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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6권 (완결)

에클레어 지음도서출판 가하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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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 3,600원 |
적 립 금 | : 0원 |
파일용량 | : 1.21 MByte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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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47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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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왜 살리셨어요?”
“죽지 않길 원해서.”
“……제가 왜 죽지 않길 원하시는데요?”
“내가 너를 원하니까.”
첫 번째 삶에서 나를 죽인 건 루페르트였다. 이번 생에서 나를 죽이려 든 건 나였고, 그런 나를 살린 건 그였다. 가문에 등 돌릴 수도, 그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없다. 그의 것이라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면, 그와의 연을 끊어야 한다. 칼날처럼 잔인한 말이 그를 향한다.
“부디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하지 않아.”
“원하는 걸 말씀하라 하셨죠?”
“그래.”
“죽지 않을게요. 다만 폐하를 보고 싶지 않아요. 평생, 폐하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연을 맺고 싶지 않아요. 꿈에도 나오지 마세요.”
2. 작가 소개
에클레어
쓰고 싶은 글을(만) 씁니다.
3. 차례
#15-2. 언제쯤 날 좋아할 것 같아
#16. 친애하는 나의 폐하에게
#17. 햇볕 강한 여름날
#외전
#작가후기
4. 미리 보기
“폐하.”
깨문 입술 사이로 억누르고 또 억누른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이러지 않으면 내가 그 대신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 힘을 주었는지 입안에 비린 맛이 감돌았다.
루페르트는 내가 그를 이토록 기만했음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내 부름을 외면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응.”
“……이제 와 마음을 바꾸냐고 하셔도 할 말이 없는데요.”
그는 잔뜩 흐트러진 내 머리를 조심조심 정리해주었다. 귀 뒤로 머리를 넘겨주는 손길이 어찌나 섬세한지 눈물이 왈칵 터질 정도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내게 한없이 다정했다.
“두 번 다시 폐하 곁을 떠나지 않을게요. 이번엔 진짜예요. 의미 없는 맹세 따위는 이제 하지 않을게요.”
루페르트의 눈이 커진다. 좀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없는 사람의 놀란 얼굴이 생소해서 나는 슬몃 웃었다.
“폐하 마음에 자리 잡은 그 말도 되지 않는, 아무도 폐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산산이 부술 거예요.”
“……왜?”
그 물음에 대답하려는데 그가 손을 든다.
“아니, 대답하지 마. 상관 안 하니까.”
“폐하.”
“키스하고 싶어.”
말은 분명 바람의 표현이었는데, 행동은 그렇질 못했다. 그는 놀라 대답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내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코끝에 닿는 숨이 뜨겁다.
“해도 돼?”
허락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빠른 행동이 이어졌다. 내가 고개를 틀 수도 없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감싼 그의 손이 천천히 움직인다. 내 입술을 천천히 벌리는 혀가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드는 손가락만큼이나 부드러웠다.
눈앞이 새하얘지더니, 설탕 과자를 콱 깨문 듯 아득한 단맛에 몸에서 힘이 빠진다. 내가 도망갈까 무서운 모양인지 내 뒤통수를 감싼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간질이듯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 하나하나에 애정이 담겼다. 내가 더듬거리며 그의 어깨를 움켜잡자 그는 입을 떼지 않은 채로 느른히 웃었다.
놀라 꽉 맞물린 이를 그가 혀끝으로 툭툭 두드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넋을 빼고 있는 내 볼을 그의 손가락 하나가 꾹 누른다. 저절로 벌어지는 틈새로 파고들어온 혀가 입천장을 부드럽게 건드렸다. 이생에서는 물론, 전생에서도 나는 이런 농밀한 입맞춤을 나눠본 적이 없다.
반면에 루페르트는 너무 익숙해 보여서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를 막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있던 내가 정신을 차린 건 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그의 손이 조금씩 미끄러지듯 내려갈 때쯤이었다. 언제 풀렸는지 모르는 드레스의 허리끈이 소파 기둥 밑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기겁하며 목을 젖혔다.
“왜.”
왜긴 뭐가 왜인가.
나는 그의 무심한 목소리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는데, 정작 내게 먼저 입을 맞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다. 안색 하나 변함없이 무심한 표정에 나는 울컥 그의 어깨를 붙잡아 밀어냈다.
“왜 밀어.”
“저, 저리 가세요.”
“싫었어?”
“그런 거 묻지 마세요!”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호다닥 소파에서 일어났다. 점점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던 루페르트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나는 허리끈이 풀려 바람에 그대로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손으로 움켜잡고서 그를 노려보다 얼굴을 푹 숙였다. 달아오른 볼이 뜨겁다.
“너 얼굴 빨개.”
“알아요.”
나를 놀리는 듯한 말투의 루페르트를 흘기기 위해 고개를 든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놀릴 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으니까.
“폐하 귀도 빨개요.”
“아니야.”
입으로는 부정했지만, 그런들 새빨갛다 못해 피가 몰려 터질 것만 같은 그의 귀가 하얘지진 않는다. 낯빛은 그대로인데 어찌 저리 귀만 새빨갛게 물들었나 싶어 우스웠다.
나는 비실 나오는 웃음을 숨기며 소파 아래 떨어진 끈을 주워 들었다. 몸을 비트는 사이에 떨어졌나 싶다. 잘 풀리지 않도록 꽉 조였을 텐데.
“이게 왜 떨어졌을까요?”
“내가 풀었는데?”
“…….”
나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게 느껴지는 루페르트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곁에 있겠다고 했지, 그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겠다고 한 건 아닌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는 기가 막혀 소파에 몸을 기댄 루페르트를 한쪽 눈을 찡그린 채 응시했다. 비난을 담은 눈길이었건만 별 소용이 없었는지 그는 어깨를 으쓱할 뿐 반성의 기미가 없다.
“뭘 봐.”
뒷골목 한량과 같은 자세가, 이 제국에서 가장 드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점이 묘하다. 양팔을 넓게 벌려 편히 앉은 루페르트가 나를 뚜하게 보더니 제 다리를 두드린다. 너구리를 부를 때처럼. 가까이 오라는 뜻이다.
“이리 와.”
“왜요?”
“너도 앉아.”
“어, 어딜 앉으라고요?”
제 다리를 두드리고 있었으니 대답은 뻔하건만, 나는 이해하지 못한 척 고개를 세게 저었다.
“무릎에.”
“싫어요!”
“오리야? 그만 꽥꽥거려.”
방금 입을 맞추던 다정함은 죄 내 상상이었던 양 신랄한 투다. 그러나 나는 루페르트의 입가에 떠오른 다감한 미소에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발그레한 홍조와 만족스러운 듯 싱긋 올라간 입가가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바보 같았다. 그 마음의 진정성을 감히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그렇게 좋으세요……?”
어찌 보면 지나치게 오만한 질문이다. 저번에 나를 굉장히 민망하게 만든 질문이기도 했다. 하나 토리가 자신을 배신했다 넋을 빼던 사람이 저렇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그 말이 절로 나온다.
“어.”
저번과는 다르게 루페르트는 바로 인정했다. 크게 끄덕여지는 고개 덕에 그의 화사한 금발이 곱게 자아낸 실뭉치처럼 흔들린다.
“좋아, 엄청.”
“제, 제가 곁에 있겠다고 한 건요, 폐하.”
“너 그 말 취소하면 벨루아 없앨 거야.”
“…….”
한번 뱉은 말을 거두어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의 경고는 과하다 못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루페르트가 진심임을 알아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그를 두 번 가지고 노는 짓은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취소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말해.”
“그러니까, 폐하의 연인으로 곁을 지키겠다고 한 건 아니에요.”
“누가 네가 내 애인이래?”
그러면 나를 제 애인 삼을 생각도 없는 주제에 입을 맞췄단 말인가. 물론 벨네르니 궁정에서 연애란 대부분 유부녀와 기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난질이라는 점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나 그런 연애방식은 고루한 남부, 그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벨루아에서 나고 자란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진보적이다.
“그, 그럼 입은 왜 맞추세요?”
“뭘 물어? 키스하고 싶으니까.”
그의 망측한 대답에 내 입이 헤벌어지자 루페르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바람 새는 소리가 나를 놀리는 것임에도 듣기 나쁘지 않았다.
“너는 라리에트야.”
“…….”
“내가 감히 널 어찌 단정 지어. 너는 내 애인도, 내 첩도 아니야. 그냥 라리에트야.”
그러니 나는 네가 내게 와준 것을 평생 감사하며 살게. 루페르트가 나긋하게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두텁지 않아서, 겨울 끝자락에 부는 서늘한 바람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꼭 저럴 때는 차갑지 않다. 웃음기 품은 목소리가 애틋하리만큼 부드러웠다.
“네가 무엇으로 내 곁에 있길 원하든 네 마음대로 해. 황후를 하고 싶으면 하고, 여자로 있기 싫다면 루이제 자리라도 뺏어서 줄 테니까.”
왕도이자 수도인 상파뉴의 치안대장, 즉 상파뉴에 배속된 군대의 대장 격인 자리를 총은커녕 검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내게 넘기겠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는 참 쉽게도 나왔다. 루이제가 이 소릴 들었다면 억울해서 눈물을 펑펑 쏟을 텐데. 이러니 황제 노릇 제대로 안 한다고 루이제가 통곡을 하지.
대단히 아름다운 미인도 아니었는데 나라를 무너뜨린다는 경국지색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권력은 필요 없어요.”
“그럼?”
“천천히 생각해볼게요, 폐하.”
“생각하는 동안 키스해도 돼?”
루페르트가 얼토당토않은 소릴 하며 나를 제 품에 끌어안는다.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억센 힘도 아니었건만 나는 그대로 끌려 그의 무릎에 덥석 앉고 말았다. 가까이 마주한 물기 어린 녹음이 빠져들 듯 아름답다. 이 얼굴은 조금 반칙이다. 상대의 혼을 빼놓고 마니까.
내가 대답을 어물어물하는 걸 제멋대로 허락이라 받아들이고선 루페르트가 다시 내 목을 휘감는다. 나는 서둘러 그의 어깨를 붙잡아 거리를 벌렸다.
“이런 접촉은 제 가치관과 맞지 않아요.”
“내 가치관이랑은 아주 잘 맞는데.”
내가 코를 찡그리자 루페르트가 느른히 웃는다. 배부른 맹수 같은 얼굴이다.
“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널 유혹할 거다. 네가 정말 내가 좋아서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 때까지.”
“이게 유혹이에요?”
“어. 너 설레잖아.”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