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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오늘 밤에도 당신은 1권

유나리 지음도서출판 가하2021.10.12

판매정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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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 3,000원 |
적 립 금 | : 0원 |
파일용량 | : 459 K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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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51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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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한시준. 나 어젯밤에.”
“……어젯밤에 뭐.”
“너랑 섹스하는 꿈 꿨어.”
성연재단 나세하 이사장의 입맛대로 철저히 키워진 스물셋 나요연. 자신을 버리고 3년 동안 사라졌던 한시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유혹해놓고선 뉴욕으로 도망쳤다.
요연이 일평생 욕망한 것은 성연재단 이사장직과 한시준밖에 없었다. 전부 다 시준에 비하면 하잘것없다.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전부 한시준 잘못이다.
그 천하의 고집불통 개자식 때문이다.
“너 각오해.”
“…….”
“지금부터는 나도 방식을 바꿀 거야.”
갖고 싶은 게 없어 외로움도 모르고 살았던 스물여섯 한시준.
나요연은 모른다. 그가 왜 그녀 앞에서 팔짱을 풀지 않는지. 그가 그녀를 위해 어디까지 했고 무엇을 버렸는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떠나 있었던 3년, 그녀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다시는 나요연의 세계에 한시준 이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 누구도.
손은 잡지만 키스는 하지 않는 관계.
언제든 다정하게 끌어안되 섹스는 하지 않는 관계.
얼핏 보면 자유롭게 선을 넘나드는 것 같지만, 기실 지구에서 가장 엄격한 불문율 아래 뱅글뱅글 제자리만 돌고 있는 두 사람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2. 작가 소개
유나리
취미로는 싫어서 노력껏 열심히 씁니다.
▣ 출간작
그거 고백 아니었는데
악의에 젖다
좋아하는 드라마
욕망을 말하는 게임
황제 해시트
세 번째 상속인
목단에 붉은 이슬 맺혔네
좋아하게 되면 꼭 말해줘 外
3. 차례
#1. 아침이 밝아야 알게 되는 것들
#2. 밤이 깊어야 떠오르는 기억들
#3. 당신은 모르는 이야기(1)
#4. 당신은 모르는 이야기(2)
#5. 예쁘고 나쁜 애
#6. When we were young(1)
4. 미리 보기
“한시준. 나 어젯밤에.”
“……어젯밤에 뭐.”
한발 늦게 되묻고 나서야 시준은 제 목소리가 형편없이 가라앉았음을 깨달았다. 놀란 그가 목을 가다듬으려 잠깐 고개를 돌렸을 때, 요연이 말했다.
“너랑 섹스하는 꿈 꿨어.”
“…….”
입안의 혀가 경련했다.
꿀꺽, 혀 아래 고여 있던 맑은 타액이 멋대로 넘어가며 그의 목젖을 일렁이게 했다. 당황을 갈무리하지 못하고 돌아본 요연은 어느새 새하얀 이불에 가려져 두 눈만 빼꼼 드러낸 채다.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눈빛이 얄밉도록 초연해서, 시준은 꼭 놀림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불에 가려진 입술이 어떤 모양으로 달싹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너랑 섹스하는 꿈 꿨다고.”
“…….”
“그 얘기 하려고 했던 거야.”
깜빡, 여닫힌 눈꺼풀이 순식간에 반달 모양으로 접힌다.
요연은 웃고 있었다. 시준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이 키들거렸다.
묵묵히 지켜보던 시준이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말없이 출입문으로 직행하는 그의 뒷모습을 요연이 어떻게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시준이 화가 났든 안 났든 벌써 흥미를 잃고 잠을 청했을지도…….
달칵.
그가 출입문 문고리를 그러쥐었다.
앞서 당부했던 대로 객실 이중 잠금장치 유무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시준은 방금 제가 이해한 문장에 과연 오해의 여지가 있었던가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한시준.
나 어젯밤에,
너랑,
섹스하는 꿈 꿨어.
너랑 섹스하는 꿈 꿨다고.
요연이 간단하게 내지른 몇 마디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어쩌다 그랬다는 건지.
그런 꿈을 왜 시준에게 말해주는지, 왜 하필 지금에야 일러주는지.
시준은 살벌하게 굳은 낯으로 출입문의 이중 잠금장치를 찾아 채웠다. 철컥……. 기계적인 손놀림에 자물쇠가 맞물렸다.
“…….”
그 행위에 어떤 실수도 없었음을 확인하자마자 그는 사나운 기세로 발을 돌렸다. 홱, 침대로 다가가며 요연을 노려보는 눈빛이 형형했다.
처음부터 순순히 물러설 마음은 없었다. 당연히, 요연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이상.
성큼 한 발을 내디뎠을 때 그는 이미 나요연과 눈이 마주친 뒤였다.
옹송그리는 그녀의 어깨를 보고서야, 지금 제 표정이 얼마나 험악할까 돌이켜본다. 이러지 않으려고 오죽 애를 썼던가?
다정하려고, 상냥하려고, 겁먹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요연이 그를 싫어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도망치고 싶어지지 않게 하려고. 그 긴 시간 숨 쉬듯이 반복해온 습관이었는데도 오늘 밤엔 도무지 쉽지 않았다.
시준의 손이 요연의 목덜미부터 끌어올려 양 뺨을 감싸 쥐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상대가 밀어낼 틈 없이 입술을 부딪치면서, 닫히는 틈새로 짓씹는다.
“나도.”
시준도 그런 꿈을 꿨었다.
하지만 아니, 설마 어젯밤뿐일 리는 없다.
이 입술을 자근자근 씹고 벌리고 그 안에 담긴 것까지 모조리 빨아들여서, 숨에 차 헐떡이는 요연의 얼굴을 꿈에서 만난 지는 사실 아주 오래되었다.
무릎으로 이불 위를 기어가 성급하게 손을 뻗고, 얇은 원피스의 어깨끈을 낚아채 주르륵 끌어내리고, 무릎 아래 손을 끼워 넣고, 치맛단을 걷어내고, 키스하고, 귓불을 깨물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을 빗어내리고, 목덜미에 코를 박아 향기를 맡고, 동그랗게 드러난 가슴을 움켜쥐고, 꼬집고, 깨물고, 이를 세우고, 빨아들이고.
그런 꿈을 수도 없이 꿨었다. 시준은.
“내가 꿈에서 어떻게 해줬는데?”
입술을 채 떼어내기도 전에 그가 물었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한번.
“아침에 깨어났을 때 아쉬웠어? 안심했니?”
그러나 질문보다는 으름장을 놓는 투에 가까웠다. 그러고도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해 연신 좌우로 입술을 쓸었다. 그 또한 간지럽혀 애를 태우기보다는 서두르지 않으면 다시 씹어 삼키리란 경고가 확실했다.
문득 요연이 손가락을 들어 그들의 입술 사이에 걸쳤다. 검지로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벌려보았다가 튕기듯 놓아주면서 몽롱하게 말했다.
“그냥.”
‘그냥’이라고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은 어쩐지 짜증에 흠뻑 젖어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앞에 두고 으레 체념하는 말투. 이상하게 여긴 시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요연의 속을 가늠하려 했지만, 그녀의 대답이 더 빨랐다.
“내가 네 동생이었어도 네가 이럴 수 있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
“…….”
그러면서 고개를 뒤로 빼 손쉽게 떨어져 나가며 눈으론 시준을 사르르 훑었다.
그래봤자 시준의 손에 뒤통수를 기댄 채 한 뼘이나 멀어질락 말락 한 거리였다. 요연은 그 위에 편안히 늘어져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피워올렸다.
비웃음이다.
“아마 못 그랬겠지, 평생. 너는 세상에 무서운 게 너무 많으니까.”
“……도대체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거야.”
시준의 한쪽 눈썹이 까딱 들썩였다. 우습지만 오늘 마신 몇 잔의 샴페인 덕분에 인내심을 다잡았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을 술기운에 저지른 철없는 실수 따위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 요연은 절대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씨근덕대는 숨을 삼키며 그가 물었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아니?”
요연은 망설임 없이 반문했다.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냔 타박이다. 반드시 후회하고 말 것이라면서.
“술 깨기도 전에 후회하겠지. 너도, 나도.”
“그런데 왜 건드려.”
“때릴 순 없어서?”
“못 때릴 건 뭔데, 네가 나를.”
그가 실소를 터뜨렸다. 피식 웃는 낯으로 쌀쌀맞게 덧붙인다.
“네가 나 죽여도 난 후회 안 해.”
그새 들끓은 분노가 머릿속을 아프게 뒤흔들었다.
시준은 오늘 요연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진 눈물 한 방울도 핥아먹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꿈속에서 만난 요연을 다시 흐느껴 울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미 후회를 염두에 두었다는 그녀와 첫 번째 밤을 보내지는 않겠다고.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
“말해.”
그때 요연은 시준처럼 상대방의 몸에 부대끼고픈 욕망을 억누르느라 주먹을 움켜쥐지도, 타들어가는 입술에 혀를 내밀어 축이지도 않았다. 다만 어떤 각오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흘긋 그의 상체를 훑었다.
너른 어깨와 단단한 가슴을 지나, 바짝 힘이 들어간 팔뚝의 힘줄을 상상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도톰하게 부어오른 입술이 좁은 폭으로 달싹거렸다.
“나는……, 처음은 너랑 하고 싶더라고.”
“…….”
“기왕이면…….”
맹랑한 소리를 한다. 제 눈앞에 붙어 있는 남자가 지금까지 뭘 참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시준은 잠시 할 말을 잊고 형형한 눈초리만 빛냈다. 계속 요연이 속삭였다.
“조만간 우리 엄마 등쌀에 떠밀려 다른 남자랑 약혼할지도 모르지만?”
“…….”
“근데 너보다 걔가 더 잘하면 어떡하지……. 그럼 진짜 후회할 것 같은데…….”
말꼬리를 빙빙 늘려가며 시준의 속을 긁는 속셈이야 뻔하다.
그가 돌아버리는 꼴이 보고 싶다는 것이지. 시준은 기꺼이 요연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별수 없다. 한시준을 천하에 둘도 없는 개자식으로 만들거나, 대단한 성인군자인 척 연기하게 만드는 이는 결국 나요연뿐이다.
“웃기지 마.”
툭, 그가 요연의 뒤통수를 받치고 있던 손을 빼내 그녀의 쇄골 아래를 밀쳤다. 이불 위로 풀썩 쓰러지는 소리에 실낱같던 이성마저 날아가버린다. 꼭꼭 숨겨왔던 새된 목소리가 제멋대로 잇새를 비집고 나왔다.
“네가 진짜 내 동생도 아닌데 내가 그 꼴을 봐줄 것 같아?”
“봐줄 것 같아.”
위협에 가까운 억양에도 요연은 전혀 쪼그라들지 않았다. 침착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여느 때와 같이 비아냥거렸다.
“너 여태 보고만 있었잖아. 앞으로라고 뭐 달라지겠어?”
“……네가 못 보는 곳까지 보느라 고생했지.”
드러누워서도 꼿꼿한 그녀를 보자 정말로 꿈이 아닌 현실임이 느껴졌다. 시준의 입술은 또다시 비스듬한 호선을 그려냈다.
“기다려. 안 그래도 주말 사이에 기사 터지게 손써뒀어.”
“강 대표?”
요연의 눈빛이 달라졌다.
함초롬한 눈에 언뜻 기대감이 스친다. 깨질 듯 연약한 그녀의 소심함이 시준의 마음까지 약하게 만들었다. 그는 조금 누그러진 고갯짓으로 대꾸했다.
“꼭 여자 문제 아니어도 잘못한 게 많더라고. 내가 이사장님이라면 쪽팔려서라도 사위로는 못 삼아. 걱정하지 마.”
“……그래도 똑같아. 우리 엄만 다른 남자 찾아올 거야.”
가만 생각하던 요연이 넌지시 시준의 시선을 피했다.
나 이사장의 결단력 앞에서 요연은 너무 쉽게 굴종하곤 했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준도 단지 하룻밤을 얻기 위해 입에 발린 약속을 남발하는 취미는 없었다.
“안 똑같아.”
“어떻게? 너랑 나랑 한번 잔다고 해서 네가 아저씨 아들이 아니고 내가 우리 엄마 딸이 아닌 게 되기라도 해?”
네까짓 게 잠자코 있지 않으면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고, 다그치는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준은 넥타이 매듭에 손을 밀어 넣었다. 손목을 꺾어 끌러내 옆으로 내던지고 웃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요연이 그를 겁내지 않도록 띠는 다정한 미소가 새삼스러웠다. 하루가 멀다고 카메라 앞에서 방긋대는 일이 일상인데도 한순간에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는 뚫어져라 요연과 눈을 맞춘 채 입가에서 서서히 미소를 지웠다.
“네가 오늘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
“너는 그걸 후회하게 될 거야, 나랑 잔 게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