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로운 싸울아비로서 해란국을 지키기 위해

여인이기를 포기한 아사벼리.

천하를 주무르는 흑군, 단목사곤은

뜻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아사벼리를 눈여겨본다.

“내 반드시, 너를 얻으리라.”

아사벼리는 처음부터 자신을 여자로 보는 그에게 난생처음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혼란한 세상에서 덜컥 찾아온 사랑,

과연 싸울아비 아사벼리의 운명은…….

[작가 소개]

읽고 쓰기의 즐거움을 사랑함.

재능의 부족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티고 있음.

▶출간작

<화홍> <지옥 열정> <폭염> <내일은 꽃다발> <이혼의 조건> <연애의 조건> <그대가 손을 내밀 때> 등 다수

[본문 중에서]

“싫든 좋든 우리가 이렇게 얽혀버렸구나, 아사벼리.”

“네, 네 이놈!”

비로소 제정신이 들었다. 낯빛도 시뻘겋게 타올라, 노염도 붉게 피어올라 벼리가 빼앗긴 제 입술을 손등으로 마구 비볐다. 눈을 부릅뜬 채 사곤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정분일랑, 이렇게 기별 없이 찾아오는 법이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제멋대로라니. 퉤퉤 침을 뱉고 손등으로 입술에 피가 나도록 비볐다. 버럭 고함을 쳤다.

“이, 이 음적(淫敵) 같으니라고!”

사곤이 피식 웃었다. 상욕을 들었음에도 그리 노여운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제 계집더러 입 맞추었다고 해서 음적 소리 듣기는 내 평생 처음이다.”

“누가 네 계집이라는 거냐? 싫다 하는 이의 입술을 네 멋대로 빼앗은 터로 음적이란 말을 들어 마땅하지!”

“글쎄다. 너도 그리 싫다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싱글거리며 대꾸하는 놈의 입술을 찢어발기고 싶었다. 하나 너무 놀라 대응하지 못하고 반항도 못하고 입맞춤을 당한 죄라, 너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더냐 하고 되감아 묻는 말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검을 차고 갑주 입은 계집하고 입맞춤이라 그리 운치는 없었지만, 뭐 상관없다.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니까. 어찌 되었거나 해란의 싸울아비들은 한번 정을 주면 평생 간다 하지? 싫든 좋든 우리도 이젠 남이라 말 못하겠구나. 다음번엔 좀 더 다정해 보자구나.”

허락 없이 입술을, 벌렁거리는 심장을 훔친 그 사내. 밤을 타고 제멋대로 정분일랑 빼앗아 버린 도적답게 사곤이 훌러덩 성벽을 넘어 사라져 버렸다.

성벽의 높이란 아무리 낮게 잡아도 십여 장이 넘었다. 떨어져 죽으려 작정을 한 걸까? 벼리 또한 깜짝 놀라 성벽에 뛰어올라 고개를 뺐다.

박쥐만 양 검은 그림자 한 개가 가벼이 허공을 날아, 성벽 아래 강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내 물을 차고 다시 튀어 올랐다. 사뿐히 건너편 땅에 착지하더니,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벼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금세 빛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 사내 뒤로 유성만 양 금빛 선이 따라 흘렀다.

[목차]

1권

<서(序)>

<1> ~ <9>

2권

<1> ~ <9>

3권

<1> ~ <9>

<결(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