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와 소나기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날 소나기 속에서 그녀의 웃음소리에 반했다.
소나기, 그녀 그리고 사랑.
다리에 쥐가 나 죽음의 문턱을 코앞에 두었을 때 그녀에 의해 구출되었다.

♡서윤과 소나기
북한산 큰 바위 틈에서 비에 젖은 몸으로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단 한 사람이 생각났다. 드디어 지난 날 자신으로 인해 한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 온 사랑에 온 마음을 내어 주었다.


<본문 중에서>

툭.
툭.
후두둑.
기어코 소나기를 예고한 일기예보의 예보율을 높이려는지 밤하늘에서 제법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강하고 묵직한 빗방울이 그동안의 건조한 기후를 싹 씻어내려는 듯 세차게 몸 위를 때리자 그는 그녀 어깨를 감싸 당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사이 그녀의 어깨를 덮고 있던 재킷을 들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펼쳤다. 재킷 아래 두 사람은 퍼붓듯이 쏟아지는 빗줄기로 순식간에 물이 흥건해진 바닥의 물방울을 튀기며 메인 건물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렸다. 달리는 사이 싸늘하게 식었던 몸이 조금씩 열기를 되찾은 반면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빗방울은 상쾌했다.
이거 정말 뭐라 말해야 할까?
문득 그녀가 달리는 걸 멈추자 그 또한 따라 멈추었다.
하하하.
서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좀 전의 강한 압박된 긴장감을 달래는 빗속의 달리기.
하하하.
서윤은 빨리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남자가 두렵기도 긴장하기도 초조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빗속의 달리기로 참을 수 없이 유쾌했다.
이런, 이렇게 웃음소리가 매혹적이라니.
비와 웃음소리… 그의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가 우산처럼 펼쳐 받치고 있는 재킷을 벗어나 두 손을 비를 향해 뻗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시원스레 웃는 하얀 얼굴의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격정으로 뭉클해졌다. 어쩌면 수마에 잡혀 지금 이런 순간을 맞지 못하고 목숨을 고스란히 내주었을 지도 몰랐다. 그녀의 도움으로 오늘밤 무사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가 그의 눈에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하게 닫혀져 있던 심장의 주인인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재킷을 손에서 놓았다. 재킷이 빗물이 떨어지고 있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는 깔깔 웃는 그녀를 확 잡아 당겨 웃음소리가 시원하게 흘러나오던 입술을 삼켜버렸다.
흡.
갑작스런 그의 돌발 키스에 놀라 웃고 있던 그녀의 개암빛 눈동자가 커다래지며 그에게 밀착된 몸을 떼어내려 애를 썼다. 그러나 달디 단 붉은 그녀의 입술. 그리고 자신의 뛰는 가슴. 정우의 머릿속은 이미 이성이 사라지고 있었다.
정우는 그녀의 머리 뒤에 손을 대고 더욱 가까이 끌어당기며 그녀의 입 안을 헤매었다.
쌉쌀함. 자신이 건네주었던 커피의 쌉쌀함.
참나무 향. 자신이 커피에 섞었던 위스키의 참나무 향.
그리고 부드러운 속살의 달콤함. 그녀의 입안은 부드럽고 향기로우며 달콤하고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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