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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공주, 선비를 탐하다 1권

서은수 지음도서출판 가하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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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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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 979-11-300-34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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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교체 안내] (2025/07/29)
1. 작품 소개
“너는 나를 우선순위 신붓감으로 고려해보겠다, 약조하였다!”
“그때는 자가의 신분을 몰랐기에 그리했던 것입니다.”
“공주면 달라지느냐? 어찌 사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느냐!”
그대가 다가오지 않는다면 내가 다가갈 것입니다. 법도에 어긋난다 하였습니까? 내게는 그대가 법도이고 숨입니다. 그대가 웃어야 나도 웃고, 그대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나니. 내일 죽더라도 오늘 후회하지 않고자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갈 것입니다.
“자가와 저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냉정하십니다.”
“서운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이 열리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혹여 그런 일이 생겨 자가 외에는 다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집을 부리면 어찌하시렵니까?”
“그럴 수는 있는 것입니까?”
“다가오지 마십시오. 자꾸 두드리지 마십시오. 품고 있는 감정을 몰아내시고 저에게는 손톱만큼의 마음도 내어주지 마십시오.”
2. 작가 소개
서은수
▣ 출간작
공주, 선비를 탐하다
윈터 블루스
고백의 이유
3. 차례
#1. 푸른달의 첫 만남
#2. 공주 은명
#3. 포악한 성정의 공주, 그 소문과 진실
#4. 재회 그리고 상흔
#5. 최악의 신붓감
#6. 사제지간(師弟之間)
#7. 선택의 시간
#8. 강릉, 명이 아가씨
4. 미리 보기
자줏빛 수수꽃다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관아의 후원. 바람이 불 때마다 꽃송이가 휘날리며 그윽한 향기를 퍼트리는 가운데 한 소년과 어린 여자아이가 서로를 마주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다. 특히 소년은 관복이 아닌 연한 옥빛 도포에 새하얀 답호를 입고 있어 여자아이의 차림새와 근사하게 어울렸다.
“네가 현감이라 하더니 허언은 아니었구나.”
“그럼 이제 말을 높여야지, 이 녀석아.”
“앗!”
서율이 손가락으로 이마를 톡 튕기자 아이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맞은 곳을 살살 문지르며 버럭 성을 내었다.
“무엄하다!”
시건방진 저 말투조차 반가워 서율은 속웃음을 지었다. 지난밤, 아이의 안부가 걱정되어 어지간히 애를 태웠다. 길게 속 썩이지 않고 이렇게 번듯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나주었으니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서율은 따뜻한 눈길로 다시 한 번 아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았다. 어제는 생김새와 차림새가 그토록 이질적이더니 오늘은 생김새, 차림새, 행동과 말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딱딱 들어맞았다.
“몇 살이냐?”
“어찌하여 여인의 나이를 묻는 것이냐.”
그리 질질 짜며 안겨올 땐 언제고. 아이는 이제 와 내외하는 꽃띠 처녀 행세를 하였다. 서율은 아이가 새초롬하게 구는 양이 귀여워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 차려입으니 참으로 어여쁘구나.”
진심이 담긴 서율의 한마디에 아이가 눈썹을 꿈틀하였다. 매일 듣는 얘기인 듯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양쪽 입꼬리가 자꾸만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명자가 무엇이냐?”
“그건 알 거 없다.”
“얼마나 금쪽같은 명자이기에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냐?”
서율이 황당해하자 아이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새치름하게 고개를 팽 돌렸다. 어제도 답하기 곤란한 부분에선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아이. 지금의 태도를 보아하니 집안에 관해서도 말해주지 않을 것은 자명했다. 그렇다면 닥치는 대로 질문을 퍼부어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는 수밖에.
“어제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아이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가로젓자 서율은 빠르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집에는 어찌 돌아간 것이고?”
“밖을 내다보다 나의 호위무사를 만났느니라.”
어제는 누더기 한 벌을 주워 입고 몰래 빠져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집안에서 무사들을 풀어 아이를 찾게 하였을 테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덜컥 저지르는 아이라. 서율은 더 많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럼 관아에는 왜 오기 싫다 하였느냐?”
“일이 커지면 한양에 계시는 아버님과 오라버니한테까지 소식이 올라갈 것이다.”
“지금 친척집에 놀러 온 것이냐?”
“그냥 피접을 왔을 뿐이다.”
“피접?”
뜻밖의 말에 서율은 뒤늦게 아이의 안색을 유심히 살폈다.
“몸이 안 좋은 것이냐? 그래도 모친 곁에 머무는 게 더 나았을 것인데.”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다.”
아이가 눈가를 촉촉이 적시며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자 서율은 아차 싶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거늘 주의가 부족했다. 미안한 마음에 분위기가 숙연해지는데 아이가 느닷없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하였다.
“아버님의 딸이 자꾸 불손하게 굴면 어찌해야 하느냐?”
“아버님의 딸?”
“아버님의 딸보다 그 아랫것들이 더 싫다.”
한참 고민을 들어주다 보니 아이는 첩에게 총애를 빼앗긴 정실의 딸인 것 같았다. 모친을 따라 피접을 다니느라 본가를 자주 비우는 사이 이복자매가 부친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복오라버니가 집안의 장남이어서 아이가 계속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랄까. 첩과 이복자매의 위세에 눌려 저 혼자 속상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절로 그려져 서율은 딱한 마음이 들었다.
‘쯧쯧, 모친께서 안방을 빼앗기고 화병이 나서 세상을 뜬 게지. 그래도 그렇지, 아랫것들까지 모조리 첩실에게 붙어버리다니. 어느 댁 어르신인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아이는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피하고 싶을 만큼 서먹서먹한 부친과 늘 바쁘기만 한 오라버니.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모친을 갑작스레 잃고 마음 한 자락 기댈 곳을 찾지 못해 과거 어머니와 왔던 이곳을 다시 찾아온 것이다.
불쌍하구나.
서율의 가슴에 연민이란 감정이 싸하게 파고들었다.
“내가 어찌하면 좋겠느냐, 응?”
“어찌하긴 뭘 어찌해. 아까처럼 하면 되지.”
그래서 그런 것쯤 별일 아닌 척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아까처럼?”
“그래. 조금 전 그 밉살맞은 여인을 따끔하게 혼내주지 않았느냐. 당당하게 아랫것들의 잘못을 지적하여 시정토록 하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 네 모습이 매우 의젓하고 보기에도 좋았느니라. ……왜 그러느냐?”
“혼인을 하였느냐?”
어느 순간 아이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다 싶더니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잠시 말문이 막혔던 서율은 빙긋 웃으며 대답을 주었다.
“아직 미취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자라 그대를 나의 지아비로 삼아줄 것이야.”
“……뭐?”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당찬 포부에 서율은 큰 소리로 하하하,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리 우스우냐? 기뻐서 그러하냐?”
“내가 마음에 든 것이로구나.”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세차게 끄덕거렸다.
“한데 어찌하여 네 명자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냐?”
“보모가 명자를 함부로 알려주지 말라 하였다. 내 오늘 보모와 담판을 짓고 내일 다시 와서 명자를 알려줄 것이다. 대신 지금은 나이를 알려주마. 나는 올해 아홉이 되었다. 그럼 이제 내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겠노라, 약조해주겠느냐?”
아이가 다짜고짜 새끼손가락을 쳐들더니 조바심이 돋아난 얼굴로 바싹 다가서며 물었다.
“내 한번 숙고해보도록 하지.”
“내가 싫으냐? 어제 그런 모습을 보여 그대 눈엔 내가 못난이로 보이는 게로군.”
새까맣고 순진한 눈망울을 출렁이며 한숨을 내쉬는 아이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아까 어여쁘다 하지 않았어. 지금까지 만난 여아 중 네가 제일 어여뻤다.”
“참이냐? 그럼 지아비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 약조해다오.”
축 처져 있던 아이가 반짝 되살아나 새끼손가락을 도로 치켜들었다. 그러나 어린 선비는 고개를 단호히 가로저었다.
아, 속상하여라.
아이는 속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내며 힘없이 손을 떨구었다. 서율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중간에서 작은 손을 다시 잡아 올려 저의 기다란 손가락을 척 걸어주었다.
“장차 내가 지어미를 맞이해야 할 때가 오면 너를 제일 먼저 나의 신붓감으로 고려해볼 참이다. 어떠냐.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것이냐?”
내리 거절만 당하다 겨우 얻은 긍정적인 답변이었다. 아이는 그 정도만으로도 감격스러운지 마주 건 새끼손가락을 힘차게 흔들며 재차 다짐을 받았다.
“약조하였다. 나는 그대에게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신붓감이니라.”
“그래.”
“내일 올 터이니 기다려다오. 내일 오면, 나의 명자를 알려주고 그대의 명자도 물어볼 것이다. 내게 뜸 들이지 말고 그대의 명자를 꼭 알려주어야 한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아이의 신신당부에 서율은 즉석에서 시원스레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김가 서율이라 한다. 김서율.”
어머니 잃고 헛헛해하던 아이에게 자신이 새로운 안식처가 된 줄도 모르고 서율은 오후의 볕처럼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