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주 씨, 우리 친구 할까?”

“저는 고객님하고는 친구 안 합니다.”

“마음대로 해. 나도 내 마음대로 할 테니까.”

가구공방을 운영하는 1인 인테리어업자인 연주.

지인의 소개로 맡게 된 큰 규모의 공사로 들뜨는 것도 잠시,

시도 때도 없이 밥 먹자, 친구하자 들이대는 석채로 인해 연주는 당황스럽고,

갑질 하다 하다 멘탈까지 갑질 당하게 될 줄이야~

“나도 함께 하면 안 될까?”

“뭘요?”

“공사 말이야. 나도 같이 하자고.”

최대한 부딪치지 말자 다짐하지만, 저 심심하다며 보조를 자처한 고객님!

그동안 당한 갑질 고대로 돌려주마!

조금의 자극에도 파르르한 순수한 연주가 신기해서 하던 짓궂은 장난은

석채의 마음도 파르르하게 만들었나보다.

새 것보다는 낡은 것, 익숙한 것이 좋다던 연주에게

어느새 그의 마음도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인지,

“너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네가 점점 좋아져.”

갑작스런 그의 고백에 당황스러운 연주는

고객일 뿐 남자는 아니라는 철벽 방어를 하지만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석채로 인해 난감하기만 한데……

이 공사 잘 끝낼 수 있겠지?

[본문 내용 중에서]

“박연주 씨, 우리 친구 할까?”

“싫은데요.”

“왜?”

“저는 고객님하고는 친구 안 합니다.”

“동갑인데?”

“그래도 안 합니다.”

연주가 똑 부러지게 대답하고 욕실 문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자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선 석채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친구 하고 싶은데 어쩌지?”

“저는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마음대로 해. 나도 내 마음대로 할 테니까.”

“그러세요.”

“응.”

제 결정이 마음에 든 듯 산뜻하게 대답한 석채가 연주에게 제의했다.

“우리 같이 밥 먹을까?”

“네?”

뜬금없이 같이 밥을 먹자는 소리에 당황한 연주가 되묻자 석채가 제법 친절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밥이나 먹자고.”

“일이 있는데요.”

“싫다는 소리네?”

“급한 일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갑자기 제의한 내 잘못이 크지. 근데 연주는 고객 관리가 좀 그러네.”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서 불편한 식사 자리를 모면한 것도 잠시, 연주는 석채가 ‘연주는’이라고 한 말 때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연주는, 이라고 하셨어요?”

“응. 친구 하기로 했거든, 나는.”

“장석채 씨 저, 저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연주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석채는 제법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의뭉스럽게 굴었다.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그, 그게…….”

“설마 이 나이에 남자랑 친구 처음 해 보는 거야? 그래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거야? 떨려서?”

“이보세요, 장석채 씨!”

“아! 혹시 연애하자는 말로 들려서 그러는 건 아니지? 그건 정말 오버센스라 곤란한데.”

보자 보자 하니까 이 남자 정말 점입가경이었다. 사람을 가지고 제 맘대로 들었다 놨다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 연주는 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것도 모른 채 석채를 향해 정색을 했다.

“누, 누가 오버센스를 한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야? 아니면 말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왜, 뭐 잘못됐어?”

정말 몰라서 묻는 사람처럼 말간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연주는 석채의 눈에 잔뜩 고인 채 반짝거리는 장난기를 똑똑히 보았다. 연주는 속으로는 아주 재미있어 죽겠다는 것이 빤히 보이는 반짝거리는 석채의 눈동자가 얄미워 만만찮게 응수할 준비를 위해 야무지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석채의 말이 더 빨랐다.

“아아, 알았다!”

“뭐, 뭘 알아요?”

“나하고 연애하고 싶구나, 박연주?”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사랑한다는 말] [그 사람]

[목차]

#01 ~ #11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