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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폭군의 누나로 산다는 것은 7권 (완결)

아페르타 지음도서출판 가하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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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46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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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뭐가 문제야? 남주 같은 건 바꾸면 되지!”
여동생이 쓴 소설, 이렇게 진행하면 인기 없어! 잘 진행되던 이야기를 중간에 자신이 파투내는 바람에 본격 남주가 체인지되고, 그 소설은 대 to the 박!
하지만 이게 뭐야!
눈을 떠보니 내가 그 소설 안에 있고,
거울 속 이 미녀는 바로바로, 이제는 조연이 되어버린 미래 폭군의 누나 ‘알리시아’!
여조도 악조도 아닌 몇 줄 안 나오는 비중 없는 캐릭터로, 부귀영화는커녕 이리저리 치이다 폭군(예정)남동생이랑 같이 목이 잘리게 생겼다!
내가 어쩌자고 그런 소릴 해가지고, 이제 와 혀를 자를 수도 없고…….
안 되겠다! 살아날 길은 이 소설을 벗어나는 것뿐!!
결국 몇 줄 안 나오는 남주의 친구인 상인을 꼬셔 이 나라를 뜨기로 한다.
그. 런. 데.
막상 밤을 함께 지낸 후 보게 된 남자의 외모가 심상치 않다.
“어, 어젯밤엔 분명 그 이름 말고 다른 이름으로 들었던 것 같은데. 으음, 뭐라더라. 라, 란슬롯 님이랬던가.”
“아, 그거 내 친구.”
“…….”
“왜, 문제 있어?”
저기요.
문제가 있냐고? 많지, 많다마다.
……남주가 왜 내 침대에서 나와!
2. 작가 소개
3. 차례
5부
#3
#4
#마지막장
4. 미리 보기
“……카이, 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
“말 안 할 거야? 이 누님이 눈을 뜨셨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흥! 진짜 안 죽은 거 맞네!”
불퉁하게 입술을 내민 카이가 엄포를 놓듯 다가와 베개 옆을 쿡 짚었다. 매번 누나의 도발에 넘어가고 마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지금은 그게 제일 좋았다. 이렇게 놀려줄 누나가 있다는 것이, 뭐라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그를 안도하게 했다.
“……카이, 보고 싶었어.”
“자꾸 왜 그래.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불안해?”
“…….”
“그런데 진짜인걸. 정말로 많이…… 보고 싶었어.”
알리시아가 손을 내밀자 카이는 느릿하게 그 손을 맞잡았다. 간만에 마주하는 손이 더없이 따스하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듯 눈은 피한 채라 그녀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그대로구나. 네가 변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봤자 소용없어. 내가 누나를 쉽게 용서할 거 같아?”
“어머, 그러세요? 누님이 아니면 성검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전 국민 앞에서 블릿슈가 떠내려가라 꺼이꺼이 울던 분이 누구시더라. 아니다, 어린애처럼 덥석 안겨서 이 누님께 모든 걸 바치겠다고…….”
“아, 내가 언제! 다시 자! 그냥 영원히 잠들어버리라고!”
벌건 얼굴로 버럭거리는 카이의 고함에 세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그중 가장 커다란 웃음의 주인공은 알리시아였다. 배까지 잡고 깔깔거리던 그녀가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 안 아프네?
분명히 걷지도 못할 만큼 땅기던 배가 지금은 괜찮아졌다. 잘 쉬어서 그런 걸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자꾸만 거기에 신경이…… 쓰일 리 없다. 지금 당장 우스워 죽겠는데 배가 아파서도 아니고 안 아프다 해서 걱정할 만큼 편한 팔자도 아니었다.
“하하하하, 카이. 얼굴에서 불나겠다! 이래선 누가 용암을 꺼트렸다 믿겠니?”
그저 웃을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웃는 게 남는 것이다.
그게 바로 자신이 이 이야기의 결말로 택한 길이기도 했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웃진 못할 텐데.”
“뭐? 꼬맹이 주제에 폼 잡고 있네. 이보세요, 폐하. 성검의 소유자가 되셨다 해서 잘난 척 좀 하고 싶으신가 본데 제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게 성검의 소유자랍니다. 당장에 제 약혼자께서도…….”
“그 약혼자가 별로 누님 편을 들어줄 마음은 없어 보입니다만.”
“……응?”
알리시아가 새삼 무게를 잡는 카이의 시선을 따라갔다. 대리석 문틀, 팔짱을 낀 채 기대어 있는 남자를 보자마자 볼이 떨리도록 웃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갔다.
“……아레스.”
그녀가 혼잣말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레스는 쓰러지기 직전에 본 것처럼 무섭게 굳어 있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그런 모습을 본 적 있는 그녀로서는, 마냥 아레스를 야속하다 할 수도 없었다.
“아레스.”
“…….”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강하기만 한 남자에게서 비치는 초조함과 불안이라 더욱 애달팠다. 감정 변화가 이렇게나 빠를 수가 있나, 스스로도 당혹스러울 만큼 눈가가 시큰했다.
방금 전까지 웃음이 넘치던 침상에 묘한 긴장이 퍼져나갔다.
“……아가씨.”
“앨리스, 나 나갈래.”
“네? 하지만 폐하, 아가씨께서 깨어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더 계시지 않고서…….”
“아니. 살아난 거 봤는데 뭘.”
카이가 꽤나 도도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휴우, 그렇게 공작부인 어쩌고 해댈 땐 언제고 이렇게 눈치가 없을 줄이야. 이래서야 앨리스는 평생 자신이 데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
“…….”
앞장서서 나가던 카이와 아레스의 눈이 마주쳤다. 그를 보면 항상 초롱초롱 매달리고 싶어만 하던 눈이 제법 의젓해졌다. 알아도 모른 척, 남자들끼리만 통하는 은근한 시선으로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카이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아레스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자리에 누가 있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옳았다.
“……요한나, 상태는 어떠한가?”
곧게 다가서던 그가 침대 맡에 닿기 전에 걸음을 멈춰 요한나를 먼저 불러냈다. 자신이 보기에 혈색은 돌아왔다지만 그녀에 한해서는 완벽한 안심이 필요했다. 아는 것을 또 듣고, 확답받고, 그렇게 안도하고 싶을 뿐이다.
“채찍질의 상처는 다행히 흉터가 남지는 않을 듯합니다.”
“다른 곳은 문제가 있다고 들리는데?”
“아…… 그렇다기보단.”
요한나가 꽤나 난감한 표정으로 침상 옆에 선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도 파산시킨다는 그녀였지만 천하의 크레노스 공작 앞에서는 몹시도 무기력했다.
참 쉽지 않은 분이야. 그도 그럴 것이 공작의 몸과 마음은 상인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절제미 그 자체였다.
“…….”
공작은 여느 사랑에 빠진 남자들처럼 모든 것을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싸늘하게 스치는 눈빛은 어느 한 군데에만 깊이 머물렀으며, 칼날처럼 단호한 손끝도 하얀 침상을 내리누를 땐 유독 힘이 풀렸다.
한 사람을 향해서만은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이런 이를 잘못 건드리거나 도발한다면 그 끝이 좋지 않음을 익히 알았다.
“물론 황녀님께선 아무런 문제가 없으십니다. 수일 안에 거동도 가능하실 거고요.”
“……정말인가?”
“그럼요.”
두 손을 모은 요한나가 빙긋 영업용 미소로 응대했다. 그녀가 이렇게 프로페셔널하게 나온다는 것에 그제야 아레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었다.
“요한나한테 왜 그래요, 나 때문에 이렇게 수고했는데……. 요한나, 얼른 나가봐요. 인사는 나중에 다시 할게요.”
“네, 그건 그렇고…… 괜찮으시다면 황녀님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아레스 때문에 겁이라도 먹었을까, 미안해하던 알리시아가 바로 나가지 않고 생글대는 요한나에게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약팔이라지만 설마 여기서 약을 팔진 않을 테고, 방심한 마음이 느슨해졌다.
“그럼요. 뭐든지요.”
“혹시 황녀님께서는……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러시겠어요?”
“미래요?”
뚱딴지같은 질문이었지만 요한나는 꽤나 진지했다. 하긴, 그건 알리시아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미리 아는 미래라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아아뇨! 절대요!”
“……그렇게까지.”
“네. 그렇게까지, 안 알래요.”
알리시아는 고개까지 내저으며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미래를 알고 시작한 이 생애에서, 자신은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고 두려워했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민하느라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제게 다가올 미래라면 전부 직접 겪어보고 싶어요.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그렇게.”
“더없이 기쁜 소식이라면요?”
“……그럼 더 잘됐네요. 이제는 곁에서 나눌 이가 있으니.”
알리시아는 넌지시 웃으며 아레스의 손을 끌었다. 카이의 손을 잡을 때처럼 무뚝뚝했지만 감겨드는 강한 힘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역시 이런 남자지, 알리시아가 내심 안도하는 것에 기울어진 그의 눈매가 흔들렸다.
“그럼 각하께서는…….”
“…….”
“아닙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이심전심, 이미 저분은 눈빛으로 답을 했으니, 요한나는 서둘러 자리를 비켰다. 요한나가 약초와 약병을 모두 챙겨 나올 때까지 두 사람에겐 오직 서로만이 존재했으니 어디 끼어들 틈이라곤 없었다.
어여쁘신 황녀님께서 뭘 모르시는구나.
문밖에 서자마자 입가를 가린 요한나가 웃음을 감췄다. 분명 철옹성 같은 아레스 님을 믿고 방심하신 듯한데 자신을 너무 쉽게 보신 것이 아니셨을까.
‘저야말로 미래가 몹시 소중한 사람이랍니다.’
요한나에겐 꼭 눈에 보이는 고객님만 호갱님이 아니었다. 길어봤자 10개월, 블릿슈를 통틀어 가장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미래의 거물 고객님 또한 몹시도 소중한 법이다.
“자아, 그럼 난 이만 유아용품계로 뛰어들어볼까.”
그러니 부디 지금은 두 분께서 바라시는 대로, 마치 한 쌍의 그림처럼, 주어진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시기를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