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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헤어지는 날 3권 (완결)

서은수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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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52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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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선보는 건 아까 끝났어.”
“무슨 말이죠?”
“네가 비서를 달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고.”
KD그룹 김 회장의 하나뿐인 외손녀이자 보수당 정치인을 아버지로 둔 최고의 신붓감, 강혜준.
하나, 베일에 싸여 있던 혜준의 실체는 가족들의 착취구. KD 김 회장에게 금전적 도움을 얻기 위한 도구로써, 제 의지도 미래도 없이 시들어가는 메마른 화분이었다.
KD그룹 김 회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KD에 영입된 서진혁.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하며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 없는 그는, 김 회장의 강권으로 강혜준과의 선 자리에 나갔다.
두 번 다시는 그녀를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만나볼까요?”
“글쎄. 내가 두 손 들고 항복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쫓아다녀보든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혜준은, 본디 제 모습을 찾아 싱싱하게 뿌리 내린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진혁을 향한 호감이 멋대로 가지를 뻗어가, 그녀를 밀어내기만 하던 진혁의 마음을 거세게 뒤흔든다.
문득 진혁은 알아차렸다. 혜준의 저에 대한 호감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일 뿐이라는 것을. 그런 그녀에게 저는 이미 온통 흔들리고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네가 나를 착각 속에 살게 했다면, 나는 그것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나 때문에 웃고, 나 때문에 울다, 네 눈에서 나를 향한 진심 어린 감정이 출현하는 그 순간을 반드시 보고 싶다.’
한 번도 제 뜻대로 살아본 적 없는 여자.
한 번도 제 뜻대로 안 된 적이 없는 남자.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두 세상이 충돌하며 하나가 되어가는데…….
2. 작가 소개
서은수
▣ 출간작
공주, 선비를 탐하다
윈터 블루스
고백의 이유
설렘의 기억
3. 차례
#21. 기울어진 관계
#22. 텅 빈 사랑
#23. 너의 세상은
#24. 헤어지는 날
#25. 사랑스러운 여자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에필로그 3
4. 미리 보기
축 늘어진 여체를 소중히 팔에 감고 침실로 이동했다. 진혁은 혜준을 안은 채 베개가 세워져 있는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앉았다.
“몇 시예요?”
졸음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혜준이 힘없이 물었다.
“잠깐 눈 좀 붙여. 아직 시간 많아.”
“일어나야 하는데…….”
억지로 몸을 일으키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다. 한데도 가야 한다며 몸을 꿈틀거리자 진혁은 혜준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아이를 재우듯 제 몸에 비스듬히 엎드린 그녀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침실은 어두웠으나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밝은 빛이 쏟아졌다. 그 불빛을 통해 혜준의 맨등을 내려다보았다. 손으로, 눈으로, 얼마 전보다 뼈가 더욱 도드라진 상태를 확인하고 허리께로 흘러내린 목욕가운을 어깨까지 올려주었다.
퇴근 후 건성으로 저녁을 때우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손을 뻗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을 놓는 순간이었다. 이러다가 혜준이 부서질까 봐 걱정되면서도 몸은 그와 반대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끝에 이르면 진혁은 항상 어딘가 허전했다. 열기가 식자마자 지친 몸을 일으켜 집에 돌아가는 혜준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 관계도, 하루하루 나빠지는 그녀의 컨디션 역시도 대책이 필요했다.
깜박 조는 것 같더니 금세 깼는지 혜준이 꼼지락거렸다. 기어이 일어날 태세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그녀가 상체를 뒤로 젖히려는 순간 팔에 힘을 주고 막았다. 시도가 무산된 혜준은 작은 숨을 내쉬었다. 가슴 언저리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그 주위가 간지러웠다.
“왜 자꾸 내리눌러요?”
지친 기색의 혜준이 한쪽 뺨을 그의 가슴에 비비며 항의했다.
“가지 말라고.”
“가야 해요.”
“한 시간만 자고 가.”
“할아버지가 늦지 말라고 하셨어요. 집에 가서 할 일도 많고요.”
고민도 없이 돌아오는 고집스러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어 진혁의 미간에 옅은 줄이 그어졌다. 다정한 연인이 되자는 평소의 다짐이 흔들리며 진혁은 제게서 혜준을 홱 떼어내 똑바로 앉혔다.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을 하나하나 따져볼 작정이었는데 막상 허리를 세우고 제 몸에 올라탄 혜준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맨몸에 가운 하나만 흘러내리듯 걸친, 폭설이 쏟아졌던 첫 밤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라 더욱 아찔했다. 당연한 수순인 듯 아래가 뻐근하게 부풀어 올랐다.
미친, 무슨 짐승도 아니고…….
기가 막혀 속으로 실소하는데 혜준이 아래를 흘긋거렸다. 얼굴이 화끈거려 신경질적으로 턱으로 잡고 저를 보게 했다. 머릿속으로는 이대로 혜준을 눕혀 다시 뒤엉키는 광경을 상상하면서도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팔을 내린 그는 고혹적으로 솟아오른 가슴을 노려보다가 활짝 풀어진 가운을 여며주었다. 대화하는 동안 옷깃이 벌어지지 않도록 허리춤에 끈을 묶어 고정했다. 그런 다음 아래에 맨살이 닿지 않게 혜준을 들어올려 엉덩이 선을 따라 가운 자락을 내리고 도로 주저앉혔다.
몸이 들려 양손으로 그의 가슴을 짚었던 혜준은 의아해하며 그를 마주 보았다.
“왜요?”
“요즘 집에서 뭐 해?”
진혁은 날카로워진 시선으로 가까이 마주한 혜준을 바라보았다. 환한 불빛 아래는 아니었으나 퀭한 얼굴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이대로 가다간 성북동 대문 앞에서 재회했던 그때처럼 살이 내릴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제 잘못인 줄 알고 얼마간 혜준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만나면 밥만 먹이고 고이 집에 들여보내기에 바빴는데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수척해졌다. 혹시 불필요한 다이어트를 하나 의심도 했으나 먹는 걸 지켜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스트레스라는 그녀의 주장에, 그 또한 더는 참기가 어려워, 진혁은 다시 혜준을 안으면서도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알아냈다.
“집에 가서 할 일이 많다며? 대체 뭘 하는데 늦게 자는 거야? 아예 못 잘 때도 있어?”
“누가 그런 소릴 해요?”
혜준은 상체를 살짝 젖히며 항의했으나 진혁는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잠을 못 잔다는 게 사실이었네.”
“…….”
“응? 대답 안 해?”
진혁이 독촉하자 혜준은 풀어헤쳐진 그의 가운을 똑같이 잘 여며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가끔요.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책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할 때.”
“무슨 책을 얼마나 읽는데 잠을 못 자? 하루 이틀 일도 아닌 것 같던데.”
“당신은 참……, 모르는 게 없네요.”
추궁이 계속되자 혜준은 그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이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와 진혁은 부드럽게 반문했다.
“내가 뭘 또 아는데?”
“……그냥요.”
잠시 머뭇거린 혜준은 생긋 웃으며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냥, 다 아는 거 같아서요. 보고서랑 기획안도 잘 쓰고. ……아무튼, 잠깐 무리한 거예요. 독서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그냥 두면 세월아 네월아 할 것 같아서 기한을 타이트하게 잡았거든요.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책도 거의 다 읽어가고요.”
언뜻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 같으면서도 얼버무린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그래도 더는 캐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가 굳게 입을 다물자 낌새가 이상했는지 혜준은 선심이라도 쓰듯 다른 질문 할 기회를 베풀었다.
“또 궁금한 게 있나요? 있으면 다 말해봐요.”
“고은해 씨랑 싸웠어?”
첫 번째 주제를 일단 넘어가주기로 한 그는 기다렸다는 듯 최근 이상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부분을 언급했다.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혜준이 고개를 번쩍 들어 부정했다.
“아니요!”
“정말이야?”
“우리가 애들인가요, 싸우게.”
그런데 왜 요즘 고은해 씨 얘기 안 해? 아이돌 관련 행사도 안 가고, 축구 얘기도 안 하잖아. ……고은해랑 놀러 다녀야지. 나한테 와서 자랑하고, 내가 짜증 내면 달래주고, 모든 소소한 일에 흥분하면서 신나게 재잘거려야지.
왜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져? 그렇게 뜨겁게 날 받아주면서 왜 끝나고는 잠깐이라도 옆에 있어주질 않아? 너 최근 들어 계속 이런 식이었어. ……대체 뭐가 문제일까?
속에서 들끓는 의문이 너무 많아 진혁은 오히려 입을 떼지 못했다. 이 중 하나라도 골라 질문을 던졌다가 늘 예상을 빗나갔던 혜준이 저와의 감정을 의심하는 듯한 소릴 한다면 그도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또요. 또 궁금한 거 있어요?”
그래서 진혁은 계속되는 재촉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혜준은 배시시 웃더니 이제 정말 가봐야 한다며 그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남기고 일어났다. 뒤이어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물로 그가 남긴 자국과 체취를 지우고 아침에 집에서 나온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이곳을 떠날 것이다.
문득 홀로 남겨지는 기분이 들어 진혁은 쓸쓸했다. 밤에 연인과 헤어지기 싫은 순간이 찾아오면 청혼해야 할 때라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불쑥불쑥 혜준에게 묻고 싶었다. 너는 나와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 적이 있는지. 혹여 사탕을 처음 맛본 아이처럼 낯설고 달콤한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뒤돌아서서 허무해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묻을 뻔했다.
그러나 그중 하나도 묻지 못한 진혁은 안색이 어두워져 침대 헤드에 머리를 기댔다.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혜준이 잃어버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고 저를 향한 마음이 착각에서 진심으로 바뀔 때까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하지만 끝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느 날 몸에 전류가 흐를 정도로 혜준을 미치게 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면? 지금까지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자각하고 낯선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뜻하지 않은 자문으로 머리가 멍해진 진혁은 고개를 똑바로 세우고 스스로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 다른 상대에게 혜준을 보낼 수 있느냐고. 웃으면서 그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느냐고.
‘……아니!’
정말이지 웃기는 소리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단순한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찢기는 것 같았다. 존재도 하지 않는 미지의 상대에게 미칠 듯한 질투가 솟아올랐다. 강혜준이란 여자는 어디에도 보낼 수 없고 누구한테도 빼앗길 수 없다.
사랑? 그것이 착각이면 어때서?
설사 텅 빈 사랑이라고 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 내가 네게 잃어버린 세상을 보여주고, 네 몫의 사랑까지 전부 돌려주면 되니까.
감정이 격해진 진혁은 고개를 돌려 물소리가 그친 욕실 쪽을 바라보았다. 사지가 약하게 퍼들거렸다. 바보같이……,
너는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어리석은 자만에 빠져 고통스러운 위험을 감수할 뻔했다. 우리가 합법적인 부부가 된다면 너는 의무감 때문이라도 나를 사랑할 텐데. 혹여 진짜 사랑을 찾더라도 그쪽을 버리고 날 좋아해주는 척해줄 텐데.
진혁은 그 정도만이라도 만족스러웠다. 침대에서 일어나 가운을 벗고 욕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의 물기를 짜고 있던 혜준이 놀라서 돌아보았다. 진혁은 절박하게 손을 뻗어 그녀에게 다급히 입술을 포갰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들어차 있었다.
결혼.
그는 이 여자의 남편이 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