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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내 마음을 잡아봐 3권 (완결)

정혜 지음도서출판 가하2020.01.09979-11-300-39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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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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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독자평점 :   [참여수 2명]
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300-39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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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10,500원)


 

1. 작품 소개

 

“여자라곤 나밖에 모르면서 어디서 여자를 잘 아는 척이야.”

“너도 나밖에 모르잖아. 나는 너만 알고 있어도 돼. 그러니까 너도 앞으로 계속, 나만 알고 있어.”

 

 

우리가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언제였을까?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순간’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늘 우린 함께였고, 모든 일을 함께 겪었다. 그래서 의문이 든다.

우리의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연민이나 동정은 아닐까?

 

 

“너한테 여자친구가 생기면 두 번째 자리는 나. 네가 결혼해서 아기를 둘 낳으면 다음 네 번째 자리는 나한테 줘야 한다고.”

“굳이 그렇게 순서를 정해야 해? 왜? 앨리, 소중한 건 그냥 다 소중한 거야.”

“아니야. 소중한 것에도 순서가 있어. 나는 이제 밀리는 건 싫다고. 그러니까 약속해.”

“앨리, 넌 언제나 내게 있어 첫 번째야. 내 안에서 네가 밀려날 일은 절대 없어.”

 

 

2. 작가 소개

 

정혜

착실한 청개구리

 

▣ 출간작

 

야차

달콤한 인생(eBook)

몸(eBook)

러브 크라임(eBook)

연담(eBook)

거절할 수 없는 제안(eBook)

 

 

3. 차례

 

Part 3

#2

#3

#4

 

외전

#1

#2

 

 

4. 미리 보기

 

“아, 뭐야……. 왜 여기에 있어?”

알렉스가 삐뚜름한 표정으로 나를 훑고 내 손에 들린 책을 봤다.

“책은 보라고 있는 거지, 무기로 쓰라고 있는 게 아니야.”

“……뭐든 활용을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책의 의미잖아?”

급하면 장작으로 쓸 수도 있는 게 책이다. 어느 쪽이든, 활용만 하면 되잖아? 나는 어색함을 누르며 아래로 내려가 책을 소파에 툭 던졌다. 먼지가 폴폴 올라왔다.

“여긴 언제 왔어?”

“아침에.”

“아침? 아침 몇 시에?”

“10시 좀 안 돼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지금은 오후 1시였다.

“그럼 기척 좀 내지. 왜 이러고 있어?”

“자는 거 좀 더 자라고 배려해줘도 난리야? 내가 하는 건 아주 다 마음에 안 들지?”

톡 쏘는 말에 나는 잠시 알렉스를 봤다. 편집숍 2호점에서 봤을 때보다는 훨씬 낯익은 모습이다. 익히 알고 있는 편한 차림을 하고 있어 그런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어, 나는 뚱하니 대꾸했다.

“……오른쪽으로 가르마나 타지 마. 아저씨인 줄?”

알렉스의 얼굴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포마드 머리 몰라? 정장 머리거든?”

“그렇구나. 정장 머리였구나. 하지 마.”

“……어이없네.”

알렉스를 지나쳐서 부엌으로 갔다. 식빵을 하나 꺼내, 잼을 바르려고 하는데 뒤따라온 알렉스가 싱크대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대니 고든은 어떻게 됐어?”

“……대니 고든은 다른 데랑 계약했어. 근데 그건 내 탓이 아니야.”

재빠르게 덧붙였다.

“대니 고든이 자주 하던 데랑 손을 잡고선 안 잡은 척한 거야. 나 때문이 아니야.”

“원래 그런 작자니까 그건 그렇다 치자. 근데 왜 대니 고든은 널 자르라고 길길이 날뛰어?”

일회용 스틱으로 잼을 바르던 손을 멈췄다.

“대니 고든이 그랬어?”

“아주 머리끝까지 화가 났던데?”

“……크리스도 알아?”

“나랑 크리스랑 같이 있는데 전화가 왔어. 스피커로 돌리지도 않았는데 스피커처럼 들리던데?”

나는 식빵을 내려놓았다. 알렉스의 시선이 그쪽으로 같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그거 언제 있었던 일이야?”

“사흘 전에.”

그래서 갔다 오면 얘기 좀 하자고 했던 건가……. 일주일이나 휴가를 준 게 용했다. 아니면, 이건 진짜 마지막 휴가였던 걸까. 퇴직을 시켜도 좋다는 말은 허풍은 아니다. 나는, 크리스가 결정한다면 에이전시를 떠나는 것도 어쩌면 괜찮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니 고든 때문에 잘리기는 싫은데……. 만약, 정말로 대니 고든 때문이면 한 번만 봐달라고. 나중에 잘리게 해달라고 해볼까.

괴상한 요구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죽어도, 내가 지금 대니 고든 때문에 잘렸다는 소식이 대니 고든의 귀에 들어갈 일이 없길 바랐다.

“앨리.”

알렉스가 내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깜짝, 생각에서 벗어났다.

“대니 고든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

“……밥값을 나보고 내라고 해서, 나는 못 내겠다고 싸웠어.”

알렉스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다음 순간에는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은 다 했어?”

알렉스가 미소가 감도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이런 부드러운 표정은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이다. 나는 잠시 그 얼굴을 감상하듯 보다가 어리광부리듯 목소리를 흐렸다.

“나도 몰라.”

“모르는 게 어디 있어. 사람 속을 그렇게 뒤집어놓고. 지금 결정해.”

싱크대에 놓인 식빵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알렉스, 난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건 이상하지 않아?”

나는 알렉스에게 물었다.

“나는 벌써 서른이야. 근데 나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게 없어. 키디도, 너도. 심지어 그 꽐라놈들도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나만 길이 없어. 너한테 기생해서 살고 있을 뿐이야.”

알렉스가 가만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앨리,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한테 기생해서 살고 있어.”

“……허울 좋은 소리 하지 마. 너는 이제 다르다고 했잖아.”

알렉스는 언제나 뛰어났다. 그리고 그가 그의 엄마에게로 돌아가는 순간, 우리는 삶의 질에서도 차이가 훌쩍 나버렸다. 나는 어렸을 때와 달리 빈부격차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부자들의 생리를 겪으면서는 더욱더 그 차이는 확연해졌다.

알렉스는, 확실하게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되었다. 케이시의 말마따나 내가 만약 이 자리에서 알렉스와 헤어진다면 나는 더는 알렉스와 같은 사람과 만날 일이 없다.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다르지 않아. 앨리, 나는 집이 싫어. 물론 새아버지는 매우 좋은 분이야. 어머니에 대한 오해도 풀렸지. 동생들은 솔직히 귀여워. 근데, 난 그 집은 싫어.”

알렉스가 허공으로 고개를 돌렸다. 깊은 눈이 집 곳곳을 담아낸다.

“아무리 해도, 이 집에서 살던 것처럼은 못 살 것 같아. 너는 나보고 왜 그 좋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자꾸 여기로 오냐고 하지만, 나한텐 네가 있는 곳이 집이야.”

알렉스가 슬픈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나는 알렉스의 이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알렉스의 말들은 내게 끊임없는 생각과 의심만을 불러일으켰다.

“알렉스, 네가 이럴 때마다 나는 너무 무서워. 나중에 네가,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캐롤처럼 어느 순간 문득, 진짜 사랑을 깨닫고 나를 떠나버리면 어떡해야 하는가.

“내 인생 대부분이 너로 이루어져 있어. 내가 없단 말이야.”

돌아보니 정말로 나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알렉스와 함께 결정하고, 알렉스의 것을 나누어가진 것뿐이다. ‘우리’를 분리시키니 ‘나’의 몫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조급해졌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내 것을 가지고 있어야 알렉스가 떠나도 무너지지 않는다. 내 인생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내 인생은 알렉스와 너무 긴밀히 닿아 있었다. 혼자서는 어느 쪽으로 발을 떼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내 존재를 지워냈다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네가 있으니까, 나도 있는 거야.”

알렉스가 손을 뻗어 내 뺨을 만졌다.

“세라 토러스랑 사귀지 않은 건, 내가 언제나 그 애보다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서야. 세라가 먼저 나를 불렀어도 네가 나를 찾으면, 난 언제나 널 선택하고 말아.”

알렉스의 손이 내 턱을 쓸고, 목덜미로 향했다.

“너한테 갑자기 친구들이 생겼을 때, 난 솔직히 말하면 너무 싫었어.”

알렉스가 손에 힘을 주어, 내 몸이 앞으로 한걸음, 딸려갔다.

“그 선배는 말할 것도 없지. 그때, 도서실에서 그 선배가 너한테 사귀자고 하는 걸 들었어. 넌 농담처럼 넘겼지만, 난 그 선배가 진심이라는 걸 알았지.”

“……선배가 좋아한 건 선생님이야. 그날 선배는 우리 동아리 고문 선생님께 고백하고, 차여서 괜히 그런 거라고.”

얼굴이 가까워졌다. 알렉스가 비싯, 입매를 휘었다.

“넌 아무것도 몰라, 앨리.”

입술이 닿았다. 아주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그런데도 숨이 차서 나는 가늘게 숨을 토해냈다.

“난 그 선배도, 다른 남자한테도 널 넘길 생각은 없어. 연민? 사랑? 아무래도 좋아. 뭐가 시작이고, 뭐가 끝인지도 알 필요 없어. 나는 그냥 네가 내 옆에 있으면 돼.”

알렉스가 입술 바로 앞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제 세상 사람들은 네가 내 여자란 걸 알게 되겠지. 이러려고 내가 그간 얼굴을 팔고 다닌 거니까. 넌 이제 어디로도 못 가.”

“알렉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럼 그냥 내 옆에 있어. 나를 사랑하는 걸 네 일로 해. 그건 쉽잖아, 앨리. 너는 그냥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된다고.”

입술이 겹쳐졌다. 이번엔 좀 더 깊은 키스였다. 이렇게 휩쓸려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밀어붙이는 커다란 몸에 가만히 짓눌리며 나는 습관처럼 입술을 열어 긴 키스를 맞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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