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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위험한 동거인 1권

리틀곰 지음로망띠끄20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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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6,000원)

여주인 유림이가 남주인 해담과 이웃사촌이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써내려갔습니다.
그 옆집남자가 동거인이 되면서 위험하지만 코믹하게 꾸며 쓴 로코입니다.


-본문 중에서-


내 이름은 양유림. 이곳으로 이사 온 지 넉 달이 되어간다.
대학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하게 되었다.
주말마다 보게 되는 옆집의 남자는 곁으로만 세련된 진중(鎭重)한 남자인 건지 인사를 하고 말을 걸면 화가 나 보이는 얼굴로 바라보는가 하면 어느 땐 불그죽죽해진 얼굴로 날 의식한다.
말이 없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으나 요 근래엔 고개를 까닥이며 짧게 답례를 해준다.
그 잘난 얼굴로 툭 터놓고는 아니라도 ‘안녕하세요?’ 정도는 해줄 수 있을 텐데 목소리 한 번 들어봤으면 했다.
그의 나이는 제법 되어 보이는 것이 30대쯤으로 보였다.
오늘도 그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저, 아저씨?”
그는 눈썹을 올리며 의문을 담은 눈매를 하고선 나를 본다. “원래 말이 없으세요?”
그는 발그레한 얼굴로 여전히 말이 없이 빙그레 웃어 보이기만 한다.
‘모냐, 오늘도 묵묵부답인가? 그래도 웃는 모습은 죽인다.’
그냥 확 잡아채서 쪽쪽 거리는 상상까지 하니 내 심장은 적당히 두근두근 거리게 되고 귓불부터 뜨겁게 열이 나 버렸다.
얼굴을 만져보니 뜨끈뜨끈 한 것이 좀처럼 쉬이 식지 않을 것만 같았다.
‘첫 경험이후 너무 굶었어.’
난 은근슬쩍 빛나 보이는 그의 얇은 연보라 입술을 올려다보았다.
입술을 올리며 싱긋거리는데 하늘에 계신 그 님께서는 차별을 몸소 실천하는 분 같았다.
키도 185쯤 되 보이는 것이 그만, 그만 하고 쩝쩝 입맛 다시게 하는 남자를 빈틈없이 매력적이게 차별화해서 조립해 놓으셨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리 남자를 밝히는 족속은 아닌데 이 남자를 보면 열기가 훅훅 달아오른 것이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이웃사촌이라 넘보기도 뭐하니 그냥저냥 이웃사촌만으로 만족하며 지낼 수밖에.
우리 아파트 지하엔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서 가끔 헬스장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면 모델 뺌 치는 외모를 가진 그 남자를 더 눈여겨보게 된다.
‘뭐하는 사람일까? 무슨 일을 할까? 애인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헬스기구를 만지며 운동을 한다.
러닝머신 앞에서 숨차도록 하아, 하아 날랜 숨을 쉬며 헐떡거리면서도 옆에서 차분하게 뜀박질을 하는 그가 오늘도 한껏 눈이 들어왔다.
‘무서운 아저씨, 나이 든 아저씨가 체력도 좋아.’
“국보급이 따로 없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 머릿속의 있던 말을 꺼내버렸다.
‘어머나!’
슬그머니 옆에 있던 옆집남자를 살펴보니 늘 그렇듯 뜀박질에 여념이 없어 보여 벌렁거리는 심장을 쥐며 아무 말도 안 한척 나 또한 그에 못지않은 뜀박질을 했다.뭔 남자가 숨도 안차나 싶은 마음에 젊은 내가 질 수 없다며 그와 경쟁구도로 열심히 뛰어보기도 했으나 나의 완패였다.
‘하아, 하아. 안 돼, 도저히 못하겠어. 저 남자를 이길 수는 없는 걸 뻔히 알면서 똑같은 속도로 뛰었다니, 내가 미쳤지. 헉헉헉.’
산소공급 장애를 맛보며 옆집 양반과 맞장 뜨다가는 내가 먼저 골로 갈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넘어가는 것을 멈추려고 머신에서 내려와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한 컵 들이켰다.
그도 곁으로 와 컵에 물을 따라 마셨는데 목울대로 넘어가는 옆태가 볼만 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조릿조릿 해지는 구나.’
컵을 내려놓고 시계를 보게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석천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알게 됐다.
‘큰일 났다. 그 놈 성깔 장난 아닌데.’
석천에게 연락해 좀 늦는다고 말하고 허겁지겁 나가 신발을 신었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연지곤지를 좀 찍어 바르니 상당히 늦어 버려 급히 현관문을 나섰다.
그는 지금까지 운동을 하고 들어가는 듯했다.
“운동 다 하셨나 봐요?”
“…….”
그는 눈썹을 한 번 치켜뜨더니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또, 또. 말이 없다. 된장.’
외면하는 저 태도 참 괴리감 작렬이다.
벙어리가 따로 없다.
‘또, 씹냐?’
또, 씹혔다.
‘내가 껌이냐? 왜 씹는데?’
마주 보고 사는 사이 안면 좀 까고 짧은 대화 좀 하면서 살자는데 웃기지도 않는다.
구시렁거리며 냅다 뛰어 전철을 탔다.
2년 지기 석천의 악담을 시원스레 몸소 체험했더니 닭살이 돋아 버렸다.
“나, 너땜시 닭 됐어.”
“투덜거릴 거면 바닥에서 해.”
얘는 해줄 거 다 해주면서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이 문제다.
“앉았다 하면 점수가 팍팍 오른다는 명당자리 잡아 줬는데, 어디서 투덜 질이야?”
‘그래, 네 똥꼬 굵다.’
조잘조잘, 투덜 되긴 했으나 쟁취하기 힘들다는 명당 자리 미리 잡아 준 것이 고마워 밥 한번 살까 싶어 말을 꺼냈다.
“오는 정이 있었으니 다음엔 가는 정을…….”
“잔말 말고 내일부터 네가 잡아.”
석천의 엄명에 켁 소리 하나 내지르고는 그가 하라는 대로 속으론 구시렁거리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안으로 삼키며 숨죽여야 했다.
‘좀생이. 그것 좀 늦었다고 새벽부터 피 터지는 쟁탈전을 벌이라 하다니, 기사도 정신은 어디 땅 파서 묻어 버렸냐?’
다음 날부터 그 녀석 대신 내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 눈물겨운 일주일을 보내다가 졸린 눈을 비비며 기말고사를 간신히 치렀다.
새벽부터 설치며 공부한 보람도 없이 이번에도 하위점수 받으면 죽자, 죽어 하다가도 젊은 나이에 죽긴 왜 죽어, 살아야지란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끝난 시험 고민하면 뭐하냐. 속 시원하게 좀비들이나 때려잡자.”
껄적지근한 기분에 피시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게임 삼매경을 빠졌다가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조용한 공간에 나 홀로 타니 등골이 오싹해져 시선을 돌려 집중할 무언가를 찾다가 거울에 비친 물체에 기겁했다.
“너, 넌 누구야?”
‘이쉬, 나잖아. 폐인이 따로 없는 나네.’
얼굴 사이사이 불그스름한 것이 보여 거울에 얼굴을 들이미니 뾰루지가 튀어나와 있었다.
“피부 트러블까지, 내가 미쳐. 아아악!”
정면으로 비춰진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었고 트러블에 불거진 얼굴은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흉측하다. 흉측해.”
더군다나 으스스한 양면 거울은 원하지도 않는 내 모습을 반으로 뚝 잘라 주루룩 길게 나열시키고 있었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지만 내 긴 형상은 나름 공포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호러물이 따로 없네. 없어.”
70년대 아이들의 오줌을 질금질금 싸게 했다는 월하의 공동묘지 귀신보다도 80년대 내 다리 내놔의 전설의 고향 귀신보다도 섬뜩했다.
“이 얼굴로는 애인 하나 못 만들겠다.”
한심스러워 시선을 요리조리 살피다가 반갑기 그지없던 띵 소리에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렸다.
옆집 남자도 공포 영화 한 편 찍고 싶었는지 현관 입구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푹푹 날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마다 코끝으로 스며들어오는 술 향이 코를 찡그리게 했다.
이웃사촌이 무언가 알은 체하고 사니 이웃사촌이지 않는가.
“안 들어가세요?”
그에게 다가가 물었으나 그는 술 향을 풍기며 숨을 쉴 뿐이었다.
묵묵부답으로 싹트는 이웃애도 아니고 참 거북스런 스타일이었다.
‘이대로 들어가도 될까?’
나름 고민하는 차에 그는 내 팔을 낚아챘다.
‘헉!’
짧은 외마디가 놀라움과 섞여들어 나온다.
“가지 마.”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듣는 그의 목소리였다.
벙어리는 아니구나 싶은 것이 기쁘다고 해야 하나?
하긴 벙어리면 기본적인 직장생활을 못 할 테니까 당연한 거였겠지만 이제야 이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드세요? 여기서 주무시면 감기 드는데 들어가세요.”
6월에 접어드니 땡땡하게 굳어 동태가 되는 불상사는 없겠으나 이웃의 예의상 난, 널 이웃으로 걱정 하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이웃사촌의 할 일은 다한 것이다.
이웃사촌은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 하는 핏줄을 나눈 사촌보다도 더 가까운 존재가 아니던가.
“…….”
‘이 양반, 입에 지퍼라도 달았나? 퍽 하면 벙어리 놀음이야?’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내 목소리는 소중해서 아무나 못 들려준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아 달라고 시위하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지한테 뭘 잘못했는데 말을 안 하고 살자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었다.
“움직이지 못 하는 거면 도와드려요?”
“…….”
‘내가 잘못 들은 거야. 이 남자 벙어리였어. 사람이 말을 하면 대꾸가 있어야지. 에이, 버리고 가자.’
대답 없는 남자를 보면서 마음먹으니 그가 꺼낸 말 우리 자자였다.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은 게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손을 빼니 그는 더 강하게 조이며 잡아끌었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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