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이 아빠는 처음이에요 3

작가 : 현아진

펴낸곳 : 도서출판 가하(www.ixbook.co.kr)

정가 : 3,000원

eBook 발행일 : 2018년 8월 6일

ISBN : 979-11-300-3147-7 05810

분류 : 장르문학 > 로맨스소설

1. 작품 소개

“그쪽한테 책임지라고 할까 봐 겁나요? 그쪽 같은 사람이 아빠라는 사실……. 아이가 절대로 모르게 할 거야.”

기억에도 없는 하룻밤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 지우라는 협박도 통하지 않는 스물네 살의 아이 엄마는 좋은 아빠가 될 게 아니면 책임질 생각도 말라고 한다. 난 좋은 부모를 가져본 적도 없고, 아빠는 처음인데……. 그게 가능할까?

“내가 언제 같이 살면서 애를 책임지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다 필요 없다고요. 왜 내 아이가 당신 호적에 들어가고 당신 성을 따라야 하는데요?”

“기껏 생각 바꿔서 미혼모 딱지 떼어주고 애도 내 자식으로 인정해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쪽은 생각을 바꾼 게 아니라 변덕을 부리고 있는 거죠. 나는 내 인생을 걸고 이 아이를 지키기로 했어요. 당신 인정 같은 거 없어도 나랑 아이,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요.”

2. 작가 소개

현아진

건강하고 느린 삶을 지향.

겨울과 여행, 바다 속 동물을 사랑한다.

3. 차례

#67장

#68장

#69장

#70장

#71장

#72장

#73장

#74장

#75장

#76장

#77장

#78장

#79장

#80장

#81장

#82장

#83장

#84장

#85장

#86장

#87장

#88장

#89장

#90장

#91장

#92장

#93장

#94장

#95장

#96장

4. 미리 보기

“하나야. 점심은?”

평소와 전혀 다른 하나의 목소리에 연은 당장 집으로 오라고 했다. 택시비도 없이 한남동까지 온 그녀의 택시비는 마중을 나간 집사가 대신 지불했다.

“점심은 먹었어?”

하나를 보자마자 연은 손을 맞잡으며 점심을 먹었는지부터 물었다.

“입맛 없어.”

“그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 연락할 곳이 너밖에 없었어.”

“미안하긴, 괜찮아.”

하나를 소파로 이끌었다. 테이블에는 빈 젖병과 손수건 등 아기의 흔적이 역력했다.

“아기는?”

“방에서 장 여사님이 재워주고 계셔. 마실 건 필요 없어?”

“응.”

힘없이 고개를 주억이는 모습에 연은 하나의 어깨를 감쌌다. 토닥토닥 해주는 손길에 하나가 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댈 무렵 가정부가 소소를 재웠는지 안방에서 나왔다.

“집사님.”

“네, 사모님.”

“오늘은 다 같이 일찍 퇴근하셔도 돼요.”

“그럼 저녁은 어떻게…….”

“저희가 알아서 먹을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알겠습니다.”

연은 재하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하나를 위해 모두에게 이른 퇴근을 부탁했다. 곳곳에서 맡은 바 일을 하고 있던 입주 가정부들이 집사의 통솔하에 거실에 모두 모여 꾸벅 인사를 한 뒤 나갔다.

하나는 집이 빈 것을 알자마자 눈물을 후드득 떨어뜨렸다. 두툼한 스웨터를 걸치고 있던 연은 깜짝 놀라 울기 시작한 하나를 끌어안았다.

“어엉, 으허어엉!”

정말 서럽게 소리 내어 우는 하나의 등을 토닥거리며 연은 찡해지는 코를 훌쩍거렸다. 아직 몸조리도 안 끝난 연한테 올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아 더 눈물이 폭발했다. 정신없이 울다 지쳐서 어떻게 쓰러져 잠이 들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나는 몸 위로 무언가 닿는 느낌에 번쩍 눈을 떴다.

“깼어?”

“강재하…….”

“이젠 이름도 막 부르네?”

재하는 픽 웃으며 담요를 덮어주던 손을 거뒀다. 아기와 관련된 물건들이 있었던 테이블에는 양주병과 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서연은요?”

“방에 모셔다 눕혔지.”

맞은편에 펄썩 앉은 재하가 잔에 막 따라놓은 양주를 찰랑거리며 물었다.

“한 잔 줘?”

“주세요.”

부스스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바로 앉은 하나가 손을 뻗었다.

“이거 독한 건데.”

재하는 양주를 따른 잔을 하나에게 주고 다른 찻장에서 새 잔을 꺼내왔다. 하나는 독한 양주를 한 모금 꿀꺽 삼켰다. 그의 말대로 어지간히 독한지 목구멍이 다 후끈거렸다. 표정이 절로 찡그려지는데 달칵하고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재하 씨…….”

눈을 비비며 나온 연이 재하에게로 걸어가 그가 뻗은 손을 맞잡으며 앉았다. 그러고는 하나가 쥐고 있는 술잔을 보고 재하를 흘겨봤다.

“하나한테 술 줬어요?”

“응.”

“왜요?”

“내가 달라고 했어.”

하나의 말에 연은 눈꼬리를 내리며 자연스럽게 어깨를 감싸는 재하에게 머리를 기댔다.

“속상해도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응?”

“그럴게.”

“재하 씨도 많이 마시지 마요.”

“알았어.”

금방 다시 잠드는 연을 재하와 하나는 조용히 지켜봤다. 재하는 하나가 본 적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잠든 연을 바라봤다. 그 미소를 보던 하나가 술을 쭉 들이켰다.

“부럽네요.”

“뭐가?”

“두 사람이요.”

“그렇긴 하겠네.”

얄미운 말투가 딱 목구멍으로 넘어간 술맛 같았다. 그럼에도 하나는 실소를 터뜨렸고 재하는 빈 술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사 부리지 말고 올라가서 주무시지?”

“이 정도 가지고 주사 안 부려요.”

“오늘 같은 날은 조금만 마셔도 취할걸.”

“동정해요?”

“동정 받는 거 좋아해?”

“아뇨.”

질색하는 표정을 한 하나는 양주를 거침없이 잔에 따랐다. 재하는 말릴까 하다 말았다.

“상대가 경호원이라며?”

“안 어울린다는 소리 아버지한테 오십 번은 넘게 들어서 더는 듣기 싫어요.”

하나는 그가 무슨 볼멘소리를 할까 발끈했지만 재하는 그저 남은 술을 말끔히 비웠다.

“나는 부모가 남들 몰래 불륜질 하다 태어나서 그런가. 불륜만 아니면 상대가 누구든 별로 상관 안 해.”

“…….”

“끝까지 갈 거야?”

경호원과 결혼까지 갈 거냐는 말이었다. 하나는 술잔을 꽉 쥐었다.

“처음에는 연애만 할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끝까지 가고 싶어요.”

“경호원이라는 남자도 같은 생각?”

“안 물어봤어요.”

“혼자 너무 앞서 나간 거 아냐?”

재하가 미간을 찡그리며 따져 묻자 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꼭 말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말을 꼭 해야 하는 순간이 있긴 하지.”

재하는 자신에게 온전히 기댄 연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강재하 씨는 연이한테 뭐라고 했었는데요?”

재하는 심장이 뜨끔했다. 프러포즈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나는 잔을 내려놓으며 투덜댔다.

“그 사람. 내가 도망치자니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자기한테는 날 데리고 도망칠 자격이 없대요.”

“그거 순 겁쟁이잖아?”

변명은 딱 질색인 재하가 짜증을 내자 하나는 제대로 발끈했다.

“누구더러 겁쟁이래?”

“아니면?”

“도망치는 것보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용기랬어요.”

하나가 왜 경호원과 끝까지 갈 만큼 마음을 먹었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하나는 울컥하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흘러내리는 담요를 끌어안으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