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어도 잘 살 수 있겠어?”

농담처럼 흘렸던 말이 마지막이었다. 세상의 전부였던 그 사람이 떠났다.

“저 좀 놔주세요. 선생님?”

“당신 눈물에 내 가슴이 너무…… 아파요.”

내 안의 여자는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너무나 지쳐있던 형경을 기대게 해주는 사람. 기대고 싶은 사람 유범.

“왜 밀어내기만 하는 거야.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하잖아!”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여자였다. 그저 그랬을 뿐인데 갖고 싶어졌다.

이기적인 사랑을 시작한 윤겸.

“그러지 말아요. 나를 좀 봐 주세요!”

나를 보지 않는 그가 서럽다. 서러운 짝사랑이 시작된 주은.

각자의 사랑을 시작한 네 사람. 어긋난 사랑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정말, 당신이…… 맞나요?”

작은 목소리로 묻는 그에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몸짓에 그가 다시 정수리에 입술을 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아까보다 더욱 큰 떨림이 형경의 몸 안을 떠돌아 다녔다.

그가 입술을 뗀 그 자리에 밤의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손만 마주 잡고 있을 뿐인데 그의 심장 울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울림도 그에게 전해질 것이라 확신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느낌만으로도 이렇듯 확실한 감정이 전해지는 일이 있다니 말이다. 한참 말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 사이로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형경과 유범의 머리를 살짝 흩트렸다. 그 바람이 채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다정한 유범의 손이 올라와 형경의 머리를 가지런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런 것이 편안함일까. 얼마 만에 느껴 보는지 모르는 다정함과 편안함에 형경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 감긴 눈 위로 유범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느리게 양쪽 눈에 입을 맞추고 코끝을 스친 입술이 양 뺨에 닿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입술에 살포시 안착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는 것 같은 느낌에 형경은 저도 모르게 발끝을 세웠다. 그러자 맞잡고 있는 손이 스르르 풀리더니 유범이 형경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아까보다 밀착되고 조금 더 친밀해진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유범의 입술이 형경의 입술에 맞닿았다. 깊게, 처음보다 농밀하게 그의 혀가 형경의 입술을 쓸었다. 아직 입술을 열지 못하는 형경을 달래는 그의 혀는 감미로운 선율을 타듯 미끄러지며 그녀의 입술 위를 배회했다.

애가 타는 듯한 그 움직임에 형경의 입술이 살며시 벌어졌지만 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그를 마중 나오길 바라는 듯 여전히 아랫입술을 쓰다듬고 살며시 빨아들이자 형경의 입에서 달콤한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서서히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저도 모르게 손이 유범의 등을 타고 올라갔다. 형경의 손이 유범의 목을 감자 그의 입에서도 억눌린 것 같은 소리가 비어져 나오며 형경을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침내 참지 못한 그의 혀가 형경의 입술을 가르고 그녀의 입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따뜻한 숨결을 내뱉으며 환영하는 촉촉한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두 사람의 혀가 만나 엉켜 들어갔다.

가지지 못하고 닿지 못했던 시간들을 보상 받으려는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탐하고 또 탐했다. 밤의 정적 속에 두 사람이 내는 농밀하고 달콤한 소리만이 주위를 맴돌았다.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목차]

-1권-

01. 괜찮아요, 난

02. 그녀가 가슴으로 들어오다

03. 봄밤

04. 가질 수 없는 사람

05. 사랑 안으로 들어서다

06.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07. 가슴 에이는 날

08. 아름다운 하루

09. 아프고 아파도

10. 그저 바라볼 수만 있다면

11.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픕니다

12. 한숨이 쌓인 가슴

13.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

14. 슬픔을 틀어막다

15. 우리가 다시 만나

16. 나의 영혼을 건드리는 당신

17. 비꾸러지는 마음

18. 그대를 원하고, 당신을 원망합니다

19. 어긋나는 사랑은 아프다

20. 불안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2권-

21. 당신을 원해 이는 갈증

22. 당신만을 위한 만찬

23. 엄마 손을 놓으면 안 돼!

24. 내가 당신을 지킵니다

25. 상처, 그리고 침잠하는 그녀

26. 아가야, 어디에도 너의 흔적이……

27. 엄마라는 이름으로

28. 행복하려무나

29. 다시 하나가 되어

30. 그녀는 사랑입니다, 어머니

31. 이기적인 사랑

32. 원군(援軍)

33. 내 사랑도 사랑이야!

34. Happy Birthday 나의 사랑!

35. 그들만의 여행

36. 사랑을 놓을 수밖에

37. 감히 허락을 바랍니다

38. 사랑 뒤에 찾아온 참사랑

에필로그

외전－겸의 이야기

-합본-

01. 괜찮아요, 난

02. 그녀가 가슴으로 들어오다

03. 봄밤

04. 가질 수 없는 사람

05. 사랑 안으로 들어서다

06.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07. 가슴 에이는 날

08. 아름다운 하루

09. 아프고 아파도

10. 그저 바라볼 수만 있다면

11.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픕니다

12. 한숨이 쌓인 가슴

13.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

14. 슬픔을 틀어막다

15. 우리가 다시 만나

16. 나의 영혼을 건드리는 당신

17. 비꾸러지는 마음

18. 그대를 원하고, 당신을 원망합니다

19. 어긋나는 사랑은 아프다

20. 불안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21. 당신을 원해 이는 갈증

22. 당신만을 위한 만찬

23. 엄마 손을 놓으면 안 돼!

24. 내가 당신을 지킵니다

25. 상처, 그리고 침잠하는 그녀

26. 아가야, 어디에도 너의 흔적이……

27. 엄마라는 이름으로

28. 행복하려무나

29. 다시 하나가 되어

30. 그녀는 사랑입니다, 어머니

31. 이기적인 사랑

32. 원군(援軍)

33. 내 사랑도 사랑이야!

34. Happy Birthday 나의 사랑!

35. 그들만의 여행

36. 사랑을 놓을 수밖에

37. 감히 허락을 바랍니다

38. 사랑 뒤에 찾아온 참사랑

에필로그

외전－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