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모어 공작님과 신부(新婦)를 위해 건배!”
평범한 결혼식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건배 제의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의 웃음과 환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남부에 있는 메릭 성의 커다란 홀에서 이제 막 거행되려 하는, 성대하고 고귀한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잔을 높이 들고 몇 차례 더 건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결혼식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환호하거나 잔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보며 긴장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신부와 신랑 측 가족을 비롯해 하객들과 하인들, 심지어 주인을 따라나선 개들조차도 심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벽난로 위에 걸린, 초상화 속의 초대(初代) 메릭 백작도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클레이모어 공작님과 신부를 위해 건배!”
신랑의 동생이 다시 건배를 제의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자연스러운 침묵 속에서 천둥처럼 실내에 울려 퍼졌다.
“두 분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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