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5월

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잠자리에서나 볼 수 있는 흐릿한 영상들에 불과한 것. 하지만 달라스 리에게 있어 꿈이란 동이 트기 전에 그를 깨우고 자정이 넘을 때까지 그를 밀어붙이는 원동력이었다.
꿈이란 성공으로 가는 단단한 초석이었다.
그것을 추구하는 동안,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룰 수 있는 것 이상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땅, 소떼…… 그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재산.
하지만 절망은 굶주린 개처럼 그를 갉아먹고 이제 살 속에 숨겨진 뼈까지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벨벳처럼 부드러운 하늘 위에 떠오른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에게는 단 하나, 이제까지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을 위한 단 하나의 꿈이 남아 있었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함께 나눌 아들을 얻지 못한다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바짝 마른 땅 위에 남아 있는 온기를 등으로 느끼며, 그는 가시 철조망을 지탱하고 있는 수천 개의 휘어진 기둥들을 살펴보았다.
철조망을 치는 데 열정을 쏟는 게 싫었지만, 철길이 점점 길게 뻗어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목장주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철조망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만 했다. 사람들이 여전히 땅을 얻기 위해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고 있으니, 어디가 자신의 땅의 끝이고 어디가 다른 사람의 땅의 시작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철조망은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이 되었고, 또한 소유물들에 대한 의심할 여지없는 증거가 되어주었다.
불행하게도 과거의 전통에 매달려 철조망이 의미하는 미래를 무시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달라스는 이번 기회에 그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생각이었다.
「달라스 형?」
갑작스러운 거친 속삭임이, 귀뚜라미와 개구리 그리고 여치들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한밤의 세레나데를 멈추게 했다.
달라스는 온몸을 쭉 펴고 짙은 머리카락 아래로 두 손을 받친 채 땅바닥에 편하게 누워 있는 막내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길고 호리호리한 몸이 마치 철조망의 일부처럼 보였다.
「왜?」
「얼마나 더 이러고 있어야 해?」
오스틴이 물었다.
「필요하다면, 밤새라도.」
「뭘 보고 놈들이 올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오늘이 바로 보름이잖아. 맥퀸 형제들은 보름달 아래서 도둑질을 하고 소떼들 작살내는 걸 즐기니까.」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놈들이 바로 이 철조망을 자를 거라고 확신하는데?」
동생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가득 묻어 있었다. 스물 한 살의 막내동생은 아직 때를 기다릴 만한 인내심이 부족했다.
「녀석들이 어디를 자를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네 놈이 입을 닥치고 있으면, 놈들이 철조망을 자르고 기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눈을 감고, 네가 바이올린 활로 현을 내리쳤을 때처럼 팽 하는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이라고.」
「바이올린 활로는 어떤 것도 때려본 적 없어. 나는 여인의 따스한 입술에 내 입술을 마주대거나 아니면 부드러운 뺨을 어루만질 때처럼 살며시 활을 줄 위에…….」
「그래서, 입은 닥치지 않을 거냐?」
또 다른 나직한 목소리가 으르렁거렸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직접 바라보지 않아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휴스턴이 쉽게 상상이 갔다. 바로 아래 동생은 형제들 중 유일하게 아내가 있었다. 지금 그가 땅바닥이 아니라 부드러운 침대 위에서 아내를 꼭 끌어안고 누워 있고 싶어한다는 걸 달라스 또한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막내 오스틴이 낄낄거렸다.
「지금 한바탕 일을 치르지 못해서 골이 나 있는 것 같은데?」
「입 조심해라, 꼬마야.」
휴스턴이 경고했다.
「만일 지금 내 아내를 대화 속에 끌어들일 생각이라면 이 위험한 곳에 널 거꾸로 매달아놓을 테니까.」
「내가 아멜리아 형수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지 않을 거라는 건 형이 잘 알잖아. 난 그냥 형이 여기에 앉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아늑한 집에서 조카나 하나 더 만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뭐 그런 말을 하려 했을 뿐이야.」
「걱정 마라, 이미 또 다른 아기를 만들었으니까.」
휴스턴의 목소리에는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달라스는 달빛 아래 동생의 얼굴을 살펴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였다. 얼굴의 왼쪽을 뒤덮고 있는 커다란 흉터 자국과 그보다 더 심한 상처를 감추고 있는 검은 안대에도 불구하고, 휴스턴은 마치 자신이 원했던 모든 꿈들을 이룬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 달라스는 가끔 동생의 그런 만족스러움이 미치도록 부러울 때가 있었다. 특히…… 그 모든 꿈들이 바로 동생이 자신의 아내를 빼앗아감으로 인해 이루어진 뒤로는 더욱 그랬다.
「언제 또 그렇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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