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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부적절한 계약결혼 2권 (완결)
안아리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4.21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4,0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error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1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300-52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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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어?”
세하는 자신을 향해 청혼하는 남자를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허리를 똑바로 세운 채, 나른한 표정으로 제게 계약결혼을 권하고 있는 남자는 LK 전자 전무이사 황지혁.
비서실 막내인 한세하가 8년 전 대학 새내기 때 처음 반해,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제 직속 상사이다.
“전무님은, 결혼 상대가 필요하시고, 저는, 빚을 갚을 돈이 필요하니까 잘되었죠.”
“재미있네.”
세하는 자신의 진심을 가슴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애써 표정을 지웠다.
지혁을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연기하는 것.
세하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연습해왔던 일이다.
“저랑 해요, 그 결혼.”
“좋아. 결혼 계약서 준비시키도록 하지.”
황지혁이 LK 그룹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까지 3년.
세하는 마침내 그를 가지려 한다.
단 3년간, 비록 감옥에서와 같은 생활일지라도.
#계약결혼#짝사랑녀#청순녀#상처남#재벌남#냉정남#후회남#재회#선결혼후연애#시월드
2. 작가 소개
안아리
MSG가 듬뿍 담긴 격정적 전개와, 따뜻하고 다정한 엔딩을 추구합니다.
e-mail: arieahn@gmail.com
3. 차례
#Chapter 6. 세하의 남편은 나야. 네가 아니라
#Chapter 7. 쌓여가는 오해
#Chapter 8.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Chapter 9. 지혁의 후회
#Chapter 10. 새로운 시작
#Chapter 11. LK 그룹의 황태자
#외전 1. 세영의 돌잔치
#외전 2. 어느 멋진 날
4. 미리 보기
성준은 제 곁에 선 세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세하가 처음 카페로 들어왔을 때에는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아서 놀랐다. 그래도 성준과 함께 몇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예전의 밝은 모습을 찾은 듯해 다행이었다.
‘계약결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껏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했는데, 여전히 많이 힘든가.’
성준은 세하의 생활에 대해 묻지 않았다. 세하도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고, 성준 또한 그녀의 결혼 생활을 자세히 아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성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가끔 세하를 불러내어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것뿐이다. 더 이상 관여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이 일 때가 있었다.
성준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몇 분만 더 가면 세하의 집에 도착한다. 그 전에 묻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계속 모른 척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런 성준을 세하가 먼저 불렀다. 의아해하는 듯한 눈동자가 투명한 갈색이었다.
깨끗하고 흰 피부가 달빛 아래에서 유난히 부드럽게 빛났다.
옅은 갈색의 긴 생머리가 밤바람에 조금씩 흩날렸다. 쌍꺼풀이 곱게 진 세하의 커다란 눈이 깜박거릴 때마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성준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보다 살이 조금 내린 뺨이 갸름했다. 그래서인지 동그랗고 커다란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도드라졌다.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밤하늘 아래에서 유난히 매혹적으로 보였다.
어딘지 처연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순간, 성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제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감정이 성준의 가슴 안에서 눈뜬 것 같았다.
성준은 제 감정에 스스로 놀라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설마…….’
“오빠,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
세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성준을 살펴보았다. 성준은 입술을 달싹이며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난 기억들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세하가 지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혁 또한 세하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세하에게 운을 뗄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는 오히려 자신의 추측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있었다.
성준은 자신의 짐작을 세하에게 알려주는 대신 그녀에게 자주 연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향해서, 세하가 한순간이라도 마음이 편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
기억은 조금 더 지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지혁의 계약결혼 상대가 세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성준은 정색하면서 그 계약을 반대했다. 세하가 빚 때문이라며 둘러댔을 때에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 갚아주겠다는 얘기까지 하면서 그녀를 말리려고 했다.
정말로 이게 친근한 후배를 대하는 선배의 행동이었을까.
그럴 리 없었다. 성준은 그제야 자신이 세하를 단순한 후배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오히려 이제야 제 감정을 알게 된 것이 어이없을 정도로, 성준의 행동이 나타내는 바는 뚜렷했다.
세하는 성준의 오랜 친구인 지혁의 아내였다. 세하가 결혼하고 나서야 자신의 감정을 깨닫다니. 성준은 황망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혼이 아니라 계약일 뿐이지. 내가 직접 계약서를 썼잖아.’
성준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지혁과 세하는 결코 정상적인 부부라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성준이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것도 늦은 것이 아니다.
세하를 향한 지혁의 마음은 확실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혁은 줄곧 세하를 괴롭게 하고 있었다.
세하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못한 것은 명확했다. 성준은 세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기간이 얼마가 남았든 상관없어. 내가 지켜주면 돼.’
성준은 이를 악물었다. 2년 뒤에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면, 혹은 그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나면 세하는 자유의 몸이 된다.
그는 누구보다도 세하를 활짝 웃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결심을 굳힌 성준이 단호한 표정으로 세하를 바라보았다. 색소가 옅은 세하의 눈동자가 성준을 담고 있었다.
성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하야.”
“……선배?”
그러나 세하를 부른 목소리는 성준의 것이 아니었다. 세하와 성준의 시선이 동시에 그들의 등 뒤를 향했다.
지혁이 팔짱을 낀 채,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혁은 편안한 실내복 차림이었다. 퇴근 후 집에 들러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듯했다.
세하가 놀란 얼굴로 지혁을 향해 말했다.
“선배, 언제 퇴근하셨어요? 일찍 들어오셨네요.”
지혁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야근을 하곤 했다. 열 시도 되지 않았는데 퇴근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꺼냈지만, 지혁의 표정은 줄곧 굳어 있었다.
“계속 강성준과 함께 있었나?”
“네? 네. 성준 오빠가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오랜만? 얼마 전에도 만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그랬죠…….”
잊고 있었지만, 지혁의 말이 사실이긴 했다. 세하는 어쩐지 추궁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우물거리고 말았다.
그러자 지혁의 미간이 조금 더 좁혀졌다.
“왜 전화를 안 받았지?”
“전화요?”
세하는 놀라서 가방을 뒤적거려 휴대전화를 꺼냈다. 진동 모드로 돌려둔 채 가방에 넣어두었던 것이 그제야 기억났다.
부재중 전화가 열 통이 넘게 남아 있었다.
“아, 선배……. 음악 소리가 시끄러워서 못 들었나 봐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지혁이 이렇게까지 세하를 찾은 일은 처음이었다. 혹시 예상치 못한 큰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덜컥 걱정부터 되었다.
“혹시 다치신 곳이 아팠어요?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
지혁은 걱정스럽게 그를 올려다보는 세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다만, 차갑게 굳었던 표정이 조금 풀어진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지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는데, 갑작스레 성준이 끼어들었다.
“황지혁. 내게는 인사도 안 하는 거야? 너무 투명인간 취급인데?”
성준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웠지만 어딘지 날이 서 있었다. 지혁은 단번에 눈썹을 찌푸렸다.
“강성준. 내가 지난번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늦은 시간에 세하를 불러내지 말라고.”
“세하도 나도 성인이야. 일일이 네 허락을 받아야 해?”
“이 시간에 결혼한 사람을 불러내도 된다고 생각해?”
“지혁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성준이 눈에 힘을 주었다. 지혁의 차가운 시선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결혼이 아니라 계약이잖아.”
“…….”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지혁은 분한 얼굴이었지만 막상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고 성준을 노려보기만 했다.
성준이 말을 이었다.
“세하도 편하게 지내야지. 갇혀 사는 것도 아닌데, 나가지도 못하게 하면 갑갑해서 어디 살겠어?”
“나가지 말라고 한 적은 없어. 다만 시간이 늦었으니…….”
“내가 집 앞까지 고이 모셔다드릴 텐데 시간이 늦은 게 무슨 상관이야.”
성준이 피식 웃었다.
세하는 어쩔 줄 모르고 서서 눈을 굴렸다. 지혁도 지혁이었지만, 성준이 지혁에게 이렇게 날을 세우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조심스레 그를 말려보려고 했을 때, 성준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지혁아. 계약대로 해. 계약상의 남편이면 거기까지인 거야. 세하가 누굴 몇 시에 만나든, 네가 상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오빠, 그러지 말아요.”
왜 이런 문제로 지혁과 성준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지 모를 일이었다. 세하가 난처한 얼굴로 성준의 팔을 잡았다.
지혁의 눈길에 그녀의 손 위에 닿았다. 세하는 지혁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성준을 돌려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오빠, 오늘은 이만 헤어져요. 또 연락할게요.”
“그래, 세하야.”
성준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언제든지 연락해. 기다릴게.”
지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들 사이의 얼어붙은 기류를 눈치챈 세하가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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