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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폭군의 누나로 산다는 것은 6권

아페르타 지음도서출판 가하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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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46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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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뭐가 문제야? 남주 같은 건 바꾸면 되지!”
여동생이 쓴 소설, 이렇게 진행하면 인기 없어! 잘 진행되던 이야기를 중간에 자신이 파투내는 바람에 본격 남주가 체인지되고, 그 소설은 대 to the 박!
하지만 이게 뭐야!
눈을 떠보니 내가 그 소설 안에 있고,
거울 속 이 미녀는 바로바로, 이제는 조연이 되어버린 미래 폭군의 누나 ‘알리시아’!
여조도 악조도 아닌 몇 줄 안 나오는 비중 없는 캐릭터로, 부귀영화는커녕 이리저리 치이다 폭군(예정)남동생이랑 같이 목이 잘리게 생겼다!
내가 어쩌자고 그런 소릴 해가지고, 이제 와 혀를 자를 수도 없고…….
안 되겠다! 살아날 길은 이 소설을 벗어나는 것뿐!!
결국 몇 줄 안 나오는 남주의 친구인 상인을 꼬셔 이 나라를 뜨기로 한다.
그. 런. 데.
막상 밤을 함께 지낸 후 보게 된 남자의 외모가 심상치 않다.
“어, 어젯밤엔 분명 그 이름 말고 다른 이름으로 들었던 것 같은데. 으음, 뭐라더라. 라, 란슬롯 님이랬던가.”
“아, 그거 내 친구.”
“…….”
“왜, 문제 있어?”
저기요.
문제가 있냐고? 많지, 많다마다.
……남주가 왜 내 침대에서 나와!
2. 작가 소개
아페르타
3. 차례
4부
#6
#7
5부
#1
#2
4. 미리 보기
두꺼운 커튼을 드리운 침실엔 빛이 한 점도 들지 않아 밤인지 낮인지도 구분이 힘들었다. 하지만 침대 위에 한 팔을 괴고서 모로 누운 아레스는 그 어둠 속에서도 알리시아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눈이라도 감으면 없어질 사람처럼 한시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말갛게 자고 있는 그녀에게 허탈한 웃음이 나면서도 막상 알리시아가 괴로운 듯 어깨를 좁힐 때마다 그가 더 크게 반응했다.
“……으응, 아레스?”
드디어 눈을 뜬 알리시아는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알아챘다. 그러곤 곧바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그의 가슴팍을 간질였다. 예전처럼 놀라거나 부끄러워하기엔 당장 어제 겪은 일들의 여파가 컸다.
적의만 가득한 사람들, 사방을 태워버릴 듯한 불길. 무서워할 시간조차 없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표출할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그러니 아레스와 함께 있는 침대 위에서만큼은 온전히 안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룻밤 새 심기가 뒤집힌 아레스는 모든 것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했다.
“그나저나 테오도르 님이 직접 마법을 쓰시다니. 그럴 인간이 아닌데.”
“……인간이 아니시잖아요.”
“그래서, 아무 조건 없이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셨다고?”
“……당신도 참.”
알리시아가 심히 수상쩍다는 아레스의 시선을 피했다. 알아온 기간은 아레스 쪽이 더 길겠지만 테오도르의 본성만큼은 자신이 더 잘 알았다. 그러니 그가 인간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그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금 그것을 모두 설명하기엔 정말로 급한 일은 따로 있었다. 알리시아는 살그머니 그의 팔등을 건드려보았다.
“……어제 말이에요.”
“막스 경에게서 다 들었어. 근신을 받기 직전에.”
“……근신이라뇨?”
“그만. 더 이상 다른 사람 이야기가 필요한가?”
아레스가 억눌러온 화의 겨우 일부분만 내비쳤는데도 그녀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아레스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조급해했는지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우, 알리시아는 아레스의 벌어진 셔츠 깃을 잡고 거기에 얼굴을 묻었다.
“근신을 받을 정도로 당신을 화나게 했다면, 적어도 제가 시킨 일은 잘해냈다는 뜻이겠군요.”
“……난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
“어떻게 그렇게 무모할 수가 있지? 내 생각은 조금도 안 하나?”
“해요! 하니까 그랬던 거예요. 당신이 또 누명이라도 쓰게 되면 어쩌려구요? 그렇게 힘들게 지켜온 가문의 명예가.”
“아니.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난 한 번도 내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운 적 없어.”
물론 그렇게 힘들었던 적도 없지만.
아레스가 단호한 말로 알리시아를 가로막았다. 그녀가 항변하려는 듯 움찔댔지만 그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어지간해선 모두 알리시아에게 져주고 말던 그가 이번만큼은 제 욕심을 앞세웠다.
“싸운 게 아니라 버틴 거야. 이 지겹고 악만 득실거리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버텨내다 보면 내게도 뭔가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가 생기지 않으려나 했던 것뿐이지.”
“……아레스.”
“그 이유를 이제야 찾았는데 내가 다시 뺏길 것 같아? 그건 당신이라도 안 돼.”
그의 손이 서서히 알리시아의 어깨를 지나 보드라운 뒷목을 그러쥐었다. 한 줌도 안 될 것 같은 그 가녀림에 온갖 불안과 초조가 밀려왔다.
“알리시아 이노센트, 다시는 당신 자신을 걸지 마. 용서하지 않아.”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그나마 무사하니 참아보는 거야.”
짙은 음성이 끓어올랐다. 그녀가 잠들었던 동안 결심했던 것만큼 제대로 화를 내려면 여기서 손을 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이 본능을 제어할 순 없었다.
아레스가 그녀를 받친 손을 끌어올리자 금세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하아.”
알리시아가 기다렸다는 듯 그의 목에 매달렸고 둘의 호흡도 더 진하게 녹아들었다. 하나처럼 얽힌 혀가 서로의 가장 불안했던 생각들을 지워냈다. 뜨겁고도 달콤해 취기가 일 것만 같다. 이대로 다시는 떨어지고 싶지 않은 강렬한 열망이 두 사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아…….”
그녀가 온전히 제게 지쳐버릴 때까지, 다시는 자신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아레스는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몰아붙였다.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은 알리시아의 손에서 힘이 빠지자 그제야 힘겹게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나마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 위험해진다.
“…….”
당장 알리시아에게 스스로를 해치지 말라 경고를 해놓고 자신이 그것을 먼저 깨트릴 수는 없다.
인내의 끝에 선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여전히 사납기만 하자 알리시아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아레스, 그거 알아요?”
“…….”
“키스하면 원래 화 다 풀리는 거래요.”
그나마 남은 힘을 전부 키스에 쏟았으니 어깨를 두드리는 힘이래봤자 파리가 스친 것만도 못했다. 그녀의 깜찍한 도발에도 이성을 지킨 아레스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귓가를 쓸어올렸다.
“글쎄. 우리가 키스를 한 적이나 있던가?”
“이보세요. 방금 우리가 했던 건.”
“그건 내 쌓이고 쌓인 불안을 달랜 것뿐이야. 미치기 직전의 열기를 잠재우고 내가 오늘 하루나마 이성을 지닌 사람처럼 살게 하는 힘이지. 당연히 그대가 져야 하는 책임이니 억울하거나 회피하지 마. 빙산의 일각도 안 되니까.”
“…….”
“그러니 제대로 된 키스는 각오해두는 게 좋을 거야.”
그는 극도의 담백한 협박과 함께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더는 이성의 제어가 힘들다는 것을 아는지라 끝끝내 입술에 닿는 것만은 피했다. 대신 어젯밤 비에 젖어 다시 만난 순간처럼 그녀와 이마를 마주 대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순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잔인하군. 내가 보고 싶다며. 사람을 그렇게 들뜨게 해놓고 어째서 함부로 지옥에 밀어넣는 거지?”
“아레스.”
“당신 약혼자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거든. 알리시아, 난 지옥에 빠져도 나 혼자는 안 가. 어제 당신이 잘못됐다면 당신이 그리 애써 지키려 했던 걸 보란 듯 내 손으로 불 질렀을 거야.”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다시는.
아레스가 마지막 당부와 함께 그녀의 머리를 안았다. 마음이 풀린다 할 수는 없지만 그제야 자신이 세상에 살아남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루가 넘게 그를 자극하던 불안감 또한 알리시아를 안으며 많이 누그러졌다.
이만큼이나 이야기를 해뒀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믿는 수밖에.
“……알리시아?”
“아레스.”
조금이나마 평안해진 자신과 달리 그녀의 어깨는 여전히 굳어 있었다.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도, 다른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돌연 떠오르는 한 가지 짐작에 아레스가 아드득 이를 갈았다.
“어제 일 때문이라면 내게 맡겨. 이제부터 전면전이 시작되겠군. 당신은 일단 당신 몸부터…….”
“카이가 성검의 소유자예요.”
“…….”
아레스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금껏 의도적으로 그녀를 싸늘히 대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반면 알리시아는 눈가며 손, 말소리에 마음까지, 온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우, 우리 카이가…… 당신처럼 그렇게…… 성검의 지목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