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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검은 비 내리는 사막

세계수 지음동아출판사201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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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썰렁한 집 안에 홀로 앉은 사내를 보고 엘은 하마터면 약병이 든 가방을 떨어트릴 뻔했다. 치료를 요하는 이가 방금 전까지 함께 있던 유샤일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엘은 곧 침착한 얼굴로 테이블 앞에 섰다. 산산조각이 난 마노에 달라붙은 피가 섬뜩하게 붉었다.
“손 좀 보여주세요.”
부서진 장신구에서 아직도 핏방울이 떨어지는 유샤의 손으로 눈길을 옮긴 엘은 소독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 상황에서도 마치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한없이 무심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그가 조금 안타까웠다.
“이 정도로 소란 떨 필요 없어.”
한참이나 엘의 까만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응시하던 유샤가 싸늘하게 말했다. 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아채어 테이블 위에 손바닥이 보이게 놓았다.
“조금 따갑기만 할 거예요. 겁먹지 마세요.”
“하.”
“그러니까 참아요.”
기가 차서 웃는 소리임이 분명했지만, 엘은 우아하게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치료를 시작했다.
유샤는 말없이 한쪽 팔을 탁자에 괸 채 엘을 쳐다보았다. 침착하게 치료하는 엘의 잘생긴 이마에 어스름한 저녁 해가 걸렸다. 자그마한 체구만큼 작은 손이 분주히도 움직였다. 별것도 아닌 상처 하나에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허튼소리가 아니라 제 몫의 일은 누구보다 열심인 게 맞았다. 저를 허술하게 보는 언사에 억울해하던 엘의 표정이 떠오르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가 유샤의 마른 입술을 짧게 스쳐갔다.
-한 음절인 이름 엘이 그렇게 외우기 어렵지는 않을 텐데요.
엘이라고 했지. 유샤는 처음으로 그 이름을 가만히 되뇌었다. 순간 낯설고 간지러운 느낌이 손바닥에서 심장까지 이어졌다. 그래, 넌 얼마동안 모래 구덩이 같은 이 황량함을 잊게 해줄 흥밋거리가 될 수 있을까. 푸른 눈동자에 휘감긴 묘한 기대감은 사막의 밤처럼 차갑고 또 아름다웠다.
유샤는 턱을 괸 채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상처는 어떻습니까?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주저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잠시 후, 그레인이 부탁한 물과 천을 가지고 왔다. 잠깐 유샤의 눈치를 살피던 그는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 듯 엘의 곁으로 갔다.
“고마워요. 다행히 근육이 다친 것은 아니지만 상처에 박힌 마노 조각들을 제거해야겠어요. 거기 있는 작은 집게 좀 주시고 물을 한 번 더 갈아 주시겠어요.”
엘이 꼼꼼한 솜씨로 벌써 절반이 넘는 자잘한 조각들을 상처에서 빼내고 있었다.
“예, 얼마든지요.”
장군께서도 곧 엘 아가씨를 독특한 머리색과 눈동자가 아닌 괜찮은 솜씨의 의원으로 인정하시게 되겠지. 그레인이 흡족한 미소로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물그릇을 가지고 나갔다.
“왜 이러셨어요? 이 상처, 당분간은 여러모로 불편할 텐데.”
대부분의 조각들을 제거한 후, 엘은 구슬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등으로 훔쳤다. 상처 부위는 크지 않았지만 워낙에 작고 투명한 조각들이 많이 박혀 있어 찾아내는데 애를 먹었다. 아무리 그가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몸이라고 해도 상처를 헤집을 때 아픔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유샤는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치료 내내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이 작은 상처로 더 큰 아픔을 잊을 수만 있다면, 이따위는 얼마든지 참아내겠다는 것처럼…….
엘은 나른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득하게 깊고 건조한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그때 내 눈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되는 게 너였을지도 모르지.”
무서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유샤의 음성은 지극히 평온했다.
“그럼 말씀해 보세요. 도대체 제가 가진 무엇이 당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지를요. 이유도 모르고 당하는 건 억울해서요.”
못된 말을 태연스레 하는 유샤의 표정은 여전히 서늘했지만, 첫 만남에서처럼 또렷한 적의는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놀리려는 느낌이 강했다.
엘은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답을 기다렸다.
“그것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의원 아가씨?”
“경우에 따라서는요. 그리고 엘이라고 불러달라는 말씀 드렸을 텐데요.”
드러내어 비꼬는 말투가 심히 거슬렸지만 엘은 최대한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
의원 일을 배우면서 종종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을 본 적이 있었다. 별다른 치료약도 없는 병에 시달리는 그들의 공통점은 마음 안에 아물지 못한 깊은 상처가 있다는 것이었다. 눈앞의 이 얄밉도록 아름답고 섬뜩할 정도로 존재감 강한 사내 역시 그런 상처가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엘은 가만히 두 손을 마주잡았다. 어쩐지 그의 숨은 상처 같은 건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단순히 자신의 경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아니었다. 내밀한 상처까지 알아버리면 이 까칠한 남자에게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쓰게 될지로 몰랐다. 물론 어디까지나 환자에 대한 염려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건 마치 헤어 나오기 힘든 모래 구덩이로 걸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을 입증하듯, 알 수 없는 경고가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엘을 삼킬 듯 쏘아보던 냉랭한 푸른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휘감겼다, 유샤는 상처 입은 손으로 엘의 자그마한 턱을 들어올렸다.
“천만에. 넌 절대 그럴 수 없어.”
아니, 누구도 황량한 사막에 비를 내리게 할 순 없다. 유샤는 빈정거리듯 엘의 새빨간 입술에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그의 입술이 금방이라도 닿을 것처럼 가까웠다. 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매혹적으로 비틀리는 입매를 쳐다보았다. 위험해, 위험해. 경고가 한층 크게 들렸지만 멋대로 입술이 열리고 말았다.
“내일부터에요. 치료는 내일부터 하는 걸로 해요. 그걸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치료를 해보고 나서 말하는 게 좋겠어요.”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의원을 협박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모르시나보죠. 치료 항목에 삐뚤어진 언행도 넣어야겠네요.”
비록 풀 한 포기 살 수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이라도, 걷기로 한 이상 어깨를 펴고 등을 바로 세워 걸어야지. 메이를 다시 만날 그날에도 부끄럽지 않도록.
엘은 그 말을 남기고 다부지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말씀을 나누는 중이셨습니까?”
“상처가 어떤지 살피고 있었어요.”
그레인이 때마침 물을 가지고 돌아오자 엘은 날카롭게 꽂히는 시선을 초연히 외면하며 다시 치료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어떠세요?”
엘이 붕대를 감기 시작하자 그레인이 유샤에게 다가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원래도 지독하게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가 오묘한 광채를 내며 반짝거렸다.
“조금은 뛰었어.”
“네?”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레인을 지나친 유샤의 시선이 엘에게 꽂혔다. 약상자를 다시 챙겨 넣느라 바쁜지 엘은 전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유샤는 난생처음 복수 외의 것에 반응하는 심장을 조롱하듯 꾹 눌렀다.
두근거렸어? 여자의 그 올곧고 똑바른 시선에 잠시 같잖게 뛰었단 말이지. 그건 불쌍할 정도의 착각이 확실해. 복수의 끝에 기다리는 황량한 사막을 눈앞에 두고, 거기에 모든 것이 묻히고 정지되어 버릴 것을 알면서 내 심장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어. 그 사막에서 살아남을 끈질긴 다른 감정 따위를 가르쳐 줄 수 있을 리 없지. 그래, 저 여자 엘이…….
사막의 밤처럼 싸늘한 미소가 유샤의 얼굴에 번졌다.
하지만 엘은 곧 침착한 얼굴로 테이블 앞에 섰다. 산산조각이 난 마노에 달라붙은 피가 섬뜩하게 붉었다.
“손 좀 보여주세요.”
부서진 장신구에서 아직도 핏방울이 떨어지는 유샤의 손으로 눈길을 옮긴 엘은 소독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 상황에서도 마치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한없이 무심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그가 조금 안타까웠다.
“이 정도로 소란 떨 필요 없어.”
한참이나 엘의 까만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응시하던 유샤가 싸늘하게 말했다. 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아채어 테이블 위에 손바닥이 보이게 놓았다.
“조금 따갑기만 할 거예요. 겁먹지 마세요.”
“하.”
“그러니까 참아요.”
기가 차서 웃는 소리임이 분명했지만, 엘은 우아하게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치료를 시작했다.
유샤는 말없이 한쪽 팔을 탁자에 괸 채 엘을 쳐다보았다. 침착하게 치료하는 엘의 잘생긴 이마에 어스름한 저녁 해가 걸렸다. 자그마한 체구만큼 작은 손이 분주히도 움직였다. 별것도 아닌 상처 하나에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허튼소리가 아니라 제 몫의 일은 누구보다 열심인 게 맞았다. 저를 허술하게 보는 언사에 억울해하던 엘의 표정이 떠오르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가 유샤의 마른 입술을 짧게 스쳐갔다.
-한 음절인 이름 엘이 그렇게 외우기 어렵지는 않을 텐데요.
엘이라고 했지. 유샤는 처음으로 그 이름을 가만히 되뇌었다. 순간 낯설고 간지러운 느낌이 손바닥에서 심장까지 이어졌다. 그래, 넌 얼마동안 모래 구덩이 같은 이 황량함을 잊게 해줄 흥밋거리가 될 수 있을까. 푸른 눈동자에 휘감긴 묘한 기대감은 사막의 밤처럼 차갑고 또 아름다웠다.
유샤는 턱을 괸 채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상처는 어떻습니까?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주저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잠시 후, 그레인이 부탁한 물과 천을 가지고 왔다. 잠깐 유샤의 눈치를 살피던 그는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 듯 엘의 곁으로 갔다.
“고마워요. 다행히 근육이 다친 것은 아니지만 상처에 박힌 마노 조각들을 제거해야겠어요. 거기 있는 작은 집게 좀 주시고 물을 한 번 더 갈아 주시겠어요.”
엘이 꼼꼼한 솜씨로 벌써 절반이 넘는 자잘한 조각들을 상처에서 빼내고 있었다.
“예, 얼마든지요.”
장군께서도 곧 엘 아가씨를 독특한 머리색과 눈동자가 아닌 괜찮은 솜씨의 의원으로 인정하시게 되겠지. 그레인이 흡족한 미소로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물그릇을 가지고 나갔다.
“왜 이러셨어요? 이 상처, 당분간은 여러모로 불편할 텐데.”
대부분의 조각들을 제거한 후, 엘은 구슬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등으로 훔쳤다. 상처 부위는 크지 않았지만 워낙에 작고 투명한 조각들이 많이 박혀 있어 찾아내는데 애를 먹었다. 아무리 그가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몸이라고 해도 상처를 헤집을 때 아픔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유샤는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치료 내내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이 작은 상처로 더 큰 아픔을 잊을 수만 있다면, 이따위는 얼마든지 참아내겠다는 것처럼…….
엘은 나른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득하게 깊고 건조한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그때 내 눈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되는 게 너였을지도 모르지.”
무서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유샤의 음성은 지극히 평온했다.
“그럼 말씀해 보세요. 도대체 제가 가진 무엇이 당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지를요. 이유도 모르고 당하는 건 억울해서요.”
못된 말을 태연스레 하는 유샤의 표정은 여전히 서늘했지만, 첫 만남에서처럼 또렷한 적의는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놀리려는 느낌이 강했다.
엘은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답을 기다렸다.
“그것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의원 아가씨?”
“경우에 따라서는요. 그리고 엘이라고 불러달라는 말씀 드렸을 텐데요.”
드러내어 비꼬는 말투가 심히 거슬렸지만 엘은 최대한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
의원 일을 배우면서 종종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을 본 적이 있었다. 별다른 치료약도 없는 병에 시달리는 그들의 공통점은 마음 안에 아물지 못한 깊은 상처가 있다는 것이었다. 눈앞의 이 얄밉도록 아름답고 섬뜩할 정도로 존재감 강한 사내 역시 그런 상처가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엘은 가만히 두 손을 마주잡았다. 어쩐지 그의 숨은 상처 같은 건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단순히 자신의 경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아니었다. 내밀한 상처까지 알아버리면 이 까칠한 남자에게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쓰게 될지로 몰랐다. 물론 어디까지나 환자에 대한 염려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건 마치 헤어 나오기 힘든 모래 구덩이로 걸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을 입증하듯, 알 수 없는 경고가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엘을 삼킬 듯 쏘아보던 냉랭한 푸른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휘감겼다, 유샤는 상처 입은 손으로 엘의 자그마한 턱을 들어올렸다.
“천만에. 넌 절대 그럴 수 없어.”
아니, 누구도 황량한 사막에 비를 내리게 할 순 없다. 유샤는 빈정거리듯 엘의 새빨간 입술에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그의 입술이 금방이라도 닿을 것처럼 가까웠다. 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매혹적으로 비틀리는 입매를 쳐다보았다. 위험해, 위험해. 경고가 한층 크게 들렸지만 멋대로 입술이 열리고 말았다.
“내일부터에요. 치료는 내일부터 하는 걸로 해요. 그걸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치료를 해보고 나서 말하는 게 좋겠어요.”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의원을 협박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모르시나보죠. 치료 항목에 삐뚤어진 언행도 넣어야겠네요.”
비록 풀 한 포기 살 수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이라도, 걷기로 한 이상 어깨를 펴고 등을 바로 세워 걸어야지. 메이를 다시 만날 그날에도 부끄럽지 않도록.
엘은 그 말을 남기고 다부지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말씀을 나누는 중이셨습니까?”
“상처가 어떤지 살피고 있었어요.”
그레인이 때마침 물을 가지고 돌아오자 엘은 날카롭게 꽂히는 시선을 초연히 외면하며 다시 치료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어떠세요?”
엘이 붕대를 감기 시작하자 그레인이 유샤에게 다가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원래도 지독하게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가 오묘한 광채를 내며 반짝거렸다.
“조금은 뛰었어.”
“네?”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레인을 지나친 유샤의 시선이 엘에게 꽂혔다. 약상자를 다시 챙겨 넣느라 바쁜지 엘은 전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유샤는 난생처음 복수 외의 것에 반응하는 심장을 조롱하듯 꾹 눌렀다.
두근거렸어? 여자의 그 올곧고 똑바른 시선에 잠시 같잖게 뛰었단 말이지. 그건 불쌍할 정도의 착각이 확실해. 복수의 끝에 기다리는 황량한 사막을 눈앞에 두고, 거기에 모든 것이 묻히고 정지되어 버릴 것을 알면서 내 심장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어. 그 사막에서 살아남을 끈질긴 다른 감정 따위를 가르쳐 줄 수 있을 리 없지. 그래, 저 여자 엘이…….
사막의 밤처럼 싸늘한 미소가 유샤의 얼굴에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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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야, 107페이지 끝?? 장난해?
il*** | 201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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