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형사와 조직의 보스 이야기.

(사랑, 음모, 복수, 이별 그리고…….)



현실주의자 조지원 형사가 BL이라는 흑범파 조직 내에서 일어난 음모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사고를 낸, 여자는 차기보스의 아내 박하진, 그녀 또한 조직의 음모로 이용당해 음주 인사 사고를 낸 후 조지원과 영혼 체인지를 당한다.
깨어나 보니 지원은 다른 사람 몸에 영혼이 실린 상태였고 자신의 몸은 의식불명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있었는데 더 기가 막힌 건 약혼자가 있는 자신이 유부녀로 둔갑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남편 역할을 할 남자는 자신이 잡아들여야 하는 BL(흑범파)의 차기보스 물망에 올라있는 차태산.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조직의 내분이 생긴 BL은 두 파로 나눠져 있었다.
전용빈 파와 차태산 파.

차기 회장이 되려면 자신의 아내가 필요한 차태산은 몸이 바뀐 조지원에게 그녀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아내가 되어줄 것을 요구 한다.
그러다 자신의 일어난 전모를 알게 된 차태산은 그녀와 함께 전용빈 일당을 조금씩 코너로 밀어 넣고 차츰 복수를 시작한다.

조지원 형사는 그의 아내의 몸으로 그와 투덕투덕 거리며 싸우기도 하고 차근차근 그와 함께 복수를 준비하며 정을 붙이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몸으로 평생 살 수 없기에 식물인간인 자신의 몸으로 체인지 되어 돌아갈 그날을 위해 조금씩 슬픈 이별을 준비한다.

그 후엔…….


바통의 뜻 : 비유적으로, 어떤 지위나 일 따위를 뒷사람에게 넘겨주는 것.


-본문 중에서-


그녀는 줄곧 침대에 기대앉아서 그들을 보며 생각을 해야 했다.
‘왜, 나한테 박하진이라고 할까?’
행수님이라고 하니 그 여자가 자신을 쏘아보고 윽박지르는 남자의 마누라라는 것은 짐작이 가지만 그걸 왜 자신에게 토해놓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디 입이 열렸으면 말을 해봐!”
“음, 글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 어영부영 넘어갈 문제야? 넌,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놨어!”
“식물인간?”
그녀의 입에서 나는 술 냄새에 코를 막으며 물었다.
“윽, 뭐야? 술까지 마시고 운전했던 거야?”
‘내가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손을 들어 입에 대고는 하아, 입 바람을 불어본다.
‘!’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리가……. 내가 당했으면 당했지,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고? 내가 너희 같은 버러지들이라도 다리 맞추려다 머리라도 맞출까 봐, 그럼 내 인생 작살날까 봐, 웬만해선 권총도 안 가지고 다니던 여자였는데, 그런 나보고 뭐?’
“자, 잠깐……. 아, 목이야.”
제 성질에 못 이겨 몸을 일으키려고 하다가 그녀의 말을 안 듣는 아릿한 뒷목 때문에 목을 부여잡고 말을 꺼냈다.
“좋아요. 내가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고 치고, 근데 왜, 나한테 박하진이라고 하죠? 난, 그런 사람 모르는데?” ‘!’
“가지가지 하는군, 이젠 기억상실인가?”
그가 눈을 부라리며 그녀에게 날카롭게 쏘아 말을 꺼냈는데 지원은 그들을 보면서 어이상실 네 글자를 떠올려본다.
‘이 깡패새끼야, 넌 눈이 삐였냐? 난, 너희들 잡아들이는 서울강남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경위야. 눈 내리깔고 얘기해!’
생각했던 말을 큰 소리로 꽉꽉 지르고 싶었으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반말보단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저놈이 자신을 모르니 저리 대드는 거라며 제 자신이 누군지 알면 저리 안 나올 거라고 자신을 다독거리면서 말이다.
“이것 봐요, 차태산 씨.”
“이것 봐요, 차태산 씨?”
‘차태산을 차태산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는데? 나한테 설마, 오야붕이나 보스, 형님소리를 듣고 싶었던 거야?’
“내가 했던 경고 잊은 건가? 그렇게 이혼당하고 싶어? 그럼, 사고를 치지 말고 말로 해, 언제든지 도장 찍어 줄 테니까.”
“아, 정말! 그런 말을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야?”
“그 말은 내가 할 소리야, 일은 누가 벌렸는데 누구한테 따지고 드는 거지?”
“일을 벌이긴 누가 벌려요?”
“박하진!”
“난, 박하진 아니라고!”
참는 것도 한계에 도달하면 착한 사람도 머리가 도는 법이기에 지원은 악악거리며 참았던 소리를 크게 질러댔다.
“!”
차태산 외 덩치들은 빳빳하게 굳은 채 그녀를 바라봐야 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드라이아이스 같은 차태산 앞에선 화내는 것을 자중하며 소리까진 지르지 않던 여자였는데 머리가 정말로 이상해졌는지 소리를 캭캭 내지르고 있었다.
“난, 서울강남경찰서 조지원 경위야!”
“!”
다시 그들은 기함을 해야 했다.
형수가 자신이 경찰이라며 형님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너, 머리를 다쳤다고 하더니 뇌에 이상이 생긴 거 아냐?”
“여기 의사선생! 아께 똑똑히 말했잖여, 검사결과, 이상이 읍다믄서!”
“정밀검사는 받아보셔야 하지만 엑스레이 상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의사의 성의 없는 말에 형성이 응급실 레지던트의 멱살을 잡고는 눈을 치켜뜨며 따지고 들었다.
“그러니께 정밀검사도 안 하고 나한테 괜찮다고 말한 것이여? 시방!”
그 모습을 보던 깔치는 살살 하라며 의사선생 놀란다고 말을 꺼내는데 말리는 시누이가 더 무서운 법이라, 레지던트는 바들바들 떨며 네, 네 란 답만 굽실거리면서 꺼내야 했다.
그녀는 그 모습이 정말로 못마땅했다.
대한민국 경찰관 앞에서 지금 깡패새끼들이 뭐하고 있나, 그런 마음에서였다.
물론, 건장해도 이건 아니다 싶게 건장한 깡패 3명과 맞붙어 싸우자면 자신만 죽어나겠지만 그녀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꿈이니까, 라고 치부해버리니 마음이 금세 편해졌다.
직업 정신이 아무리 투철해도 꿈속에서마저 그들과 한 판 붙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으니까.
“나, 이상한 나라에 왔다고 이건 꿈이라고 누가 말 좀 해 줄래요? 이상야릇하게 쳐다보지 말고 말이죠.”
그녀는 꿈속의 인간들이랑 뭐하냐, 그냥 자자, 하면서 베개를 툭툭 치는데 아까부터 신경에 거치적거리던 손가락을 보게 됐다.
매일 보던 손이 아니었다.
그리고 잘 다듬어진 손톱도…….
그녀는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다.
내 손톱은 귀신 손톱과 거리가 먼데, 이건 뭐지, 란 생각을 가지게끔 길게 다듬어져 있었고 화려한 펄이 들어간 분홍색으로 정성들여 발라져 있었다.
자신의 손을 앞뒤로 뒤집으면서 머리카락도 만져본다.
자신이 붕 날아오를 때 하던 헤어스타일이 분명히 아니었다.
그녀는 짧은 단발, 머리였다.
그런데, 이 여자는 노란 컬러가 들어간 긴 웨이브 머리를 한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오늘 몇 월 며칠이죠?”
“왜, 그러십니까? 형수님?”
깔치의 물음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오늘 몇 월 며칠이냐고요!”
“12월 23일이에요. 사고 나고 하루가 꼬박 지났습니다.”
“근데, 내가 왜 이래요? 거…… 거울 좀…….”
형성이 간호사들을 협박하면서 손거울을 얻어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행수님, 여기있슈.”
“그 형수님이란 소리 집어 치우…… 아아악!”
그녀는 말을 하다가 말고 손거울을 보면서 비명을 질러야 했다.
“내 얼굴이…… 내가…… 왜, 이래요?”
“대갈빡에 구녁 난 것땜시 그러는 거믄 그건 어쩔 수 없다했슈.”
“상처 말고 내 얼굴이요, 내 얼굴이 아니라고요. 이건…….”
“형수님?”
“난, 오늘 분홍점퍼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아, 그 가시나는 간신히 숨만 붙어 있슈. 그러니께…….”
형성은 말을 꺼내다가 줄여야 했다.
행수님, 몇 개월 눈 딱 감고 들어가 살아야 해유, 라고 통보받는 기분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뭐라고요? 나, 아니 그 여자 어디에 있어요?”
“중환자실에 있슈.”
“봐야겠어요!”
그녀가 고함을 치며 제 자신을 봐야 한다고 우기기에 태산은 그녀의 양 팔을 잡고 발악을 막아야 했다.
“왜 이래?”
“봐야겠다고요!”
“진정하라고!”
‘내 몸이 아닌, 얼굴도 모르던 여자 속에 들어앉았는데 내가 진정을 할 수 있냐고.’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내가…… 내가…….”
태산도 그녀가 흥분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해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
제 자신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공포는 무서운 일일 수 있으나 이렇게 발광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변호사를 선임하고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봐서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 깔치를 불렀다.
“깔치야, 변호사 선임해서 합의 봐.”
“네, 알겠습니다.”
지원은 자야 해, 자야 해 중얼거리며 이것은 꿈이라면서 정말 자고 일어나면 꿈에서 깨어날 거라며 침대로 올라가 담요 속으로 몸을 숨겼다.
“박하진?”
“나, 잘 거야. 자고 일어나면 꿈에서 깰 거니까,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하아.”
그의 한숨이 길게 늘어짐을 알아도 그녀는 이불 속에 들어가 한참을 자다가 눈을 떠야 했다.
진통제 약효가 떨어졌는지 수술부위가 욱신거렸는데 통증을 잊고자 어둠이 짙게 깔린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밤이네?’
눈에 보이는 것들을 훑어보니 조용한 1인용 병실이었다.
잠들어 있을 때 병실로 옮겨진 것인지 침대에 누워서 링거를 맞고 있었는데 그녀의 옆에는 차태산이 간이침대에 앉아 환자용 침대에 고개를 묻고 잠들어 있었다.
‘이 남자, 안 갔네?’
그녀는 아릿한 수술부위를 피해 지그시 누르다가 링거 바늘을 뽑고 그가 잠들어 있는 곳, 반대쪽으로 내려가 화장실로 직행했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몸 또한 자신의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자그마한 가슴은 출렁이는 빵빵한 가슴으로 변해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하늘이 무너짐이 이런 것일까,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이런 일을 어찌 표현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그녀의 두뇌는 멈춰버린 듯 모든 생각을 거부했다.
지원은 터벅거리며 화장실 문지방을 넘어 소파에 앉아 멈춰버린 브레인을 재가동시켜 본다.
이 여자의 몸뚱이가 흑범파의 다음 후계자, 부인이라면 현재 박영재 딸이란 소리였다.
그렇다면 흑범파의 비밀을 이 여자의 몸으로 알아내서 한 번에 몰아 검거를 할 수 있다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자신에겐 둘도 없는 기회며 큰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 자신의 몸은 뇌사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 다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지금은 아닐 수 있으나 안 깨어나면 곧 그리 된다고, 그 몸으로 돌아가야 귀중한 정보를 철저히 이용해 쓸 수가 있는 것이라 그녀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내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깨우는 것이 먼저겠지?’
어떻게 해서든 제 자신의 몸에 누워있는 여자를 깨워야 한다는 소리인데 깨워도 문제였다.
그 몸으로 어떻게 돌아가냐는 것이다.
‘눈이 올 때,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최악엔 이대로 잘 알지도 못한 여자의 몸속에 깃들어 살다가 죽을 때가 돼서야 나갈 경우도 생각해 봐야 했다.
‘아아악, 안 돼!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허무하게 다른 몸에 들어가 살아?’
“앉아서 뭐해?”
“!”
차태산, 그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침대에 있어야 할 그녀가 없으니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린 듯, 싶었다.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한다기보다 그녀가 이번엔 무슨 일을 벌일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커서였다.
‘내가 뭐하는 걸로 보이는데, 나도 생각 좀 하자고 그러니 혼자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그래야 너희를 싹 몰아넣고 한 번에 일망타진 하는 조지원 형사될 거 아니겠어?’
그건 그렇고, 어떻게 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야 할지가 더 걱정되고 암담해지는 지원이었다.
‘산타할아버지,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과 거리가 멀잖아요. 주려면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야죠?’
“그 여자 깨어나겠죠?”
“걱정은 되나 보군.”
‘당연한 거 아니야? 그 몸은 내 몸이라고. 돌아가야 해. 내년이면 나, 경감 될 거란 말이야.’
지원은 어서 아침이 오기만을 바라면서 기다렸다.
아침도 굶고 중환자실 면회시간만을 마냥 기다리다가 그곳으로 그와 함께 들어갔다.
제 심정은 타 들어가는데 제 몸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편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너 이렇게 자고 있으면 안 되잖아. 어서, 어서 깨어나!”
지원은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흔들며 어서 깨어나라고 소리 질렀다.
“그만해.”
“환자에게 이러시면 안 돼요. 데리고 나가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그는 죄송하다고 주억이며 지원을 질질 끌고 나가야 했으나 그녀는 나가는 내내 소리 지르며 자신의 몸으로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놔! 야, 어서 눈을 떠! 그 몸은 네 것이 아니잖아. 나한테 다시 돌려달라고!”
“뭐하는 짓이야? 너, 미쳤어?”
“뭐하는 짓으로 보이는데요? 당신 말대로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어. 하지만 정신은 너무 멀쩡하잖아. 그 여자가 그 여자가…… 내 몸을 아아악!”
“박하진!”
“나, 박하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조지원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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