어요?”

“그랬지.”

화원의 울음기 가득한 얼굴에는 아직도 혼란이 가득했다. 감정이 몰아치면 휩쓸린다. 온전한 기억이 필요하다. 그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겨우 진정이 되었다.

“우리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죠?”

사랑해서 싸우는 모습과는 다른, 살벌함을 느꼈다.

“넌 날 사랑했고 난 그러지 못했어.”

동하는 두려움을 누르며 솔직하게 말했다.

“짝사랑인가.”

화원은 이해를 못 했다. 동하는 곤혹스러웠다. 하나하나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본 적도 없었다. 누굴 이해시키는 데 왜 시간을 낭비해야 하나. 의지가 없으니 결과도 없었다. 근데 지금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줘야 했다. 그저 모르는 채로 세상에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회장님은 처자식을 버렸어. 자신의 앞날을 위해 못 할 게 없었지. 성공한 후 사고가 나서 아기를 가질 수가 없게 되자 그제야 부랴부랴 혈육을 찾기 시작했어. 근데 처자식은 죽고 손녀는 보육원에 자란 후 어딘가에 있다는 거야. 나한테 찾으라고 명령이 떨어졌어. 난 무조건 이행해야 했어. 그래야 내 몫을 찾을 수 있거든.”

동하는 갑자기 심장에 통증이 왔다. 남들이 보기에는 천박하게 살아왔어도 나름 치열하게 전진했었다. 후회는 없는데 왜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불쑥 생기는지 모르겠다.

“괜찮아요. 다 말해줘도 돼요. 당신을 욕하지 않을게요.”

“욕해도 돼.”

“마음 내키는 대로 할 건데.”

유화원의 눈이 너무 맑았다. 오히려 위로하듯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럴 자격이 없는 동하는 손을 빼고 말았다.

“회장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후원해주셨고 난 회장님을 위해 미친 듯이 일했어. 그런데 회장님껜 무조건 핏줄이야. 내가 너와 결혼해서 후계자가 되지 않으면 회장님의 무능한 사촌들한테 모든 게 갈 거야. 어떻게 여기까지 일궈왔는데 절대로 놓치면 안 되니까. 난 명령대로 네게 접근했지. 넌 너무 쉽게 나한테 넘어왔어.”

그것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겉모습이 근사하다 하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밑천이 훤히 들여다보일 텐데 유화원은 그를 아름답게만 여겼다.

“한눈에 반했군요.”

이상하게도 화원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뭉클한 표정이었다. 동하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들은 아마도 다른 종류의 인간인가 보다.

“너는 순수했어. 난 오로지 후계자가 될 생각밖에 없었고.”

“내가 알았어요?”

“그래서 떠나려 했어.”

“기회도 안 주고?”

“무슨 기회를 줘?”

“사람은 누구나 달라질 수 있잖아요.”

“난 안 그래.”

“단정 짓지 마요. 슬퍼지잖아요.”

“미안해.”

슬퍼하는 화원을 보니 마음이 제멋대로 마구 요동쳤다.

“난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데.”

숨김없이 제 마음을 드러내는 그녀가 기억을 잃은 뒤라 그런지 더 여리게 느껴졌다.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그래.”

동하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기억과 감정은 상관없어요.”

화원은 자신 있게 강조했다.

“아니야. 상관있어.”

감정이 사실이란 잔인함 앞에 다양하게 변하는 모습을 그는 유화원을 통해서 지켜보았다. 그의 잘못이었다.

“사랑은 두뇌에서도 관리해. 마음만 알아서 하는 게 아니야.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럴 리가 없어요.”

화원은 어린아이처럼 울려고 했다.

“울지 마, 바보야.”

“…….”

“네가 한 말이야.”

“내가?”

“그래. 내가 사랑할 가치가 없다고 했고 그게 사실이야. 선한 사람은 나 같은 속물에 속아서 사랑할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 못해. 그리고 난 내 자신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아.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내 생존법이야. 너하고 맞는 선한 사람 만나는 게 맞아. 내가 회사 욕심에 널 잡고 있었던 거야. 이번에 깨달았어. 이젠 안 그럴게.”

“…….”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착한 일이야.”

“모르겠어요.”

“뭐가?”

“내 마음이요. 왜 사실을 말해줘도 그대로인지 알 수가 없어요.”

“기억이 돌아오면 돼. 노력하자.”

“그럼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커다란 의문이 크게 자리 잡았다. 그게 정말 행복할까.

“그렇게 될 거야.”

동하의 차가운 얼굴에 왠지 슬픈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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