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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윈터 브라이드 2권

박소연 지음가하에픽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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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33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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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리즈벳.”
신이 되어버린 남자, 윈터.
절실하게 원하였으나 결코 갖지 못했던 ‘그’ 감정과 느낌을 소녀에게서 발견하였다.
오로지 파괴와 살인밖에 모르는 그에게
너무나 기적같은 구원이기에
감히 욕심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갖고 싶다.
그 ‘사랑’을.
흑과 백에서 벗어난 세상은 따듯했다.
수천 가지의 색과 수만 가지의 채도로 이루어진 세상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고하고 있었다.
살아 있어. 넌 살아 있어.
그리고 그 속에서
소녀는 기적처럼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2. 작가 소개
박소연
Mstream/솔라르.
한길만 가는 한 마리 소가 되어 오늘도 열심히 스스로 우물을 팝니다.
3. 차례
##Part I - Childhood
#Season 5. Winter Yet Again – Indispensible (2)
##Reminescence I. Frozen Season
##Part II - Adolescence
#Overture. Turning Point
#Season 6. Spring - Recognition
#Intermission
4. 미리 보기
하나둘 셋, 둘둘 셋, 셋둘 셋.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고,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간질거림. 교습시간에 잠시 찾아왔던 그 기분은 신기루처럼 잡힐 듯 말 듯 아른거릴 뿐이었다.
그녀는 솔직히 자신이 아모르를 파트너의 발을 밟지 않은 채 처음으로 완벽하게 춰냈다는 걸 믿기가 힘들었다. 그냥 딴생각에 멍하니 있다가 끌려간 대로 움직이다 보니 음악이 끝나버린 터라 자신이 이뤄낸 거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하지만 엘고르가 언제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던가.
매일매일 그녀를 가르치며 하루가 1년같이 늙어만 가는 모습이 미안해 견딜 수가 없어서 한 번이라도 좋아하는 얼굴 좀 봤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작 그 바람이 현실이 된 지금은 그냥 계속 줄줄이 실망만 시켰던 게 나았을 것 같았다. 분명히 내일이면 또 희망에 부푼 눈으로 ‘저번의 성과를 확인해볼까요?’ 하며 아모르를 다시 추자 할 텐데, 그 표정이 무너져 내리는 걸 어떻게 보라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결국 리즈벳은 털썩 풀밭에 주저앉았다.
혼자서 연습이랍시고 하고는 있다만 역시 파트너가 없으니까 한계가 있다. 옆에서 보고 교정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지금 제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겠고, 그나마 악단이라도 있으면 박자 맞추는 연습이라도 할 텐데 악단도 없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보자 검푸른 하늘에는 별만 총총했다. 기분은 이렇게 복잡한데 하늘은 무심하게시리 아름다웠다. 눈을 감고 있자니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춰냈던 아모르가 떠올랐다.
유속이 느린 강물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는 듯했다.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차게 흘러가는 와중에도 강물은 사방에서 그녀의 몸을 감싸 받쳐 올린다.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켜 익사시킬 수도 있는 힘으로 그저 묵묵히 그녀를 끌어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좋았다. 귓가를 가득 메우는 물소리에 세상에서 저만이 도려내진 듯한 고립감도 좋았다.
사람들이 왜 하고 많은 춤 중에서 아모르를 그리도 사랑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그 느낌이 더는 돌아오지 않는 게 슬프긴 하지만.
혼자서 연습해봤자 도움이 될 리가 없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냥 포기하고 잠이나 자자 싶어 몸을 일으키자 서늘한 밤바람에 밤이슬로 젖은 몸이 오슬오슬 떨려왔다.
“엣취!”
재채기가 나오자 그녀는 양팔로 몸을 꽉 끌어안았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와 따듯한 코코아가 시급했다. 부르르 떨며 몸을 돌리려는데 머리 위로 뭔가가 툭 떨어졌다.
커다란 남자 실내용 가운. 헤엄치듯 옷자락을 젖히고 고개를 빼내자 머리 위에서 핏,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고도 상대가 누군지 짐작이 가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2층 발코니에서 윈터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매에 어린 냉소적인 미소는 여전했으나 밤의 윈터는 어딘가 평상시보다 좀 더 느슨해진 듯했다. 나른하게 난간에 기댄 턱을 받치며 길고 날렵한 팔이 난간 너머로 흔들렸다. 전반적으로 자다 막 깬 것 같은 분위기의 남자 앞에서 리즈벳은 왠지 민망해졌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크러뱃 없이 편안히 풀어둔 셔츠 옷깃 너머로 보이는 탄탄한 가슴팍에서 시선을 애써 돌리며 묻자 그가 소리 없이 웃었다.
“여기서 산 지가 벌써 5년인데 내 방의 위치 정도는 외워두지그래, 귀여운 리즈벳.”
“……아, 그러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변호조차 할 수 없는 멍청한 대답에 그녀는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 묘하게 낮과는 분위기가 달라 긴장이 됐다.
왜 이래. 윈터는 그냥 윈터인데.
속으로 머리를 몇 번이나 쥐어박은 리즈벳은 다시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재밌다는 듯 내려다보는 붉은 눈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달빛을 받아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칼이 푸르스름한 은빛으로 빛나고, 크러뱃 없이 풀어둔 옷깃 너머로 드러난 살갗 역시 서늘한 빛을 띠었다.
가볍게 고개를 틀어 질문하듯 보는 모습이 묘하게 야하게 느껴져 그녀는 눈을 굴려 다시 시선을 피해버렸다.
오밤중에 남녀 둘. 어렸을 때 잠이 안 온다며 침대에 기어들어갔던 건 열세 살 때가 마지막으로, 그 후에는 무슨 짓을 해도 윈터는 방 안에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대신 고용된 리델이 밤에 혼자 있기 싫어하는 그녀의 수발을 들어주었다. 밤에 이렇게 마주친 것 자체가 거의 4년 만이었다.
상황을 새삼스레 의식하자 목이 바짝 말라왔다.
“어…… 깨웠어요?”
“그다지.”
어떻게 지금의 이 상황을 좀 수습하고 싶은데 상대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지금 구명줄처럼 붙잡고 있는 것은 윈터의 가운이었다. 옷 한 벌을 통해서 새삼스레 느끼는 체격 차에 더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럼에도 묘하게 도망가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들어 유난히 그녀와의 시간을 짧게 끊어내는 윈터 탓에 이렇게 둘이서 시간을 보낸 적도 별로 없었다. 나이가 든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싶었으나 그럼에도 왠지 쓸쓸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기회를 이대로 날려버리기가 아까웠다.
“윈터, 내려와봐요.”
생글, 웃음을 띠며 리즈벳이 손짓했다. 별 대꾸 없이 표정만으로 왜, 라고 묻는 남자를 향해 더욱 밝게 웃음을 지으며 재촉했다.
“빨리요.”
윈터의 미간이 예의 그 복잡한 감정을 담아 찡그려져 리즈벳은 순간 당장이라도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다. 지난 4년간 점차 빈도수를 늘려가며 그리했듯이.
그러나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윈터는 뭐라 말하려는 듯 벌렸던 입을 다물고 가볍게 시선을 떨어트렸다. 그가 내뱉은 한숨이 흐트러졌다 생각했던 것도 잠시, 가뿐한 동작으로 그가 난간을 짚고 훌쩍 몸을 날렸다.
마치 강물이 흘러내리듯 2층 발코니에서 그대로 착지한 윈터의 발밑에서 잔디가 사락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래서?”
노래하는 듯 리듬감 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묘하게 간질였다. 묘한 긴장도, 두근거림도, 전부 다 이 요요한 달빛의 장난질이다.
윈터는 윈터.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 그러니 그녀도 평소와 똑같이 대하면 된다. 그러면 이 의미 모를 간질거림도 사라질 거다.
그리 생각하며 리즈벳은 생글 웃었다.
“기왕 일어난 김에 나 연습 좀 도와줘요.”
“그렇게 키리언 세이쥬 공자가 좋아?”
“……그냥 둘이서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서 처박혀버리고 싶을 정도로요.”
단번에 급락해버린 기분에 입술을 비죽인 그녀가 하아, 긴 한숨과 함께 고백했다.
“혼자서 연습하니까 잘 안 돼요. 두 곡…… 아니, 한 곡이라도 좋으니까 나랑 파트너 해줄 수 있어요? 아모르를 가르쳐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만 어울리는 거니까 그 정도면 괜찮지 않…….”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애교스럽게 그의 손을 잡아끌려던 순간, 윈터는 미끄러지듯 반보 뒤로 물러서 그 손을 피했다. 졸지에 허공에다 손짓을 하게 된 리즈벳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풀렸던 게 언제였냐는 듯 다시 굳어버린 표정의 남자는 그럼에도 예의상으로나마 미안하다든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변명이나 사과는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순간 떠올랐던 갈등 비슷한 표정이 순식간에 무표정 아래로 가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녀는 순간 울컥했다.
“……됐네요. 그렇게 싫으면 강요할 일 없네요, 뭐.”
홱 몸을 돌린 그녀가 성큼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였다.
“으앗!”
밤이슬로 미끄러운 잔디에 미끄러진 몸이 그대로 균형을 잃고 앞으로 휘청거렸다.
◇ ◆ ◇
넘어갔다, 깨달았던 것은 넘어지려는 아이의 허리를 낚아챘을 때였다. 노루처럼 날렵하게 몸을 돌린 리즈벳이 한쪽 팔을 그의 목에 감고 발을 움직였다. 오로지 같이 넘어지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따라 발을 움직이자 품 안의 아이는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그의 손을 쥔 채로 떨어져 나갔다가 다시 품 안으로 안겨 들어왔다. 등을 그의 가슴팍에 톡 기대며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는 아이가 살짝 눈꼬리를 휘며 장난스레 웃는 모습에 윈터는 기가 막혀 작게 헛웃음을 토해냈다.
“꺅!”
허리를 홱 잡아 허공에 들어올린 후 빙글빙글 돌리자 리즈벳은 웃음기 어린 비명을 토해냈다. 풀잎이 묻어난 치맛자락이 꽃잎처럼 펼쳐지며 팔락인다. 저만을 바라보며 더없이 즐거운 듯 웃는 모습에 호흡이 절로 흐트러졌다.
4년 넘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인사치레로 하는 키스는커녕 넘어진 아이를 일으킬 때 손을 잡는 것까지 주의했다.
지난 1년간은 단 한 번도 닿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뇌리에 가득하던 온갖 금제와 상념이 새하얗게 재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끓어 넘친 본능이 욕망을 토해냈다.
입을 맞추고 싶다. 핥아 맛을 보고 싶다. 자국이 날 정도로 깨물고 싶다.
하나둘 셋, 둘둘 셋, 셋둘 셋.
박자 세는 소리에 섞여 들어간 까르르, 웃는 소리가 밤공기를 울리며 그에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했다. 지난 나흘간 이어졌다던 교사의 혹평은 거짓말이었는지 밀려왔다가 뒷걸음질 치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고 나긋했다. 그 움직임을 따라 팔락이는 치맛자락 너머로 풀잎 묻은 맨발과 종아리가 언뜻언뜻 보이고, 살랑이는 머리칼에서 묻어난 달콤한 향취가 비강을 가득 채웠다.
하나둘 셋, 둘둘 셋, 셋둘 셋.
아이가 닻처럼 꽉 잡고 있는 손을 통해 퍼져나간 화끈거리는 열기가 온몸을 들쑤셨다. 옷감 한 장 사이에 두지 않고 맞닿은 피부는 탄성이 나올 듯 부드럽다. 저 뺨을 쓸면 같은 느낌이 날까? 저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면? 옷자락 너머의 허리를 따라 입을 맞추면 너는 어떤 표정으로 흐트러질까?
품 안에 안겨오는 소녀의 몸의 온기에 화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아이에게서 비롯한 열기가 그의 혈관을 타고 흘러 머리가 열에 시달리듯 몽롱해졌다. 배경의 사물이 흐릿해졌다가 녹아내리듯 굴절했다.
아이의 모습만이 선명했다. 망막에 알알이 낙인찍듯, 그 아이만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아이의 움직임이 멈춘 그 순간까지도, 그는 제가 어떤 식으로 스텝을 밟고 리드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랑 추는 아모르도 나쁘진 않죠?”
놀리듯 말하자 쉴 틈도 없이 춤을 춰 작게 몰아쉬는 숨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발갛게 열이 오른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 홀리듯 시선을 고정하자 리즈벳이 눈을 부드럽게 휘며 웃었다. 그와 동시에 모양 좋은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 모습에 저 입술을 물어뜯고 싶은 충동과 핥아 올리고 싶은 충동이 맞부딪쳐, 윈터는 그 손을 홱 잡아채 세차게 맥동하는 손목 안쪽에 이를 가볍게 세워 강하게 빨아들였다.
눈앞에서 피부에 남은 흔적이 일그러지고, 흐려졌다가 다시 명확해지더니 모습을 변화시켰다.
붉음.
색이라 명명할 수 있는 시각정보를 인지하자 세상이 깨져나가듯 재구축되었다. 무섭게 망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세상 속에서 그는 아이의 머리칼에 떨어져 내리는 월광의 은빛을, 그 빛을 받아 흘러내리는 물결치는 머리카락의 금빛을,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의 초록을, 그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의 붉음을 인지했다.
흑과 백에서 벗어난 세상은 따듯했다. 수천 가지의 색과 수만 가지의 채도로 이루어진 세상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고하고 있었다.
살아 있어. 넌 살아 있어.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는 기적처럼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