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나도 오빠만큼 행복해. 우리한테 아이가 있으면 더 행복할 텐데……”

“나중에……”

“사랑해.”

운호는 열다섯 살에 처음 본 인형 같던 혜린에게 반해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휴가를 보내러 간 산장에 강도가 침입해 혜린이 납치를 당하고,

윤호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며 혜린을 찾지만 그녀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삶의 의욕도 사라져 버린 채 오로지 혜린 만을 기다리는 운호.

그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가까스로 혜린을 찾게 되지만, 그녀는 기억을 잃었는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2년 동안 혜린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운호와 혜린은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 갈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사장님.”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사장님!”

한 옥타브가 올라간 목소리에 그제야 나직하게 소리를 내며 그를 돌아보았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시선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태형을 보았다.

“정 회장님이 오셨습니다.”

“그래?”

걸음을 옮기는 것과 동시에 정 회장이 들어왔다. 혜린의 걱정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정 회장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혜린이 실종 되었다는 말에 정신을 놓으셨다는 말에 당장 찾아가 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간을 낼 여유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

그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이 한 마디에 모조리 묻어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핏줄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불찰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질책이나 책임을 묻지 않으셨다.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처음부터 내가 결혼을 말렸다면……”

“아니요! 혜린이와 결혼하지 못했다면 제 인생은 훨씬 더 비참했을 겁니다.”

“운호야……”

“미치겠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요. 할아버지…… 돈은 있는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종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혜린이를 찾을 수가 없어요.”

참았던 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힘과 노력으로 열심히 막았는데 순식간에 아가리가 터지더니 급속도로 그의 가슴을 부숴버렸다. 메마르기만 하던 눈동자가 미세하게 붉은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억눌렀던 감정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더니 그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했던 심장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잊어라. 핏자국도 그렇고, 화마(火魔)까지 덮쳤으니 모르긴 몰라도 살아있기 힘들 거라고 하더구나.”

“할아버지!”

“나라고 이렇게 말하는 게 쉬운 줄 아니. 운호야…… 너한테 혜린이 생명이었던 것처럼 내게도 그랬다. 오직 그 녀석 하나 보는 낙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가슴이 눈물로 젖어들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운호는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정 회장의 말에 그동안 바닥끝까지 밀어붙이던 고통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제가 죽는 날까지 포기 못합니다.”

“어리석은 짓이다.”

“설득하려고 하지 마세요.”

[프로필]

서미선

그다지 할 얘기가 별로 없음.

사람을 좋아해서 집에서 수다 떨면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놀 생각만 함.

- 출간작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외 다수

[목차]

-1권-

프롤로그

일장~십일장

-2권-

십이장~이십장

에필로그

-합본-

프롤로그

일장~이십장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