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나다 2권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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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0-5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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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저 교수님 안 좋아해요.”

맑고 예쁜 눈으로 조곤조곤 할 말은 다 하는 조교 윤희민.

“……그거참 다행이군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화제가 되어버려 혼자가 좋은 화학과 교수 서지혁.

지혁은 혼자가 편하지만 뭐 하나 흠잡을 구석 없이, 시키기도 전에 조용히 모든 걸 준비해놓는 윤 조교를 마다할 구실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교수실 생활.

사람이 둘이나 있는 공간임에도 귀가 먹먹한 고요가 내려앉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마음이 쓰이고 눈길이 간다.

“교수님은 무슨 말이든 다 그럴듯하고 멋지게 하시잖아요.”

“…….”

“아, 저기 혹시 오해하실까 봐. 저, 교수님…….”

“알아, 싫어하는 거.”

일부러 표현을 조금 고쳐 말한 지혁이 그제야 턱을 들었다.

……쟤가 아니라고도 안 하네.

2. 작가 소개

최수현

필명은 연하늘빛.

다시 생각나고, 또 읽고 싶어지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blog. http://m.blog.naver.com/sparklingcho

▣ 출간작

기다려줄래

그 여름, 나는(2016 리디북스 로맨스 대상 수상)

당신의 자리

취향의 문제

겨울, 또다시

기억하나요

그곳에, 네가

비 내리는 밤

베이비 키스

가을, 만나다

현실의 그대

애인의 조건

결혼할까요?

하트 크러시

라이언 하트

처음 같은 너

3. 차례

4. 미리 보기

저벅저벅. 달밤에 자갈밭을 향하는 걸음이 시조처럼 고요해졌다. 차게 닿는 밤바람에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목적지로 향했다. 멀리 자신의 차가 보이고부터는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그렇다고 전처럼 멀리서 숨을 고른다거나, 지켜본다거나 하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제가 멈춰 있을 때, 남들은 어찌하는지 충분히 보았다. 오늘 새로 깨닫게 된 사실이 머리를 띵하게 울렸다. 어쭙잖은 배려로 지켜나가기엔 희민은 제 눈에만 빛나 보이는 게 아니다. 제게만 예쁘지도, 제게만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그들이 어설프다면 자신은 멍청하다. 어찌 보면 그렇게 당연할 수가 없는데도, 안일함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못 보고 있었다.

“어, 교수님.”

“…….”

그를 발견한 희민이 창가에서 고개를 갸웃대며 웃었다.

철컥, 지혁이 문을 여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쏟아졌다. 부르르 떨리는 어깨를 보자마자 그의 표정이 뒤틀렸다.

“너 뭐 하는 거야? 난방 안 했어?”

“금방 찾을 줄 알고…….”

“…….”

“그, 그런데 못 찾았어요. 아무리 찾아도 그런 게 없어서.”

제 잘못인 양 기가 죽은 그녀를 보며 지혁은 차체에다 이마를 짓눌렀다. 하아, 냉기를 가득 머금은 얼음장 같은 감촉에도 열이 식지 않는다. 일단 문부터 닫고자 차 안으로 몸을 들이는데 희민이 냉큼 옆자리를 비워주었다. 다시 철컥, 뒷문이 닫히는 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꿈틀거렸다.

“지, 짐이 있다 보니까…….”

예고도 없이 다가선 건 그인데, 그녀는 좁은 자리를 미안해했다. 안절부절못하며 변명처럼 상자를 뒤적거렸다.

“여기 말고 차 안을 전부 살펴봤는데 없어서요. 뭐, 뭔지를 모르다 보니까.”

“……그럼 왜 계속 찾고 있었는데?”

“교수님한테 중요한 거라셔서요.”

“…….”

“교수님한테 중요한 거면 어떻게든 찾아드리고 싶어서…… 아!”

지혁이 박스로 손을 뻗다 대뜸 희민의 손을 쥐었다. 그냥 쥔 것도 아니라 전부 덮어 꼭 감싸자 희민이 굳어버렸다.

“교, 교수님.”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흔들리는 눈이 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언젠가 몇 번이고 심장을 그물처럼 죄어왔던 기분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본능적으로 양옆을 살피는 눈마저도 두고 보지 못해 지혁이 실내등마저 꺼버렸다.

“……정말 못 찾겠어?”

“교수님.”

“그쯤 하면 찾을 때도 되지 않았어?”

시골 밤, 그곳에서도 불 꺼진 차 안은 칠흑처럼 캄캄했다. 그 어둠 속에서 지혁의 저음만이 또렷했다. 거기에만 매달려 앞을 헤치고 싶을 만큼 묵직했다.

“……희민아.”

“…….”

쌔근대는 그녀의 숨소리도 어둠 속에서 더 가쁘다. 목소리며 숨소리며, 서로를 향한 모든 소리가 예민해졌다. 지혁은 굳어 있는 그녀의 손을 감당이 안 될 만큼 뜨거운 제 가슴으로 끌었다.

“아직도 모르겠냐고.”

“저, 저는…….”

“이래도 모르는 거면, 넌 정말 조교 자격 없는 거야.”

나직하게 깔리는 그의 음성이 어느 순간 속삭이듯 귀를 스쳤다.

“……그럼 나야 좋겠지만.”

아, 온몸의 떨림을 견디다 못한 희민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에도 보이는 것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 꿈을 꾸는 것만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유도 없이 울컥하게 코끝이 찡해져 몇 번이고 침이 꿀꺽 넘어갔다.

팡, 파앙! 멀리서 두 사람의 적막을 깨며 불꽃이 높이 올라 차 안을 밝혔다. 미약한 빛이나마 저를 향해 눈을 내리깐 지혁의 얼굴을 비추기엔 충분했다. 잠깐이나마 선이 뚜렷한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

불꽃이 사라지고 다시금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그의 얼굴을 지울 수는 없었다. 잔상처럼 눈앞에 남은 지혁은 다음번 불꽃이 오르자 더욱 다가왔다. 셀 수도 없는 불꽃이 밤하늘에 퍼질 때마다, 그는 또 한 뼘 가까워졌다. 숨결이 뒤섞이고, 코끝이 마주 닿아 물러설 곳이 없을 때까지.

“으읍.”

기어이 입술이 닿았고, 더 이상의 조심스러움은 없었다. 희민의 목뒤를 받친 지혁이 고개를 가득 틀어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었다. 제 안의 갈증을 모두 채우려는 것처럼 다급하면서도 애가 탔다. 지금껏 억눌러온 감정이 밤하늘의 불꽃 못지않게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희민아.”

겨우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 서로에겐 키스만큼이나 짜릿했다. 순간의 만족도 잠시, 한번 맛본 입술에 제대로 허기가 진 지혁은 그녀의 턱을 당겼다. 보드라운 입술 너머 늘 그를 끝까지 내몰고 휘두르던 혀를 감았다.

“으읏.”

몸처럼 자그만 혀가 움찔댈 때마다 그의 몸은 크게 반응했다. 아무리 들이마셔도 결코 질릴 것 같지 않은 그녀의 향을 놓치지 않고 빨아들였다. 딱딱한 상자가 등에 닿기 직전 손을 내린 지혁이 부드럽게 희민을 끌어안았다.

“…….”

그녀의 숨결에 제 체취가 섞여 자극적이었다. 지혁이 제 숨소리에 취한 줄도 모르고, 입술이 놓여나자 희민은 창밖의 불꽃으로 눈을 돌렸다. 물론 그가 그걸 두고 볼 리 없다.

“여기야.”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으며 그녀의 고개를 제게로 돌려왔다. 강제는 아니다. 느릿하게 뺨에 닿은 지혁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희민이 몸을 뒤틀었다. 결국 제자리에 돌아오고 만 붉은 입술을 기다린 듯 머금었다.

“……교수님.”

“쉬잇.”

연갈색 눈동자에 비친 마지막 불꽃들이 모두 점멸할 때까지, 지혁은 그녀를 놓지 않았다. 세상에 다시없을 광경을 보듯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제 품에서 떨리는 모든 감촉이야말로, 지혁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다. 천천히 희민의 손을 그러쥔 지혁이 가만히 이마를 맞댔다.

“넌…… 아직도 못 찾겠어?”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묻는 음성은 나른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턱짓에 그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당연하게도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깨닫는 이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직감하기를, 살아가며 그 어느 불꽃놀이를 보게 될지라도 오늘처럼 화려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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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교체 안내]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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