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메너 가(家)의 저택은 2에이커 정도 크기의 한가운데에 아담하면서도 영국 신사의 수수한 모습처럼 평온하면서 조용한 분위기를 띠며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꼼꼼하게 이 저택을 살펴본다면 바로 지붕 밑 낙수 홈통 두 개가 약간 처져 있다는 것과 굴뚝 모서리가 깨져 있다는 것, 그리고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리라.
저택 중 유일하게 환한 불빛이 밝혀진 방은 식당이었고 이곳 역시 외관상 드러난 허술함이 군데군데 눈에 뜨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후미진 곳엔 조지 왕 시대의 의자 커버가 닳아 헤어져 색깔이 바래진 채로 있었고, 높은 천장 위에 있는 석고 장식이 보기 흉하게 떨어져 나간 모습하며 한쪽 벽에는 전에 그림이 걸려 있던 자국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는 한 젊은 여성은 건너편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느라고 식당의 그런 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퍼렐 베츠폴드는 실크 셔츠의 주름이 진 소매가 고기 국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팔목을 구부리면서 접시에 약간의 고기를 올려놓으며 앞에 앉아 있는 그 여자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히 바라보지만 말고 어서 식사를 하거라.」
조나단 노스랜드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명령하듯 말했다.
「자, 퍼렐. 자네 고향에서 사냥하는 방법에 대해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리건 웨스턴은 음식을 쳐다보며 몇 번 씹었지만 조금도 삼킬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이렇듯 마주보며 가까이 앉아 있는데 삼촌의 말대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퍼렐을 또 한 번 길고 까만 속눈썹 사이로 슬쩍 곁눈질해 올려다보았다.
그는 날렵하게 뻗은 코와 눈꼬리가 치켜진 푸른 눈동자가 어우러진 귀공자 타입에, 금실로 짠 조끼 위에 걸쳐 입은 우단 재킷은 완벽할 정도로 그의 인상과 호리호리하고 품위있는 체격에 잘 어울렸다. 금빛의 머리카락은 그의 좁은 이마 주변으로 단정하게 늘어뜨려져 순백색 넥타이 주위에서 약간 곱슬거렸다.
리건이 깊은 한숨을 내쉬자 삼촌이 그녀를 곱지 못함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때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며 퍼렐은 얇은 입술 가장자리를 말끔하게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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