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현의 콩쥐, 연화
신관 사또로 온 세자, 예
그의 벗 아름다운 남자, 가온
심술궂은 팥쥐, 연지

옛날 조선 땅 경기도 금천현에는 용모와 마음이 꽃보다 고운 연화 아씨가 살고 있었다네.
무심한 아비 류 진사와 간교한 계모 해천댁, 얄미운 이복자매 연지가 그 식솔이라네.
꽃 피는 춘삼월 봄바람 타고 부임한 신관 사또 예, 마을 와서 제일 처음 만난 연화 아씨를 마음에 담았네. 선녀탕에서 목욕하는 연화 아씨를 보고 눈 튀어나올 뻔한 신관 사또, 이제는 아씨를 쫓아다니는구나. 그 애타는 마음 모르고 수치심에 도망만 다니는 연화 아씨, 사또 마음 좀 알아주시면 안 되나?
몰라서 그렇지, 사또는 이 나라 상감마마의 금지옥엽 세자 저하라네. 피 끓는 청춘임에도 여인을 모르던 세자께서 연화 아씨에겐 정신을 차리지 못하시니 이를 어이할까?
더군다나 아름다운 사내 친우 단가온을 사랑의 맞수로 두게 된 우리 사또, 아니 세자 저하 예는 연화 아씨를 얻을 수 있을까? 예는 여러 난관을 헤치고 과연 연화를 빈으로 들일 수 있을까?



* 본문 중에서

이때 어디선가 쏴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계곡이 있는 것인가?
물소리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타는 듯 갈증이 나는 목을 축이고 땀도 닦아 낼 수 있겠다 싶었고, 잘만 하면 계곡을 따라 산을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는 당장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었다. 무성한 숲과 수풀을 지나니 거짓말처럼 탁 트인 하늘 아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줄기가 나타났다. 주변엔 물안개가 가득하여 소리로만 폭포로구나 할 뿐, 좌우 분간이 되지 않았다.
예는 계곡 가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 가득 물을 떠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흐르며 온몸이 짜릿해지자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예는 고맙고 반가운 물을 다시 한 번 떠 마셨다. 그래도 갈증이 남아 그가 세 번째 물을 뜨려고 손을 계곡물에 담그는데, 이 무슨 조홧속인지 물에 그득하여 폭포까지도 가리던 안개가 수면에서 스르르 걷히며 주변으로 물러가는 것이 아닌가. 이제야 폭포를 보겠구나 하고 계곡물을 다시 떠 올리려던 예는 물을 입에 머금으려다 말고 그만 두 눈이 튀어나올 듯 놀라고 말았다.
“꺄악!”
연화라고 놀라지 않았을까. 안개가 걷히자마자 바로 10자(약 3m)쯤 앞에 한 사내가 뚫어질 듯 저를 쳐다보는데 어느 처녀가 태연할 수 있으랴. 연화는 폭포수 소리가 무색하게 소리를 질러 대고 말았다. 그런데도 예는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연화의 드러난 하얀 어깨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빛나는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거기다 지나치게 투명한 수면 아래로 어룽어룽 비치는 맨몸까지 낱낱이. 연화는 최대한 물속으로 몸을 웅크리며 등을 돌렸다. 잠시 멎을 듯 놀랐던 예의 심장이 다음 순간 격렬하게 뛰어 대기 시작했다.

언가 결정해야 할 때 많이 생각하지만 결국은 행동하지 않는,
옳은 일에 대한 사색은 있으나 앞으로 나서지 않는,
끊임없이 입바른 소리를 해 대지만 스스로에겐 너무 관대한,
그런 표리부동한 뇨자.


[출간작]

돌아온 첫사랑
연화 아씨전 1~2
첫눈 속을 걷다 1~2(작가 9인 단편집 中 ‘천년을 흐르다’)
태왕의 신부
매혹의 밸런타인(단편)
성(性)스러운 혼인
상사몽
빈하수 드리우고 1~2
공주 부부 위아래전 1~3


[출간 예정작]

벼랑 끝에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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