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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슴뿔 황비님 2권 (완결)

김코끼리 지음가하에픽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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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립 금 | : 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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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독자평점 | : ![]() ![]() ![]() ![]() ![]() |
듣기기능 | : ![]() |
ISBN | : 979-11-300-3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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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널 황비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었지. 그래서 데리러 왔어.”
사라진 소꿉친구가 반년 만에 돌아왔다.
붉은 눈의 황자가 되어서.
“네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외로운 사냥꾼이 피비린내 나는 황궁의 예비 황비가 되었다.
그를 위해서.
음모와 광기가 넘치는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둘만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오랜만이니까 다시 소개부터 할게.”
“…….”
“마가리타 제국의 5황자, 루카릭스 드 마가리타야.”
그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바람에 날렸다.
“내가 널 황비로 만들어줄게. 평생을 행복하게 살게 해줄게.”
2. 작가 소개
김코끼리
오래 생각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차례
#시작
#페르난데즈의 무도회
#1황궁
#아주 오래된 꿈을 꾸고 있다
#죽음과 약속
#아주 오랜 기다림
#마지막
#먼 훗날
#외전 1
#외전 2
4. 미리 보기
갑자기 입구가 부산스러웠다. 문에 가까이 있는 자들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차례 당혹으로 물들어갔다. 잔잔한 수면에 폭죽을 하나 던져놓은 마냥 거대한 파문이었다.
시종장이 당황해서 들어오는 자를 막으려 드는 모습이 보였다. 감히 황자를 막으려 들다니? 시종장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그러나 아무도 시종장을 제지하지 않았다.
다 같이 놀란 얼굴로 수군거리며 들어오는 자를 응시할 따름이다. 1황자가 얼굴에 피칠이라도 하고 오지 않는 한 보기 힘들 광경이다.
진은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입구를 기웃거렸다. 바렌화이트 공작은 이미 사태를 파악했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무슨 말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결국 시종장은 제재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목소리가 무도회장에 다 들리도록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1, 1황자를 대신하셔서…… 1황비께서 무도회장에 입장하십니다!”
‘대리? 대리라고?’
진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수군대는 소리가 커졌다. 부인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공작의 황자 지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자리에 황자 대리라니.
그것도 고귀하신 황비님께서 직접! 몇 년 내내 수도 내 모든 살롱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기다. 1황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모두가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런 변수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더없이 평화로운 표정의 1황비가 흰 드레스를 끌고 무도회장에 들어섰다. 뒤에 따라오는 시녀 둘을 빼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 단출한 입장이었다.
진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1황자를 지지하는 공작들이 일제히 이마를 짚는 꼴이 똑똑히 눈에 보였다.
페르난데즈 공작의 파티에는 공식적으로 황제와 황비의 입장이 금지된다. 게다가 황비는 공식적으로 10공작보다 낮은 직위다. 이렇게 억지를 쓴다고 먹힐…….
“대신 왔다고?”
페르난데즈 공작이 처음으로 입을 뗐다. 그가 대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1황비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망신을 당하게 된다. 모두의 시선이 페르난데즈 공작에게 쏠린 시점이었다.
공작은 지루한 표정을 지우고 빙긋 웃고 있었다. 이 무도회장에서 처음 보인 웃음이었다.
“재미있네. 그렇게 하세요.”
페르난데즈 공작은 변칙을 좋아한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는 그에게 단순한 여흥거리일 뿐이다.
1황비는 그런 특혜에도 그저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다. 간신히 평정을 유지하려 들지만 가면 아래 꿈틀대는 입꼬리가 똑똑히 보였다.
파티장의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황비들이 다 제 자식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 모두가 알지만 이렇게 격 떨어지는 짓이 역사에 있었던가.
황비 역시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오다니. 그 과정에서 얼마나 굴욕과 창피를 무릅써야만 했을까. 그만큼 태후 자리가 탐이 나는가. 어떤 의미론 대단한 담력이라 할 수 있었다.
1황비는 무도회장을 가로질러서 칵테일 탑 앞으로 가서 잔 하나를 빼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아무도 그녀의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
“다, 다음으로 4황녀 벨라트릭스 드 마가리타께서 입장하십니다.”
4황녀가 무도회장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샤프롱으로 다른 귀족 부인을 대동한 채였다. 4황녀는 상황을 전부 들었는지, 들어오자마자 1황비를 향해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많은 것이 함축된 웃음이었다. 1황비의 부채를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사람들은 4황녀에게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모두가 둘을 흘끔거리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4황녀는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페르난데즈 공작을 향해서만 빙긋 웃어 보였다. 진과도 잠시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그녀가 바로 고개를 돌려서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제 루카스가 들어올 차례였다. 진의 마음이 소녀처럼 뛰었다.
“5황자 루카릭스 드 마가리타께서 입장하십니다!”
루카스가 뒤에 케른 공작을 대동한 채로 들어왔다. 그는 무도회장에 들어오자마자 항상 바로 진을 찾아낸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면 웃는다. 바로 지금처럼. 그가 씩 웃었다.
진은 애써 웃어 보이려다 그냥 고개를 내렸다. 왜 갑자기 그를 제대로 볼 수 없는지 모르겠다.
짝, 짝, 짝.
페르난데즈 공작이 시선을 모으기 위해 큰 소리로 박수를 쳤다. 드디어 지금 이 순간, 누가 황제에 오르느냐가 결정된다.
“자, 이제 다 모였으니 오늘의 본 행사를 시작하죠.”
페르난데즈 공작이 환하게 웃었다.
퍼엉, 펑.
그 순간, 두 번째 불꽃놀이의 막이 올랐다. 화려한 빛이 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꿈을 먹는 동물은 느리게 그 손에 주사위를 쥐었다.
진은 바렌화이트 공작에게 양해를 구하고 루카스에게 갔다. 이런 때는 그의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도 긴장이 될 테니까.
그러나 몇 걸음을 남기고 그녀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사람들 틈에 서 있는 루카스의 옆모습이 보였다. 반쯤 드러난 그의 얼굴은 오만하고 우아했다.
쿵쿵. 제멋대로 심장이 뛰었다.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순간이었다. 그냥 가서 평소처럼 말을 걸면 된다.
“진?”
그때, 루카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보자마자 루카스의 표정이 환하게 개었다. 그는 웃으면서 그녀한테 걸어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아 자기 옆으로 끌었다.
“웬일이야. 나 걱정돼서 왔어?”
진은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 달 만에 제대로 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한 달 동안 보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만큼 그리운 얼굴이었다.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진은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나 오는 거 알고 있었어?”
“너 어디 있는지는 당연히 계속 보고 있지.”
그가 빙긋 웃었다. 걱정이나 긴장의 기색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하나도 긴장 안 한 얼굴이네.”
“아니, 사실 진짜 무서워. 그래서 약 먹고 왔잖아.”
“거짓말.”
“손 잡아주면 안 무서울 것 같은데.”
진은 잠깐 그를 올려다보다가, 못 이긴 척 그 손을 쥐었다. 루카스는 가볍게 웃었다. 진은 달아오르는 귀를 감추려고 몸을 틀었다.
“그러면 일단, 1황자…… 대리로 오신 1황비께서 주사위를 던져주시지요.”
페르난데즈 공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주사위 놀이는 굉장히 간단하다. 그의 주사위는 10면 주사위, 눈은 1부터 10까지다. 각자 한 번씩 주사위를 던져서 가장 높은 눈이 나오는 자가 공작의 선택을 받는다.
드디어 1황자의 주사위 눈이 결정된다. 황제가 탄생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었다. 바렌화이트 공작과도, 엘리와도 계속 같이 지내고 싶었고, 바렌화이트 공작이 그녀 때문에 망신을 당하지 않길 바랐다.
진을 받아준 살롱 사람들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루카스가 꿈을 이루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4황녀도 1황자도 보기 좋게 이겨주고 싶다.
“진, 나 무섭다니까?”
그리고 옆에서 종알거리는 이 남자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분명히 그녀보다는 루카스가 훨씬 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여유로운지 도무지 모르겠다.
진은 다시 한 번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긴장 때문에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반대 손으로 진의 머리를 끌어안고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괜찮아, 진. 우린 승리할 거야.”
“……난 확률 같은 거 안 믿어.”
“나도 그래.”
루카스는 다정히 말하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은 1황비가 단으로 올라가 주사위를 쥐었다.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전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녀가 주사위를 단 위로 굴렸다. 주사위의 눈은 단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페르난데즈 공작과 1황비만이 눈을 확인할 수 있다.
1황비가 입술을 말았다. 손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코르셋으로 바짝 졸라맨 허리 위로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솟았다 내려앉곤 했다.
진은 루카스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루카스가 실종된 뒤에 자살했다고 했지. 어차피 황궁에서 쫓겨날 신세가 뻔하니까. 1황비도 그만큼의 각오를 갖고, 망신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이곳에 왔을까. 만약에 1황자가 황제가 안 되면 그녀도 죽음을 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