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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진실

테레사 메디로우즈 지음현대문화센터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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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 518년, 웨일즈
그의 육체는 그녀에 대한 욕망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불구대천지 원수를 상대해 얻어낸 승리보다 더 뜨겁고 더 밝은 욕망의 열기가 그를 불사르고 있었다. 투구에는 여전히 적갈색 핏물이 흩뿌려져 있었고, 전투로 인한 만족감과 적을 학살하던 감촉이 아직도 몸 안을 가득 메우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두 다리 사이에서 박자감 있게 요동치는 군마의 움직임을 따라 그의 허리 또한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그가 타고 있는 이 짐승이, 그를 그녀의 품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리아논!’
사악하면서도 달콤하고, 교활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리고 조롱하는 듯하면서도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여인!
그녀를 처음 발견한 곳은 지금 그가 말을 달리고 있는 이곳과 사뭇 분위기가 비슷한, 오래된 숲 속이었다. 그건 너무나 이상한…… 이상한 일이었다. 황금 실타래를 늘어뜨린 듯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은 그를 유혹하고 조롱하고 장난을 치면서, 마음에 찰 때까지 그를 몰아붙였다. 마침내 그가 넘어져 무릎을 꿇고 암울한 절망감에 얼굴을 두 손에 묻었을 때, 그녀는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아주 부드럽게 그의 머리카락 속에 두 손을 집어넣고 자신의 벌거벗은 가슴으로 그의 수염 난 얼굴을 가볍게 누르며,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어떻게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을, 그리고 자신의 고귀한 영혼을 그렇게 꿰뚫고 있는지 그는 감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던 온갖 소리들은 그녀의 부드러운 유혹의 손길 아래 모두 사라져버렸고, 그는 그 엄격했던 자제력을 완전히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숲을 내리치는 번개와도 같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만을 되풀이해서 불렀다.
‘리아논!’
그는 종마의 헐떡이는 숨소리와 벌렁거리는 콧구멍 그리고 핏물이 섞여 흘러내리는 땀방울들을 무시한 채, 박차를 가해 한층 더 속력을 내었다. 지금 그는 자신과 종마 모두를 한계 이상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그에게는 왕국이 멸망한다고 해도 리아논의 입술을 맛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침엽수들이 늘어서 있는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자, 이엉으로 지붕을 이은 작은 오두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그와 그의 신비스러운 숙녀는 장난꾸러기 어린아이들처럼 벌거벗은 채 밤새 서로에게 장난을 쳤고,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마치 성적인 마법이라도 걸린 듯 갖가지 방법으로 서로를 탐닉했다. 그러다 지쳐 서로의 품에 안겨 누워 있는 때조차도 상대방에 대한 탐욕은 메마르지 않는 것만 같았다.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황금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의 갈망은 더욱 거세어져갔다. 아마도 부하들은 그의 음울한 외모 위에 떠오른, 즐거움이 가득한 미소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으리라. 하지만 나무들이 길을 비켜주면서 아래쪽 분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의 미소는 점차 사라져갔다.
리아논은 지금 다른 남자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리아논! 그녀의 머리는 뒤로 젖혀져 있었고, 수정으로 만들어진 종소리와 같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방을 떠돌고 있었다. 마음속에 있던 순수한 환상들이 순식간에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풀밭 위에 널브러져 있는 벌거벗은 하얀 다리들과 부정한 쾌락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을 보았다. 리아논은 지금 낯선 사람 위에 올라앉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매력에 홀려 넋이 나간 어떤 놈팡이의 씨앗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런 주저함도 그리고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광기를 되새겨볼 여유도 없이, 그는 칼집에서 칼을 뽑아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핏발이 선 두 눈으로 그는, 그 낯선 남자의 눈 속에 담긴 충격을 보았고, 황금빛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여인의 핏기 가신 얼굴 속에서 창백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남자는 그녀를 자신의 등뒤로 숨기려 했지만, 여인은 초인적인 힘으로 저항하며 그의 앞으로 달려나와 자비를 구하듯 두 팔을 내밀었다.
분노와 배신감에 그는 무시무시한 신음을 내지르면서, 자신을 배신한 여인의 심장을 향해 검을 질러 넣었다. 그녀와 그녀의 연인은 단 한번의 억센 일격에 의해 꿰뚫리고 말았다. 그녀의 하얀 가슴 위로 피가 솟아 나면서 두 사람은 마치 한몸처럼 풀 위로 쓰러졌다.
그는 뒷걸음질치는 말의 등에 멍하니 앉아 분지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심장을 욱죄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그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슬픔으로 인한 경련을 삼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말에서 내려 그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괴한 침묵 속에서 그의 발자국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갈비뼈 사이의 움푹한 곳에 검이 꽂힌 채 한 남자가 풀밭에 누워 있었다. 아니…… 남자가 아니라…… 소년이었다. 수염이 나지 않은 턱 근처에는 아직 젖살이 남아 있었고, 멋들어진 금발머리카락이 이제는 핏기가 사라져버린 창백한 얼굴 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의 등뒤에서 경멸감이 가득 담긴 독기 어린 쇳소리가 들려왔다.
「내 동생을! 이 믿음이라곤 하나도 없는 멍청이…… 인간인 내 동생을…….」
그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리아논은 눈부신 하얀 옷자락을 움켜쥔 채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녀의 가슴 위에는 죽음의 흔적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인간이라고?」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그래, 난 요정이야. 그리고 당신…… 당신은 빌어먹을 살인자지.」
갑자기 따스한 돌풍이 속삭이듯 분지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를 만질 수만 있다면, 부서질 듯한 저 금발을 어루만질 수만 있다면, 저 비단결 같은 목덜미에 입술을 묻을 수만 있다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텐데……. 그는 손을 뻗어 그녀에게 소리 없이 간청했다.
「다가오지 마!」
그녀의 통렬한 비난에 그는 공포심으로 가득한 고함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바람은 이제 힘을 모아, 마치 채찍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들을 휘감아 올리고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나 무시무시한, 이제는 더 이상의 자비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여인의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육체는 그녀에 대한 욕망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불구대천지 원수를 상대해 얻어낸 승리보다 더 뜨겁고 더 밝은 욕망의 열기가 그를 불사르고 있었다. 투구에는 여전히 적갈색 핏물이 흩뿌려져 있었고, 전투로 인한 만족감과 적을 학살하던 감촉이 아직도 몸 안을 가득 메우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두 다리 사이에서 박자감 있게 요동치는 군마의 움직임을 따라 그의 허리 또한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그가 타고 있는 이 짐승이, 그를 그녀의 품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리아논!’
사악하면서도 달콤하고, 교활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리고 조롱하는 듯하면서도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여인!
그녀를 처음 발견한 곳은 지금 그가 말을 달리고 있는 이곳과 사뭇 분위기가 비슷한, 오래된 숲 속이었다. 그건 너무나 이상한…… 이상한 일이었다. 황금 실타래를 늘어뜨린 듯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은 그를 유혹하고 조롱하고 장난을 치면서, 마음에 찰 때까지 그를 몰아붙였다. 마침내 그가 넘어져 무릎을 꿇고 암울한 절망감에 얼굴을 두 손에 묻었을 때, 그녀는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아주 부드럽게 그의 머리카락 속에 두 손을 집어넣고 자신의 벌거벗은 가슴으로 그의 수염 난 얼굴을 가볍게 누르며,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어떻게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을, 그리고 자신의 고귀한 영혼을 그렇게 꿰뚫고 있는지 그는 감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던 온갖 소리들은 그녀의 부드러운 유혹의 손길 아래 모두 사라져버렸고, 그는 그 엄격했던 자제력을 완전히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숲을 내리치는 번개와도 같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만을 되풀이해서 불렀다.
‘리아논!’
그는 종마의 헐떡이는 숨소리와 벌렁거리는 콧구멍 그리고 핏물이 섞여 흘러내리는 땀방울들을 무시한 채, 박차를 가해 한층 더 속력을 내었다. 지금 그는 자신과 종마 모두를 한계 이상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그에게는 왕국이 멸망한다고 해도 리아논의 입술을 맛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침엽수들이 늘어서 있는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자, 이엉으로 지붕을 이은 작은 오두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그와 그의 신비스러운 숙녀는 장난꾸러기 어린아이들처럼 벌거벗은 채 밤새 서로에게 장난을 쳤고,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마치 성적인 마법이라도 걸린 듯 갖가지 방법으로 서로를 탐닉했다. 그러다 지쳐 서로의 품에 안겨 누워 있는 때조차도 상대방에 대한 탐욕은 메마르지 않는 것만 같았다.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황금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의 갈망은 더욱 거세어져갔다. 아마도 부하들은 그의 음울한 외모 위에 떠오른, 즐거움이 가득한 미소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으리라. 하지만 나무들이 길을 비켜주면서 아래쪽 분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의 미소는 점차 사라져갔다.
리아논은 지금 다른 남자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리아논! 그녀의 머리는 뒤로 젖혀져 있었고, 수정으로 만들어진 종소리와 같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방을 떠돌고 있었다. 마음속에 있던 순수한 환상들이 순식간에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풀밭 위에 널브러져 있는 벌거벗은 하얀 다리들과 부정한 쾌락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을 보았다. 리아논은 지금 낯선 사람 위에 올라앉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매력에 홀려 넋이 나간 어떤 놈팡이의 씨앗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런 주저함도 그리고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광기를 되새겨볼 여유도 없이, 그는 칼집에서 칼을 뽑아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핏발이 선 두 눈으로 그는, 그 낯선 남자의 눈 속에 담긴 충격을 보았고, 황금빛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여인의 핏기 가신 얼굴 속에서 창백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남자는 그녀를 자신의 등뒤로 숨기려 했지만, 여인은 초인적인 힘으로 저항하며 그의 앞으로 달려나와 자비를 구하듯 두 팔을 내밀었다.
분노와 배신감에 그는 무시무시한 신음을 내지르면서, 자신을 배신한 여인의 심장을 향해 검을 질러 넣었다. 그녀와 그녀의 연인은 단 한번의 억센 일격에 의해 꿰뚫리고 말았다. 그녀의 하얀 가슴 위로 피가 솟아 나면서 두 사람은 마치 한몸처럼 풀 위로 쓰러졌다.
그는 뒷걸음질치는 말의 등에 멍하니 앉아 분지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심장을 욱죄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그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슬픔으로 인한 경련을 삼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말에서 내려 그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괴한 침묵 속에서 그의 발자국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갈비뼈 사이의 움푹한 곳에 검이 꽂힌 채 한 남자가 풀밭에 누워 있었다. 아니…… 남자가 아니라…… 소년이었다. 수염이 나지 않은 턱 근처에는 아직 젖살이 남아 있었고, 멋들어진 금발머리카락이 이제는 핏기가 사라져버린 창백한 얼굴 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의 등뒤에서 경멸감이 가득 담긴 독기 어린 쇳소리가 들려왔다.
「내 동생을! 이 믿음이라곤 하나도 없는 멍청이…… 인간인 내 동생을…….」
그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리아논은 눈부신 하얀 옷자락을 움켜쥔 채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녀의 가슴 위에는 죽음의 흔적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인간이라고?」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그래, 난 요정이야. 그리고 당신…… 당신은 빌어먹을 살인자지.」
갑자기 따스한 돌풍이 속삭이듯 분지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를 만질 수만 있다면, 부서질 듯한 저 금발을 어루만질 수만 있다면, 저 비단결 같은 목덜미에 입술을 묻을 수만 있다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텐데……. 그는 손을 뻗어 그녀에게 소리 없이 간청했다.
「다가오지 마!」
그녀의 통렬한 비난에 그는 공포심으로 가득한 고함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바람은 이제 힘을 모아, 마치 채찍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들을 휘감아 올리고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나 무시무시한, 이제는 더 이상의 자비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여인의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