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웃기고 있네. 요새 그딴 게 어딨어?

* * *

다급한 손짓으로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속옷을 끄집어 내린다. 윗도리 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속가리개를 밀어붙인 손으로는 봉우리를 아프게 움켜쥐고 비틀어댄다. 좀 부드럽게 해보란 말이다!
내 입술을 빨아들이는 그의 입술에조차 소독약 냄새가 배 있는 것 같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이렇게 서두르다 또 저 혼자만 재미보고 끝내려고?
어떻게든 진정시켜 좀 천천히 가게 해보려도 이미 늦었나 보다. 어느새 잔뜩 세워 파고들어서는 혼자 급해 난리다. 난 아직 준비도 다 안 됐는데. 그래도 그사이에 조금 흘러 주어 아플 정도는 모면했다. 나의 빠른 반응이 다행이려나? 아님 나도 너무 굶주렸다 티 내는 건가?
조여 주면 더 빨리 끝나곤 해서 이번엔 잠자코 있었더니 혼자 이리저리 노력을 해보는 것 같은데……. 나는 이제야 슬슬 발동이 걸릴까 말까 하는 참에 위의 그가 움직임을 딱 멈추더니 부르르 떤다. 끝이다, 또. 입맛만 버렸다. 그래도 그런 내색 않고, 내게 무너져 내린 그를 그저 꼭 안아 준다. 괜히 그 잘난 자존심 상하지 않게끔.


-본문 중에서-

나는 원래가 속물이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른바 명품 백에 옷에 구두라는 걸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다녔다. 그때는 돈 걱정이란 게 뭔지 모르고 살았거니와 엄마를 조르지 않아도 대학 입학 선물로 알아서 사준 것이기도 했다. 아직 아빠가 건재하실 때였고 세칭 일류라는 대학에 척 들어간 딸내미였으니 주변에 자랑할 재미로 기분이 좋으실 만도 했다.
거기다 인물 좋은 부모 사이에 태어난 덕으로 성형수술 같은 거 없이 생 얼굴에 생 몸매로도 남자들의 뭇시선을 쉬이 끌곤 했으니 여러모로 자만에 빠진 속물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여자로서 한창 때라는 막 피어나는 꽃송이 같았을 때였다.
그랬다. 나는 그렇게 나의 단 한 번뿐인 화려한 스무 살, 아니, 그 빛나던 20대를 지극히 속물적으로 날려 버렸다.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따위 후회는 하지 않게 해볼 수 있을까? 흐흐, 오유나, 차라리 판타진지 환상인지 그런 걸 쓰시지? 툭하면 과거로 돌아가 깨어나거나 여차하면 다른 몸으로 환생하거나 하는. 왜? 인생에 후회 따위는 하지 않고 살겠다더니?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계란 한 판’이라는 비유로 회자되기 시작하던 서른이라는 나이. 서른, 서른이라. 30년. 오래 산 건가? 아직 젊은데? 아직도 마음은, 생각 속에서는, 그저 스무 살 같은데. 그때까지만 해도 왜 그렇게 얼른 나이가 들었으면 했었던지. 그리고 지금은 또 왜 이리도 나이 먹어 간다는 게 서럽고 초조한 건지? 응? 서럽다고? 서러운, 서른?
아니다, 아니야. 나 아직 20대야, 20대라고. 서양식으로, 만(滿)으로 따지면 아직 20대 맞잖아? 에이, 추접스럽다, 오유나. 부디 더 다른 추접은 떨지 말기를. 나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 뻔해 얼른 정신을 차려 본다. 괜히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맬라. 아직 그가 내 위에 ‘늘어져’ 있고 내 팔은 그의 그다지 넓지 않은 등허리를 감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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