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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공주, 선비를 탐하다 3권 (완결)

서은수 지음도서출판 가하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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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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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34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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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교체 안내] (2023/01/19)
1. 작품 소개
“너는 나를 우선순위 신붓감으로 고려해보겠다, 약조하였다!”
“그때는 자가의 신분을 몰랐기에 그리했던 것입니다.”
“공주면 달라지느냐? 어찌 사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느냐!”
그대가 다가오지 않는다면 내가 다가갈 것입니다. 법도에 어긋난다 하였습니까? 내게는 그대가 법도이고 숨입니다. 그대가 웃어야 나도 웃고, 그대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나니. 내일 죽더라도 오늘 후회하지 않고자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갈 것입니다.
“자가와 저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냉정하십니다.”
“서운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이 열리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혹여 그런 일이 생겨 자가 외에는 다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집을 부리면 어찌하시렵니까?”
“그럴 수는 있는 것입니까?”
“다가오지 마십시오. 자꾸 두드리지 마십시오. 품고 있는 감정을 몰아내시고 저에게는 손톱만큼의 마음도 내어주지 마십시오.”
2. 작가 소개
서은수
▣ 출간작
공주, 선비를 탐하다
윈터 블루스
고백의 이유
3. 차례
#15. 마지막 선물
#16. 과거의 숨겨진 조각
#17.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18. 흐드러진 봄날, 꽃비를 맞으며
#외전 1. 첫 번째 아침
#외전 2. 스며들다
#외전 3. 채워지다
#외전 4. 또 다른 시작
4. 미리 보기
한적한 월류지에 가을의 향취가 물씬 깃들었다. 물가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색바람에 느긋이 정취를 즐길 만도 하건만 서율은 조바심을 내며 그 주위만 서성이고 있었다. 바람이 만들어주는 월류지의 고매한 물결도, 전추라, 석죽, 승금황 등 곱디고운 청초한 가을꽃도 잠깐이나마 곁눈질할 여유가 없었다. 서율은 공주가 언제 오나, 쭉 뻗은 길목만 주시하는 중이다.
조금 전, 저조한 기분으로 주막을 나와 보영당으로 향했다. 속이 꽤 뒤집힌 상태였는데 기가 막히게도 운종가에서 공주를 목격했다. 그것도 제 정인을 훔쳐보는 다른 사내놈들 덕분에.
「저기 저, 보영당 소저 아니신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운 운종가에서 신기하게도 제 여인에 관한 말만 귀에 쏙 들어왔다. 즉각 돌아보니 딱 봐도 안쓰럽게 생긴 것들 셋이서 몸을 숨기고 어딘가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향초를 파는 어느 점포였고, 그 안에 그분이 계셨다.
그립고 그리웠던 나의 사람.
아주 잠깐 감성에 젖어들 뻔했지만, 곧 시야에 들어온 또 다른 주위 풍경에 어이가 없었다. 군데군데 숨어서 제 정인을 훔쳐보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오랜만의 재회로 감격해할 틈도 없이 서율은 경계심부터 타올랐다.
내 저것들에게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뻗쳐오르는 분기에 여봐란 듯 정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데 치경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지면 세자와 부친께 노여움을 산다며 극구 만류했다.
「월류지로 가 계십시오. 소인이 아씨를 그리 모시겠습니다.」
부친께서 반대하시는 마당에 저하의 노여움까지 산다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치경의 설득에 넘어간 서율은 월류지로 먼저 와 안절부절못했다. 이 모든 사달은 도성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던 탓이라고 나름대로 원인까지 분석했다.
지난 두 달은 부친이신 좌상대감을 다시 보게 된 나날이었다. 그동안 부친은 공과 사를 칼같이 구분해 뭇 선비들의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그랬던 그분이 평소의 신념을 버리고 두 달이 넘도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 서율이 도성에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전횡을 일삼았다.
전라도와 경상도 일대를 쉴 틈 없이 내돌리시더니 얼마 후엔 탐라로 가라는 공문이 떨어져 그를 기함케 하였다. 공무고 뭐고 일단 올라가야겠다, 길을 떠나려던 차에 마침 즉각 돌아오라는 세자저하의 전갈이 당도했다.
도성에 들어서며 그분을 뵐 생각에 무척이나 설렜다. 이 사람이 보고 싶어 울적해하고 계시면 어찌하나 내심 걱정까지 하였다.
한데 아까 보니 향초를 고르시며 어찌나 신나 하고 계시던지. 그 천진한 웃음에 서율은 확신하게 되었다. 송 판관과 줄기차게 좋아 보였다는 그 목격담, 그림같이 어울렸다는 누군가의 의견은 정황상 모두 사실일 거라고.
조금의 곁눈질도 허용치 않겠다, 그리 다짐을 받았건만…….
서율은 단단히 작심했다. 이번에야말로 상처받은 이 마음을 확실히 내비치고 다시는 나 이외의 다른 사내를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리라고. 노엽고도 서운한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는데 저 멀리, 붉은 나비 하나가 나풀나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청금석을 녹여놓은 듯 청명한 하늘 아래 영산홍빛 치마가 너울너울, 아리따운 정인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붉은 색감에 서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맥이 빠르게 뛰었다. 굳어 있던 얼굴도 허무할 정도로 신속히 무너져 이완되었다.
화를 내려 하였거늘,
절대로 웃지 않으려 하였거늘…….
만면에 희색이 가득한 정인이 가까워질수록 서율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다 끝내 줏대 없이 활짝 웃어버리기까지 하였다.
“스승님!”
그리웠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자 가슴이 뭉클하였다. 뛰는 모습조차 저리 어여쁜 사람이거늘 어찌 화를 낼 수 있을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평생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는 두 팔을 크게 벌려 사뿐히 날아든 바알간 나비를 너른 가슴에 와락 끌어안았다. 은근한 매화향이 코끝을 스치며 그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부드러운 풀밭에 사내의 답호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고, 그 위에 누워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두 남녀가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하고 있으니 이리 얼굴만 보아도 그저 좋았다.
특히 서율은 공주의 외모가 한층 성숙해졌음을 깨닫고 있다. 올해 열여덟, 미모가 한창 물이 오를 때이니 아름다움은 배가 되어 빛을 발했다. 덩달아 그의 고민도 깊어졌다.
밖으로 나다니지 마시라 할 수도 없고…….
반가의 규수보다 바깥출입이 더 철저히 금지된 공주자가 시절에도 거리낌 없이 외출을 즐기신 분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공주라는 미명에서조차 자유로워졌으니, 그간의 행적을 돌이켜봤을 때 거의 통제불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보기에도 아까운 내 사람, 다른 사내가 훔쳐보는 걸 뻔히 아는 마당에 어찌 모르는 척 내버려둘 수 있단 말인가. 서율은 말 못 할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데 뺨에 공주의 부드러운 손이 다가왔다.
“야위셨습니다. 많이 고단하셨습니까?”
“저하께서 불러주지 않으셨다면 도망칠 뻔하였습니다.”
“좌상께서 참으로 심술 맞으십니다.”
서율이 엄살을 부리자 공주는 입가에 애처로운 미소를 그렸다.
“아무래도 제가 대감께 아주 밉보였나 봅니다.”
부친의 반대를 훤히 꿰뚫고 있는 듯 정인의 새까만 눈동자가 씁쓸하게 일렁였다.
“서운하십니까?”
“유배에서 풀리도록 도움을 주셨다 들었습니다. 제가 많이 미우신 건 아닐 겁니다.”
“쉽게 정을 주는 분이 아니긴 하지만 진심을 몰라주는 분도 아니십니다.”
서율은 제 뺨을 배회하는 정인의 부드러운 손을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버님도 잘 알고 계십니다. 이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연모하는 분이 누구인지를. ……당신은 제게 넘치도록 과분하고 아까운 분이십니다.”
공주의 두 뺨이 사과처럼 옅게 붉은빛을 띠었다. 그 모습이 너무 어여뻐 서율은 두 팔을 뻗었다.
“어!”
공주의 상체를 번쩍 안아 제 가슴에 올려놓고 얼굴을 마주했다. 깜짝 놀라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볼수록 귀여웠다.
“기다려보십시오. 아버님께서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실 겁니다. 이미 도성 최고의 신붓감이 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공주는 마지막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였다. 운종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계시는 듯하였다. 그렇다면 굳이 알려드리지 않으리. 서율은 웃음으로 대답을 얼버무리고 공주를 끌어당겨 제 가슴에 머리를 기대게 했다. 당분간은 도성에 머물며 혼인문제를 완전히 매듭짓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