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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윈터 브라이드 4권 (완결)

박소연 지음가하에픽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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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33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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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그 사람한테만큼은, 내가 제일이었으면 좋겠어.”
화사하고 청초한 소녀, 리즈벳.
살아남기 위해, 공포를 견디기 위해
신이 되어버린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차디찬 그에게 닿은 손이
슬프고 아련하였다.
처절하게 외로운 그가 안쓰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중에 나는 누군가와 사랑을 하게 될까?
그저 눈앞이 너무 캄캄해서,
발밑이 단단하게 느껴졌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누군가가 제 닻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언젠가부터 잊어버리고 있던 감정.
그 감정.
2. 작가 소개
박소연
Mstream/솔라르.
한길만 가는 한 마리 소가 되어 오늘도 열심히 스스로 우물을 팝니다.
3. 차례
##Part III - Adulthood
#Overture. Rite of Passage
#Season 10. Spring – Qualified
#Intermission
#Season 11. Summer – Respected
#Intermission
#Season 12. Fall – Determined
#Intermission
#Season 13. Winter – Fulfilled
##Finale. Winter Bride
##Addendum I. Rosa Azul
##Addendum II. Diamond Dust
##Addendum III. Geschenk der Blume
##Addendum IV. Starlight
4. 미리 보기
내뱉은 한숨이 하얗게 대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추위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손끝을 비벼 감각을 확인하며 리즈벳은 가볍게 말에 박차를 가했다.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세 발짝을 뒤로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삼백의 병력을 이끌고 들어섰던 아슈포드 협곡은 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앞에서 안내하는 길잡이들의 몸이 버드나무 가지마냥 흔들리고 있었다. 보일락 말락 하는 그 뒤통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며 리즈벳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는 눈길을 노려보았다. 이 생고생을 하며 아슈포드를 넘었는데 윈터와 마주치지 못한다면 이 빌어먹을 협곡에 반드시 불을 싸질러주리라.
결국 데아가 이를 득득 갈며 소리 낮춰 으르렁거렸다.
「젠장, 이 작전 생각해낸 건 어떤 죽여버릴 새끼야!」
전데요.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없는 리즈벳은 하하, 작게 소리 내어 웃을 뿐이었다. 호응이 돌아오든 말든 이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덜덜 떨고 있는 데아는 이를 박박 갈았다.
「두고 봐. 인스켈의 그 마녀를 끌어내린 후에도 내가 윈스터 산맥 북쪽으로 고개라도 돌리나. 이셀파로 돌아갈 거야. 내가 다시 눈을 보고 싶다고 하는 순간이 내 숨이 넘어가는 순간이다.」
누구 하나 잡을 기세인 데아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리즈벳은 주변을 살폈다. 화이트아웃 때문에 여기가 어딘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으나 드레스덴 평원의 본대와 헤어진 것이 오늘 아침이었으니 한참이나 남았다.
빨리 제국군이 나타나지 않으면 데아가 화병으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그 마녀의 목을 치고 우리 레아냐께서 다시 벨라스델라의 산호궁의 옥좌에 앉는 순간! 난 케이크를 먹을 거야.」
그 난데없는 말에 리즈벳은 추위에 덜덜 떨던 것도 잊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게 뭐예요.」
「왜? 전쟁 통에 제대로 된 제과점은 죄다 문 닫은 거 몰라? 게다가 죽기 싫으면 몸 관리해야 하지, 전장에서 뒹굴다 보면 입맛이 뚝 떨어지지. 하여간 난 전쟁이 끝나는 대로 이셀파로 돌아가 배가 터질 때까지 케이크를 먹을 거야. 이런 구질구질한 북부 따윈 버리고 에스타니아의 해변으로 돌아가겠어.」
추위와 강행군에 지친 동료가 내뱉는 헛소리에 민망하게도 리즈벳의 입에 침이 고였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케이크를 먹은 지가 언제더라.
「……좋네요, 케이크.」
「치즈 스틱도 맛있지. 초콜릿에 찍어 먹는 게 제일인데, 넌 먹어봤어?」
「인생을 헛살았네요.」
넋을 놓고 내뱉은 말에 그제야 데아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한참을 더 이것저것 리즈벳은 들어본 적도 없는 남부의 음식 종류를 늘어놓던 데아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리즈벳을 바라보았다.
「넌 어때?」
「……저요?」
「응. 넌 전쟁이 끝나면 뭘 할 거야?」
그 말에 리즈벳은 순간 말을 잃었다. 겨울의 끝을 헤쳐 나가는 데 모든 신경을 쏟아 그 후에 찾아올 봄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리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너라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레아냐께서 널 얼마나 아끼는데. 게다가 그 클렌디온 공의 동생이고, 지금까지 쌓은 공이 있잖아. 구국공신이라는 건 딱 너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전…….」
가볍게 말꼬리를 흐리며 리즈벳은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곧, 그런 그녀의 입가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말려올라갔다.
「출세하고 싶어요.」
「의외네? 권력욕이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는데.」
「휘두를 수 있는데 안 휘두르는 것도 아깝잖아요.」
힘없는 개인이 손안에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있다. 그러나 힘 있는 개인이 품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은 더욱 많을 것이다. 스스로 원하는 세계는 스스로가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돈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적은 없었으면 좋겠으니 착하게 살아야겠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지 않고, 죽이지 않고…….」
그렇게, 그 누구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아, 그리고 자기가 사는 나라 왕이 누군지도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로 외지에 있는 섬 하나 잡아서 별장이나 지었으면 좋겠어요. 다 때려치우고 싶어질 때엔 도망가 숨을 수 있게.」
그 말에 데아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셀파로 와라. 잘나가는 영웅 자매 덕 좀 보게.」
그에 리즈벳이 작게 웃으며 뭐라 말을 하려 입을 열었을 때였다.
거의 예지에 가까운 예감에 그녀는 데아의 말에 채찍질을 하는 동시에 제 말에 박차를 가했다. 히이잉, 놀란 말들이 산길을 정신없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서 있던 곳으로 지축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눈사태가 쏟아져 내렸다.
콰르르르르.
쏟아져 내리는 눈더미 사이로 굴러 떨어진 바위, 도끼로 예리하게 잘라낸 통나무. 새하얗게 시야를 덮는 눈보라 사이로 우와아아 함성을 지르며 산중턱에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돌진했다. 갑작스러운 눈사태에 그대로 파묻힌 아군이 애써 진열을 정비하려 허둥거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새하얀 설원은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 양군의 병사들이 내지르는 고함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발치로 굽어보듯 산등성이에 홀로 서 있는 것은.
두근, 세차게 심장이 뛰었다. 8년 전 그녀의 오라비가 가슴에 박아넣은 신이 제 먹잇감을 발견해 요동쳤다. 떨림을 감추지 못한 숨이 거칠게 터졌다. 리즈벳은 이를 꽉 악물고 세찬 눈발 속에서 그 백색에 녹아들 듯 서 있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스켈.”
입술을 달싹여 그리 속삭이자 이 거리를 사이에 두고서도 윈터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오싹,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꽉, 힘을 주어 허리에 찬 검에 손가락을 감은 후 리즈벳은 그대로 말에서 뛰어내려 발목까지 쌓인 눈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큿!”
한데 뒤엉켜 싸우고 있는 병사들에게서 멀어지자마자 그녀는 짧은 비명을 삼키며 몸을 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 목이 있었던 자리를 날카로운 검격이 할퀴고 지나갔다. 목의 여린 살을 베고 지나간 칼날이 흰 눈 위로 점점이 붉게 피를 흩뿌렸다. 발자국 소리조차 없이 지척에 다가온 윈터는 손목을 한 번 까딱하는 것으로 칼날에 묻어났던 그녀의 피를 털어냈다.
“나들이는 즐거웠니, 리즈?”
노래하는 듯한 감미로운 미성이 조소를 담아 귓가에 감겨온다. 리즈벳은 고개를 들어 옅게 미소를 띠고 있는 윈터를 올려다보았다. 유리알같이 무기질적인 붉은 눈은 늪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가면처럼 만들어진 조소 뒤의 낯은 무서울 정도로 공허했다.
이스켈리안 잘리어의 껍질이 말했다.
“좀 더 살고 싶었다면 혼자 나돌아다니지 말았어야지.”
폭발하듯 신성이 꿈틀거리더니 검이 그녀의 손목을 날카롭게 할퀴고 지나갔다. 악 하는 비명과 함께 리즈벳은 저도 모르게 검을 떨어트렸다. 손목의 상처에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살이 괴사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아픔에, 고작 대여섯 번 칼을 맞대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밑천이 털려버린 허탈함에 리즈벳은 헛웃음을 뱉었다.
“내가 죽는다고요.”
신경을 갉작대는 듯한 아픔에 이가 갈렸다. 정말 제가 죽기를 원했더라면 이미 제 머리는 땅을 뒹굴고 있었으리라. 고양이가 잡아먹기 직전의 쥐를 가지고 노는 듯한 행위에 리즈벳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누구 맘대로?”
그 말에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저 멀리에서 싸우는 소리만이 아스라이 들려왔다. 세차게 몰아치는 눈발이 그들의 모습을, 목소리를 가릴 것이다.
“미안해요.”
몇 번 헛되이 달싹이던 입술이 겨우 만들어낸 말에도 붉은 눈에는 감정 한 자락 스치지 않았다. 가면처럼 드리우던 조소를 지우고 드러낸 무표정은 바닥까지 타고 남은 잿더미 같아 리즈벳은 목이 메었다.
“혼자서 절망해서. 당신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당신을 두고 가서.”
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었다는 상대에게, 그런 주제에 저를 감금해 구속하던 상대에게 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사과는 제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그녀는 그 커다랗고 삭막한 저택에 홀로 남겨졌을 그의 모습을 떠올려 몇 번이고 잠을 설쳤다.
제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아픔을 상대에게 강요한 것이 끔찍했다.
그리고 그 말에 윈터의 눈이 가늘게 떨린 것도 순간, 그 찰나의 흔들림을 숨기려는 듯 사납게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쥐새끼들의 둥지에 숨어들어 뭘 배웠나 했더니 안셀라가 헛소리나 가르쳤나 보지? 사과하고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지 않았을까?”
“이스켈, 당신은 나를 믿지 못하지요.”
그 말에 답하지 못하는 남자를 앞에 두고 리즈벳은 쓰게 웃었다.
“내가, 당신을 찌르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지요.”
‘사모’가 무엇을 하는 신인지 들었을 때에도,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었을 때에도 그녀는 솔직히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사모’가 제 심장에 기생하고 있다면 감히 제 진심을 의심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당신은 그렇지 못 하지.
“나는 당신이 그랬듯이 당신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뿐이지만, 이스켈.”
나를 분명히 사랑했던 당신은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 마음만큼은 단 한 번도 온전히 믿지 않았지.
“날 믿어요.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나를 믿어요.”
그렇다면 신을 재판장 삼아 증명할 뿐이다.
“난 죽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