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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름의 전자책 모음  (전권 구매시 4,680원)

1878, 잉글랜드

「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거죠, 타일러 웨틀리?」
매간 펜워시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허공에 울렸다. 게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 경멸 어린 눈초리까지 보냈다. 하지만 그건 매간의 진심이 아니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일 뿐, 실은 타일러를 무척 좋아했다.
타일러는 미남이었다. 밝은 금발머리는 오일을 발라 말끔하게 뒤로 넘기고 콧수염은 깔끔하게 정돈했는데, 길지 않은 구레나룻은 각진 턱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 거기에 짙은 녹색 눈동자는 한층 더 매력적이었다. 작은 아가씨라면 목을 길게 빼고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도 컸다. 체격도 약해 보일 만큼 마른 편은 아니었다. 외가 쪽에서 물려받은 상당한 재산은 접어두고라도, 타일러는 스물일곱 살의 전도 유망한 젊은이였다. 매간은 타일러가 훌륭한 남편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메그, 난 그를 원해.」
가장 친한 친구인 티파니가 이런 고백만 하지 않았어도, 매간은 어쩌면 그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었을지도 모른다. 타일러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티파니는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늘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이였다. 그 얘기를 듣더라도 놀랄 만한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날 티파니는 얼마나 흥분했던지 누가 자기 말을 듣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야. 나를 보고 웃는데,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어. 제기랄, 말로는 못하겠어. 그때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매간은 흥분한 친구를 보며 짓궂게 웃어 보였다.
「또 코르셋이 너무 조였나 보구나. 적어도 숨쉴 정도는 돼야…….」
「그만 해. 장난이 아니란 말이야. 난 정말 심각하다고. 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티파니도 자못 심각한 척하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섯 달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매간은 티파니에게 해결사가 돼줘야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해줄 말이 없었다. 여태 앞다투어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만 보아왔기 때문이다.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주위로 몰려드는 남자들 때문에 매간은 항상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토록 많은 남자들이 자신에게 구혼하는 이유가 단지 외모 때문임을 깨달았다. 아버지를 닮은 구릿빛 머리칼이 유행에 뒤떨어졌다 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 방면으론 문외한이라, 매간은 티파니에게 아주 상식적인 사실만을 얘기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웃고만 있으면, 타일러가 어떻게 너와 얘기할 기회를 잡겠니?」
하지만 그는 기회를 잡았다. 만난 지 두 달이 안 돼 타일러는 티파니에게 청혼했다. 두 사람은 채 석 달이 안 남은 티파니의 열여덟 번째 생일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자작의 아들에게 검소한 결혼식은 있을 수 없는 법, 그들은 런던 사교 파티가 한창일 무렵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어느 여름 화창한 일요일, 매간의 난데없는 추궁은 교회로 마차를 몰고 있던 타일러를 놀라게 하고도 남을 만했다. 더군다나 매간은 앞으로 아내가 될 여자의 둘도 없는 친구가 아닌가. 타일러는 순간 당황했다. 이유도 없이 따지고 드는 매간에게 불쑥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티파니는 전혀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이미 친구의 행동을 꿰뚫고 있었으니…….
매간이 타일러 앞에서 누가 봐도 나쁜 계집애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티파니는 뭉클했다. 그 동안 티파니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남자들은 어김없이 매간에게 푹 빠졌다. 그렇다고 티파니의 외모가 뒤떨어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곱슬곱슬한 금발머리와 짙은 푸른색 눈, 정말 예뻤다. 하지만 한낮의 태양처럼 눈부신 매간 옆에서는 그 아름다움도 맥을 추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안 매간은 타일러가 괜히 자기 주위에서 배회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계획을 꾸몄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일러는 매간의 황당한 행동에 많이 적응해갔다. 화가 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참았다. 물론 그 때문에 얼굴을 붉히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타일러는 티파니의 집에서 두 아가씨를 교회로 모셔가는 중이었다. 매간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그는 고삐를 세차게 잡아당겨 말을 세우더니 매간은 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어딜 보고 있다는 거요? 어디에도 눈길을 두고 있지 않소.」
티파니는 멈칫했다. 타일러는 아직 한번도 그런 식으로 차갑게 대꾸한 적이 없었다. 매간은 빨개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티파니는 타일러를 탓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만있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니, 잘못은 매간을 제지하지 못한 자신에게 있었다. 매간의 참모습을 알게 된다면 타일러도 다른 남자들처럼 매간의 웃는 모습에 현혹되리라는 걱정 때문에…….
하지만 이제 그만하면 됐다. 티파니는 타일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자신이 그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면, 자신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타일러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목사님 설교가 시작되기 전에, 매간이 상처를 받아 화라도 내기 전에, 티파니는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내볼 참이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매간은 한번 화가 나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티파니는 왠지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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