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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보통의 날들 2권

백일몽 지음로망띠끄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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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내가 가는 이 길이 제대로 된 길이 맞는 것일까.
혼란에 빠져 있는 내 인생의 오전 9시 즈음, 그를 만났다.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 15시간은 정열이 되었다.
-이한이
어떻게 살아야 의미가 있을까.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가. 사람들은 나에게 뭘 원하는 것일까.
그저 의미 없이 살아가던 내 인생의 오전 10시 즈음,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 14시간은 열정이 되었다.
-조성찬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진정한 사랑은 가져본 적이 없는 육식남의 탈을 쓴 성찬과 백여우의 탈을 쓰고 있지만 조금은 어설픈 한이의 서로를 채워가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본문 중에서-
“사랑해요.”
갑작스런 한이의 말에 성찬은 팔에 살짝 힘을 풀며 한이의 상체를 조금 떨어뜨렸다.
“정말 많이 사랑해요.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
“이제 내 삶에서 조성찬이 없는 건 상상할 수가 없을 만큼 사랑해요. 속상해도 사랑할 거고, 아파도 사랑할 거고, 힘들어도 사랑할 거예요.”
한이의 직구 공격이 정확하게 성찬의 가슴에 꽂혔다.
“그래. 넌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돼.”
가만히 한이의 옅은 눈동자에 까만 눈동자를 고정한 채 성찬의 나직한 말이 이어졌다.
“속상하게 하지도, 아프거나 힘들게 하지도 않을 거야. 하루하루 더 많이 사랑할게.”
그렇게 한 사람을 가득 담은 두 사람의 눈동자는 서로 다른 빛을 띠고 있었지만 어느새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었다.
[미리보기]
“와. 벌써 삼회라니.”
넓은 소파이지만 성찬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앉은 한이는 커다란 화면을 보며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제작사의 입장에서 보면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죠?”
한이는 이제 제법 화면으로 보이는 자신의 얼굴에 적응을 한 듯 제법 크게 한이의 얼굴이 나오고 있음에도 무심히 바라보며 성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글쎄.”
“글쎄? 제작사의 입장이라 그런지 점수가 참 짜네요.”
한이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그런 성찬이 야속하다는 듯 장난스레 중얼거린 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한이는 잘 모르고 있지만 한이에 대한 문의가 방송국으로 자주 온다고 들었다. 그저 케이블 방송이라도 방송의 힘인가 보다, 라고 느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엔 좀 더 괜찮은 부분으로 말이다. 성찬이 보기에는 아마 곧 한이는 유명세를 치르며 그럴싸한 일들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킹 스튜디오 아삭 팀장 이한이, 이것보다 브라보 마이라이프라는 프로그램에 식공간 전문 패널로 출연한 이한이 라는 타이틀이 아무래도 한이의 이름에 무게를 더 실어줄 것이다. 네임밸류라는 것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화면에 비치는 한이의 얼굴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자신 또한 새삼 한이를 쳐다보게 될 만큼 말이다.
거기다 지금 방송에 나오는 한이의 의상은 조금, 뭐랄까. 자극적인 느낌이 있었다. 한이의 여리여리한 몸매를 부각시키는 레이스 소재의 검은색 원피스는 안쪽에 베이지 색의 천이 덧대어져 있는 듯했지만 언뜻 보면 속이 훤히 비치는 것처럼 보이는 옷이었다.
아마 이 방송을 보는 모든 남자들이 저 원피스 안의 한이의 몸매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흠.”
괜스레 심기가 불편해진 성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거기다 저 아찔한 구두는 무엇인가. 한이의 다리라인을 그대로 살려 무척이나 관능적으로 보였다.
“저 옷, 누가 입힌 거지?”
제법 투박하게 나간 말투였지만 한이는 화면에 집중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프로그램 전속 스타일리스트가요. 다른 여자 패널들은 다 준비하고 와서 저만 담당해줘요. 나이도 나보다 어린데 어찌나 착한지. 나만 해줘서 그런지 되게 예쁘게 잘해줘요. 예쁘죠?”
“옷이 별로군.”
“네?”
그제야 시선을 화면에서 떼어 성찬에게 돌린 한이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까만 눈동자를 화면에 고정하고 있는 성찬을 바라보았다.
“안 예뻐요? 난 맘에 드는데.”
“예뻐. 예쁘긴 한데, 남들 다 있는 데서 입기엔 부적절한 것 같군.”
“응?”
한이는 성찬이 하고자 하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아 의아한 듯 눈만 깜빡거리다 곧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남들 다 있는 데서 입기에 부적절하다라. 그 말인즉, 본부장님 앞에서만 입어라?”
“그럼 좋지만 돌아다니면 자연히 타인들의 눈에 뜨일 테니 아예 안 입는 게 나을지도.”
“흐응. 저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단 거잖아요.”
“그런가?”
성찬은 듣고 보니 의외로 한이가 핵심을 잘 집은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한이를 바라보았다. 근데 어째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야릇하기 짝이 없다.
“뭐지, 그 시선은?”
“조성찬 본부장님.”
“음?”
갑자기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실눈을 뜨고 자신을 응시하는 한이의 모습에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하고 말았다. 뭔가 들키면 안 되는 것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그건 바로 질투라는 감정입니다. 그것도 소유욕을 감춘 채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무척이나 광범위한 질투.”
“질투?”
“네. 질투요.”
단호하게 말을 이어가는 한이를 보며 성찬은 질투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에 빠졌다. 질투라 함은 사랑하는 이성 사이에 또 다른 이성이 끼어들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굳이 정리하자면 자신이 하는 이 감정이 질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성찬이다.
가끔 이렇듯 새로운 감정에 대해 진지한 고찰에 빠지는 성찬을 보고 있자면 새롭기도 한 반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쉬운 감정에 대해 저렇듯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이라니.
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은근 귀엽다니깐.”
“내가?”
성찬은 깔깔거리며 웃다 갑자기 내뱉는 한이의 말에 이번에는 정말 놀란 표정으로, 하지만 한이가 보기에는 여전히 별다른 변화가 없는 얼굴이었지만, 한이를 바라보았다.
“풉. 내가 보기에 그렇다구요. 뭐.”
“이젠 날 놀리려 드는군.”
성찬은 짐짓 얼굴을 굳히며 말을 해 보았지만 이미 한이는 키득거리며 다시 시선을 TV로 돌린 뒤였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모습에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아. 난 저 원피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데. 본부장님이 입지 말라고 하니 안 입어야지, 뭐 어쩌겠어요.”
짐짓 과장스러운 말투로 성찬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한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게 바로 행복인가 싶은 성찬이다. 딱히 정의할 순 없지만 이렇게 가슴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감정을 느끼자 뇌리 한구석에서 스쳐가는 단어가 바로 행복이라는 단어였으니 말이다.
성찬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한이의 뒷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갑작스런 손길에 놀란 듯 개구지게 웃고 있던 한이가 표정을 지우며 시선을 성찬에게 돌렸다.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무척이나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이의 고개를 자신에게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이한이 선생님.”
낮게 울리는 기분 좋은 저음에 콩닥 이는 심장을 고스란히 느끼며 어느새 가까워진 성찬의 얼굴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한이다.
“미흡한 제자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으니 마땅히 강의료를 드려야지 않겠습니까.”
“뭐 줄 건데요?”
이내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한이를 보자니 또다시 웃음이 나는 성찬이다.
“일단 받아보시고 부족하다 싶으시면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응? 이상한 거면 안 받을 거, 읍.”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며 말을 이어가던 한이는 곧 자신의 입술을 머금는 성찬의 행동으로 인해 말이 끊기고 말았다.
곧장 한이의 입술 안으로 들어온 성찬의 혀는 한이의 혀를 휘감아 올리며 마치 자기의 것인 냥 그녀의 입 안을 휘저었다. 서로의 단 입술을 그렇게 느끼던 두 사람은 잠시 숨을 쉴 만큼만 떨어졌다가 다시 서로를 파고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한이는 팔을 들어 성찬의 목을 감싸 안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한이의 온몸이 성찬의 온기에, 성찬의 손길에, 그리고 성찬의 느낌에 반응을 하고 있었다.
한이가 제법 적극적으로 성찬의 목을 감아오며 반응을 보여서일까.
성찬은 자유로운 한 손을 들어 한이의 얼굴을 감싸고 쓰다듬으며 어루만졌다. 뒷목을 쓰다듬던 손을 어느새 등을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한이의 입술을 점령하고 있던 성찬의 입술이 마침내 떨어졌다. 서로를 응시하는 눈길에 묘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가 이 말 했던가?”
몽롱한 듯 한 한이의 눈동자와 묘한 열기를 품은 까만 눈동자가 오롯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사이로 나직한 성찬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집에 발을 들인 여자는 네가 처음이라고.”
“거짓말.”
“음?”
단 한순간의 기다림도 없이 자신의 말을 반박하는 한이로 인해 성찬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단호하게 나온 말에 성찬은 순간 자신이 정말 누군가를 데려왔던가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를 집에 들인 것은 한이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있었나?”
극히 사적인 공간에 누군가를 들인다는 것. 사실 성찬에게 그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에 타인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을 내어준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성찬이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여자가 아니에요?”
“아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뒤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한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자꾸만 날 놀리려 드는데 그러다 혼나서 울지나 마.”
“어머? 여자를 울리는 남자는 매력 없어요.”
“남자를 놀리는 여자도 매력 없지.”
“흐응.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눈을 가늘게 뜨며 성찬의 목을 감았던 손을 풀고 양 손으로 성찬의 볼을 감싼 한이는 서로의 입술이 닿을 듯 말듯한 거리에서 멈춰서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전에 강의료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 넘어가야지 않을까요?”
그리곤 곧장 마치 고양이가 우유를 핥듯 성찬의 입술을 야금야금 핥기 시작하는 한이다.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한이의 등에 올렸던 손에 불끈 힘을 주게 된 성찬이다.
들어올 듯 말 듯 감질나게 입술 주변을 배회하는 한이 덕에 잔뜩 곤두서게 된 성찬은 한이의 뒷목을 잡아 자신에게 당기며 집어 삼키듯 한이의 입술을 다시 머금었다. 마주 닿은 상체의 울림으로 한이가 쿡쿡거리며 웃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은 잔뜩 곤두서게 해 놓고 이렇게 여유로운 모습이라니.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 성찬은 오기가 발동해 한이의 입술을 집요하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부드러운 한이의 입 안을 헤집으며 늘씬한 한이의 상체를 쓰다듬고 있자니 어째 성찬만 자꾸 더 안달하게 되는 듯하다.
“하아.”
그렇게 긴 키스가 끝나고 여운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이 떨어지고 보니 어느새 한이는 푹신한 소파에 등을 대고 누워 성찬에게 깔려 있는 상태였다.
어느새 아랫배에서 묘하게 치고 올라오는 열기에 자꾸만 나른하게 늘어지려는 한이는 나른한 시선을 성찬에게 주며 부어오른 입술을 열었다.
“어째 배움에 감사하는 강의료 치고는 좀 부족한 것 같지 않아요?”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하는군.”
무심한 성찬의 말에 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부어오른 자신의 입술을 자신도 모르게 조심스레 핥았다. 아까 키스에 집중했을 때 성찬의 이에 부딪힌 듯 조금 쓰라렸다.
하지만 아마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줄 알았다면 그리 쉽사리 입술을 핥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찬에게는 무척이나 유혹적인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강의료가 부족하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아나?”
“네?”
훨씬 더 낮아진 성찬의 목소리에 뭔지 모를 은밀함이 느껴져 한이는 어쩐지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까만 눈동자는 훨씬 더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또다시 아랫배에서부터 묘한 열기가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열기를 감춘 무심한 눈으로 한이를 내려다보던 성찬은 손을 들어 한이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불초한 제자에게 그 말은.”
점점 쓰다듬는 손길이 은밀해지며 얼굴선을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심오하게 들리는데, 선생님은 어떠신지.”
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뻣뻣하게 경직시키며 숨을 들이 삼켰다. 쇄골 주변을 배회하는 손길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전!”
한이는 싫지 않은 묘한 기분에 기대가 되는 한편,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놀란 성찬의 눈동자가 느껴졌다.
“단순한 사람이라 심오한 뜻 따위는 없어요. 그러니깐, 저기.”
일단 되는대로 내뱉고 보자는 듯 말끝을 흐리며 웅얼거리는 한이를 보자니 김이 새는 듯 피식 한숨이 나오는 반면 어물거리는 한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조금 더 놀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말 도망이라도 갈까 봐 이쯤 하기로 한 성찬이다.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여우 짓을 해 놓고 저
렇게 말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성찬 자신의 욕망 따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뭐, 그럼 강의료가 충분했다는 걸로 받아들이지.”
여전히 무심한 듯 중얼거리는 성찬이었지만 어쩐지 짓궂게 느껴져 눈을 가늘게 뜨며 탐색하듯 살피던 한이는 곧 자신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는 성찬을 바라보았다.
“집 주인도 앉아 있는데 계속 누워 있는 건 뭐지?”
“어머.”
성찬의 이어진 말에 한이는 곧 정신을 차린 듯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입술을 비죽이며 제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분명 성찬이 자신을 위해 그만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긴 하다. 그 정도도 모르고 순진한 척하기엔 어느덧 한이의 나이도 무시 못 할 만큼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심이 되는 반면 문득 올라오는 이 아쉬움은 무엇인지.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한이는 한숨을 푹 쉬며 흘러내리는 머리를 귀 뒤에 꽂은 뒤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어느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히 화면을 응시하는 옆에 앉은 성찬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말이다.
혼란에 빠져 있는 내 인생의 오전 9시 즈음, 그를 만났다.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 15시간은 정열이 되었다.
-이한이
어떻게 살아야 의미가 있을까.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가. 사람들은 나에게 뭘 원하는 것일까.
그저 의미 없이 살아가던 내 인생의 오전 10시 즈음,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 14시간은 열정이 되었다.
-조성찬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진정한 사랑은 가져본 적이 없는 육식남의 탈을 쓴 성찬과 백여우의 탈을 쓰고 있지만 조금은 어설픈 한이의 서로를 채워가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본문 중에서-
“사랑해요.”
갑작스런 한이의 말에 성찬은 팔에 살짝 힘을 풀며 한이의 상체를 조금 떨어뜨렸다.
“정말 많이 사랑해요.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
“이제 내 삶에서 조성찬이 없는 건 상상할 수가 없을 만큼 사랑해요. 속상해도 사랑할 거고, 아파도 사랑할 거고, 힘들어도 사랑할 거예요.”
한이의 직구 공격이 정확하게 성찬의 가슴에 꽂혔다.
“그래. 넌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돼.”
가만히 한이의 옅은 눈동자에 까만 눈동자를 고정한 채 성찬의 나직한 말이 이어졌다.
“속상하게 하지도, 아프거나 힘들게 하지도 않을 거야. 하루하루 더 많이 사랑할게.”
그렇게 한 사람을 가득 담은 두 사람의 눈동자는 서로 다른 빛을 띠고 있었지만 어느새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었다.
[미리보기]
“와. 벌써 삼회라니.”
넓은 소파이지만 성찬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앉은 한이는 커다란 화면을 보며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제작사의 입장에서 보면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죠?”
한이는 이제 제법 화면으로 보이는 자신의 얼굴에 적응을 한 듯 제법 크게 한이의 얼굴이 나오고 있음에도 무심히 바라보며 성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글쎄.”
“글쎄? 제작사의 입장이라 그런지 점수가 참 짜네요.”
한이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그런 성찬이 야속하다는 듯 장난스레 중얼거린 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한이는 잘 모르고 있지만 한이에 대한 문의가 방송국으로 자주 온다고 들었다. 그저 케이블 방송이라도 방송의 힘인가 보다, 라고 느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엔 좀 더 괜찮은 부분으로 말이다. 성찬이 보기에는 아마 곧 한이는 유명세를 치르며 그럴싸한 일들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킹 스튜디오 아삭 팀장 이한이, 이것보다 브라보 마이라이프라는 프로그램에 식공간 전문 패널로 출연한 이한이 라는 타이틀이 아무래도 한이의 이름에 무게를 더 실어줄 것이다. 네임밸류라는 것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누가 봐도 화면에 비치는 한이의 얼굴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자신 또한 새삼 한이를 쳐다보게 될 만큼 말이다.
거기다 지금 방송에 나오는 한이의 의상은 조금, 뭐랄까. 자극적인 느낌이 있었다. 한이의 여리여리한 몸매를 부각시키는 레이스 소재의 검은색 원피스는 안쪽에 베이지 색의 천이 덧대어져 있는 듯했지만 언뜻 보면 속이 훤히 비치는 것처럼 보이는 옷이었다.
아마 이 방송을 보는 모든 남자들이 저 원피스 안의 한이의 몸매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흠.”
괜스레 심기가 불편해진 성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거기다 저 아찔한 구두는 무엇인가. 한이의 다리라인을 그대로 살려 무척이나 관능적으로 보였다.
“저 옷, 누가 입힌 거지?”
제법 투박하게 나간 말투였지만 한이는 화면에 집중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프로그램 전속 스타일리스트가요. 다른 여자 패널들은 다 준비하고 와서 저만 담당해줘요. 나이도 나보다 어린데 어찌나 착한지. 나만 해줘서 그런지 되게 예쁘게 잘해줘요. 예쁘죠?”
“옷이 별로군.”
“네?”
그제야 시선을 화면에서 떼어 성찬에게 돌린 한이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까만 눈동자를 화면에 고정하고 있는 성찬을 바라보았다.
“안 예뻐요? 난 맘에 드는데.”
“예뻐. 예쁘긴 한데, 남들 다 있는 데서 입기엔 부적절한 것 같군.”
“응?”
한이는 성찬이 하고자 하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아 의아한 듯 눈만 깜빡거리다 곧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남들 다 있는 데서 입기에 부적절하다라. 그 말인즉, 본부장님 앞에서만 입어라?”
“그럼 좋지만 돌아다니면 자연히 타인들의 눈에 뜨일 테니 아예 안 입는 게 나을지도.”
“흐응. 저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단 거잖아요.”
“그런가?”
성찬은 듣고 보니 의외로 한이가 핵심을 잘 집은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한이를 바라보았다. 근데 어째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야릇하기 짝이 없다.
“뭐지, 그 시선은?”
“조성찬 본부장님.”
“음?”
갑자기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실눈을 뜨고 자신을 응시하는 한이의 모습에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하고 말았다. 뭔가 들키면 안 되는 것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그건 바로 질투라는 감정입니다. 그것도 소유욕을 감춘 채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무척이나 광범위한 질투.”
“질투?”
“네. 질투요.”
단호하게 말을 이어가는 한이를 보며 성찬은 질투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에 빠졌다. 질투라 함은 사랑하는 이성 사이에 또 다른 이성이 끼어들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굳이 정리하자면 자신이 하는 이 감정이 질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성찬이다.
가끔 이렇듯 새로운 감정에 대해 진지한 고찰에 빠지는 성찬을 보고 있자면 새롭기도 한 반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쉬운 감정에 대해 저렇듯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이라니.
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은근 귀엽다니깐.”
“내가?”
성찬은 깔깔거리며 웃다 갑자기 내뱉는 한이의 말에 이번에는 정말 놀란 표정으로, 하지만 한이가 보기에는 여전히 별다른 변화가 없는 얼굴이었지만, 한이를 바라보았다.
“풉. 내가 보기에 그렇다구요. 뭐.”
“이젠 날 놀리려 드는군.”
성찬은 짐짓 얼굴을 굳히며 말을 해 보았지만 이미 한이는 키득거리며 다시 시선을 TV로 돌린 뒤였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모습에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아. 난 저 원피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데. 본부장님이 입지 말라고 하니 안 입어야지, 뭐 어쩌겠어요.”
짐짓 과장스러운 말투로 성찬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한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게 바로 행복인가 싶은 성찬이다. 딱히 정의할 순 없지만 이렇게 가슴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감정을 느끼자 뇌리 한구석에서 스쳐가는 단어가 바로 행복이라는 단어였으니 말이다.
성찬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한이의 뒷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갑작스런 손길에 놀란 듯 개구지게 웃고 있던 한이가 표정을 지우며 시선을 성찬에게 돌렸다. 성찬은 자신도 모르게 무척이나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이의 고개를 자신에게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이한이 선생님.”
낮게 울리는 기분 좋은 저음에 콩닥 이는 심장을 고스란히 느끼며 어느새 가까워진 성찬의 얼굴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한이다.
“미흡한 제자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으니 마땅히 강의료를 드려야지 않겠습니까.”
“뭐 줄 건데요?”
이내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한이를 보자니 또다시 웃음이 나는 성찬이다.
“일단 받아보시고 부족하다 싶으시면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응? 이상한 거면 안 받을 거, 읍.”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며 말을 이어가던 한이는 곧 자신의 입술을 머금는 성찬의 행동으로 인해 말이 끊기고 말았다.
곧장 한이의 입술 안으로 들어온 성찬의 혀는 한이의 혀를 휘감아 올리며 마치 자기의 것인 냥 그녀의 입 안을 휘저었다. 서로의 단 입술을 그렇게 느끼던 두 사람은 잠시 숨을 쉴 만큼만 떨어졌다가 다시 서로를 파고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한이는 팔을 들어 성찬의 목을 감싸 안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한이의 온몸이 성찬의 온기에, 성찬의 손길에, 그리고 성찬의 느낌에 반응을 하고 있었다.
한이가 제법 적극적으로 성찬의 목을 감아오며 반응을 보여서일까.
성찬은 자유로운 한 손을 들어 한이의 얼굴을 감싸고 쓰다듬으며 어루만졌다. 뒷목을 쓰다듬던 손을 어느새 등을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한이의 입술을 점령하고 있던 성찬의 입술이 마침내 떨어졌다. 서로를 응시하는 눈길에 묘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가 이 말 했던가?”
몽롱한 듯 한 한이의 눈동자와 묘한 열기를 품은 까만 눈동자가 오롯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사이로 나직한 성찬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집에 발을 들인 여자는 네가 처음이라고.”
“거짓말.”
“음?”
단 한순간의 기다림도 없이 자신의 말을 반박하는 한이로 인해 성찬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단호하게 나온 말에 성찬은 순간 자신이 정말 누군가를 데려왔던가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를 집에 들인 것은 한이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있었나?”
극히 사적인 공간에 누군가를 들인다는 것. 사실 성찬에게 그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에 타인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을 내어준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성찬이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여자가 아니에요?”
“아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뒤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한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자꾸만 날 놀리려 드는데 그러다 혼나서 울지나 마.”
“어머? 여자를 울리는 남자는 매력 없어요.”
“남자를 놀리는 여자도 매력 없지.”
“흐응.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눈을 가늘게 뜨며 성찬의 목을 감았던 손을 풀고 양 손으로 성찬의 볼을 감싼 한이는 서로의 입술이 닿을 듯 말듯한 거리에서 멈춰서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전에 강의료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 넘어가야지 않을까요?”
그리곤 곧장 마치 고양이가 우유를 핥듯 성찬의 입술을 야금야금 핥기 시작하는 한이다.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한이의 등에 올렸던 손에 불끈 힘을 주게 된 성찬이다.
들어올 듯 말 듯 감질나게 입술 주변을 배회하는 한이 덕에 잔뜩 곤두서게 된 성찬은 한이의 뒷목을 잡아 자신에게 당기며 집어 삼키듯 한이의 입술을 다시 머금었다. 마주 닿은 상체의 울림으로 한이가 쿡쿡거리며 웃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은 잔뜩 곤두서게 해 놓고 이렇게 여유로운 모습이라니.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 성찬은 오기가 발동해 한이의 입술을 집요하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부드러운 한이의 입 안을 헤집으며 늘씬한 한이의 상체를 쓰다듬고 있자니 어째 성찬만 자꾸 더 안달하게 되는 듯하다.
“하아.”
그렇게 긴 키스가 끝나고 여운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이 떨어지고 보니 어느새 한이는 푹신한 소파에 등을 대고 누워 성찬에게 깔려 있는 상태였다.
어느새 아랫배에서 묘하게 치고 올라오는 열기에 자꾸만 나른하게 늘어지려는 한이는 나른한 시선을 성찬에게 주며 부어오른 입술을 열었다.
“어째 배움에 감사하는 강의료 치고는 좀 부족한 것 같지 않아요?”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하는군.”
무심한 성찬의 말에 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부어오른 자신의 입술을 자신도 모르게 조심스레 핥았다. 아까 키스에 집중했을 때 성찬의 이에 부딪힌 듯 조금 쓰라렸다.
하지만 아마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줄 알았다면 그리 쉽사리 입술을 핥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찬에게는 무척이나 유혹적인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강의료가 부족하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아나?”
“네?”
훨씬 더 낮아진 성찬의 목소리에 뭔지 모를 은밀함이 느껴져 한이는 어쩐지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까만 눈동자는 훨씬 더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또다시 아랫배에서부터 묘한 열기가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열기를 감춘 무심한 눈으로 한이를 내려다보던 성찬은 손을 들어 한이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불초한 제자에게 그 말은.”
점점 쓰다듬는 손길이 은밀해지며 얼굴선을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심오하게 들리는데, 선생님은 어떠신지.”
한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뻣뻣하게 경직시키며 숨을 들이 삼켰다. 쇄골 주변을 배회하는 손길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전!”
한이는 싫지 않은 묘한 기분에 기대가 되는 한편,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놀란 성찬의 눈동자가 느껴졌다.
“단순한 사람이라 심오한 뜻 따위는 없어요. 그러니깐, 저기.”
일단 되는대로 내뱉고 보자는 듯 말끝을 흐리며 웅얼거리는 한이를 보자니 김이 새는 듯 피식 한숨이 나오는 반면 어물거리는 한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조금 더 놀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말 도망이라도 갈까 봐 이쯤 하기로 한 성찬이다.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여우 짓을 해 놓고 저
렇게 말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성찬 자신의 욕망 따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뭐, 그럼 강의료가 충분했다는 걸로 받아들이지.”
여전히 무심한 듯 중얼거리는 성찬이었지만 어쩐지 짓궂게 느껴져 눈을 가늘게 뜨며 탐색하듯 살피던 한이는 곧 자신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는 성찬을 바라보았다.
“집 주인도 앉아 있는데 계속 누워 있는 건 뭐지?”
“어머.”
성찬의 이어진 말에 한이는 곧 정신을 차린 듯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입술을 비죽이며 제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분명 성찬이 자신을 위해 그만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긴 하다. 그 정도도 모르고 순진한 척하기엔 어느덧 한이의 나이도 무시 못 할 만큼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심이 되는 반면 문득 올라오는 이 아쉬움은 무엇인지.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한이는 한숨을 푹 쉬며 흘러내리는 머리를 귀 뒤에 꽂은 뒤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어느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히 화면을 응시하는 옆에 앉은 성찬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