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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기나긴 기다림은 비가 되어

코니 브록웨이 지음현대문화센터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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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이집트의 광대한 사막 위로 밤하늘이 끝없는 공허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곳은 메마른 사막. 지도에 그려져 있지 않은 사막의 외양은 그 안에 숨어들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편리한 은신처를 제공했다.
모래 언덕 밑에 음침하게 웅크리고 있는 노예 상인들의 야영지에는 그런 도망자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자그마한 야영지였다. 일렬로 늘어선 낙타, 모닥불 주위에 세운 텐트 여섯 채, 불빛이 미치는 곳에 쌓아 둔 뚜껑 없는 나무 상자 스무 개.
수십 명의 사내들이 이 나무 상자들의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명백히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암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려고 멀리 떨어진 시내에서 사막으로 찾아 든 사람들이었다. 상인들은 아랍 출신으로 비교적 이집트에 뒤늦게 발을 들인 편이었다. 고대 문명이 싹튼 이 땅에서 1,400년은 상대적으로 긴 세월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밤인데도 베일을 둘러쓰고 있는 상인들은 고대 이집트인의 진정한 후손, 콥트인의 혈통을 이어받은 투아레그 족이었다. 그리고 불빛이 채 미치지 못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진기하고 귀중한 상품들 중에서도 가장 희귀하고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금발의 영국 처녀.
노예.
자존심이 강한 가냘픈 처녀는 혐오감을 숨기려 하지 않고 납치범들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나흘 전 카이로 시장에서 처음 붙잡혔을 때만 해도 두려움에 날카로운 지성이 마비되었고 어느 잔인한 사막의 족장 노리개가 되리라는 확신이 불러온 공포에 용기를 잃었었다.
나흘이 지났건만 자신을 구하러 온 사막의 왕자 같은 건 없었다. 사실 곁에 다가오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처녀는 납치범들이 억지로 먹인 약의 효능으로 무감각해진 공포가 어느새 다른 감정으로…… 변했음을 깨달았다…….
권태?
데스데모나 칼라일은 페르시아 융단 더미에 축 늘어져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자신의 처지에 비해 지나치게 오만한 말처럼 느껴졌지만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구겨진 차도르 밑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는 몸을 긁었다. 납치범들은 절대 차도르를 벗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초조? 그래!
용감하고 기개가 있는 처녀는 운명과 맞설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처녀는 심통이 사나워 보이는 소년, 라비가 심심하면 들라고 권하는 젖빛 음료를 한 모금 더 마셔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나쁘지만은 않은 음료였다.
사실 지루하고 초조하게 앉아서 일기의 도입부를 상상하고 이 음료를 음미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을 때우라고 라비가 준 모조 파피루스 고문서는, 뭐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흥미진진해서 이 자리에서 살펴보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혼자 있을 때 읽기 적당한 문서였다.
야영지 주변에 쌓여 있는 나무 상자 안에도 분명 흥미로운 물건들이 있을 터였다. 번쩍거리는 금속, 채색한 돌, 조각을 언뜻 보았다. 하지만 나무 상자에 과감하게 접근하려고만 하면 감시자들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리고 도망치려고 하면 도로 붙잡았다. 점점 더 우악스럽게. 점잖게 말을 걸면 아무 말 없이 경멸 섞인 눈초리로 자신을 쏘아보았다.
저들이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뻔했다. 경매장에서 자신을 더 비싼 값으로 팔아넘기기 위해 자신의 순결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데스데모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더듬더듬 주석 컵을 찾았다.
그녀는 컵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라비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눈길을 의식하기가 무섭게 라비는 고개를 돌리고 죽음의 신 아누비스처럼 슬그머니 사라졌다. 영리한 녀석.
그녀를 납치한 건 라비였다. 시장에서 진품으로 보이는 근사한 항아리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흉측한 천으로 재갈을 물렸고, 머리 역시 끔찍한 자루에 밀어 넣어지는가 싶더니 뼈만 앙상한 어깨에 들쳐 메어졌다. 그러고는 뭔가에 털썩 내던져졌는데 냄새와 울퉁불퉁한 촉감으로 보아 낙타의 등이 분명했다.
하루 종일 낙타의 등 위에서 흔들리면서 묵직한 자루 속에서 땀을 흘렸다. 야영지에 도착하자 라비는 바닥에 털썩 자루를 내려놓고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그러고는 자루를 확 열어 젖혔다. 그 바람에 데스데모나가 머리에 달고 있던 장식이 떨어져 버렸다.
데스데모나는 당황되고 겁이 나는데다 낙타 등 위에서 종일 시달려 속이 메슥거렸다. 눈이 부셔서 얼굴을 찡그리며 어렴풋이 보이는 얼굴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아랍어로 ‘우와’에 해당하는 듯한 감탄사를 입 밖에 냈다. 남자들은 후닥닥 얼굴에 두른 부르코 눈 아래 부분을 가리기 위해 쓰는 베일로 베두인 족이 많이 사용.
를 벗었다.
이내 그들은 라비를 한쪽으로 데려가 심하게 구타했다. 라비가 자신을 두고 남성으로서의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했기 때문인 듯했다. 그 생각을 하니 입술이 뒤틀렸다. 열다섯 살짜리 남자애는 그래 봐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주석 컵을 입술에 댔지만 입 안으로 아무것도 흘러 들어오지 않았다. 망할! 비어 있었다.
“야, 라비! 뭔지 한 잔 더 주던가!”
데스데모나가 소리를 질렀다.
일순 마법에 걸린 듯이 대화가 동시에 끊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특히 도회지의 상인들이 몸을 돌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랍인들은 베일을 쓴 납치범들과 데스데모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납치범들은 못마땅한 듯이 그녀를 쏘아보았다.
“왜? 미안하지만 그쪽에선 날 사려고 안 할걸. 돈이 없어서 그 모조 파이앙스 도자기도 못 사. 저 안에 족장은 없다니까. 나랑 내기할래?”
이집트의 광대한 사막 위로 밤하늘이 끝없는 공허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곳은 메마른 사막. 지도에 그려져 있지 않은 사막의 외양은 그 안에 숨어들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편리한 은신처를 제공했다.
모래 언덕 밑에 음침하게 웅크리고 있는 노예 상인들의 야영지에는 그런 도망자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자그마한 야영지였다. 일렬로 늘어선 낙타, 모닥불 주위에 세운 텐트 여섯 채, 불빛이 미치는 곳에 쌓아 둔 뚜껑 없는 나무 상자 스무 개.
수십 명의 사내들이 이 나무 상자들의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명백히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암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려고 멀리 떨어진 시내에서 사막으로 찾아 든 사람들이었다. 상인들은 아랍 출신으로 비교적 이집트에 뒤늦게 발을 들인 편이었다. 고대 문명이 싹튼 이 땅에서 1,400년은 상대적으로 긴 세월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밤인데도 베일을 둘러쓰고 있는 상인들은 고대 이집트인의 진정한 후손, 콥트인의 혈통을 이어받은 투아레그 족이었다. 그리고 불빛이 채 미치지 못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진기하고 귀중한 상품들 중에서도 가장 희귀하고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 금발의 영국 처녀.
노예.
자존심이 강한 가냘픈 처녀는 혐오감을 숨기려 하지 않고 납치범들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나흘 전 카이로 시장에서 처음 붙잡혔을 때만 해도 두려움에 날카로운 지성이 마비되었고 어느 잔인한 사막의 족장 노리개가 되리라는 확신이 불러온 공포에 용기를 잃었었다.
나흘이 지났건만 자신을 구하러 온 사막의 왕자 같은 건 없었다. 사실 곁에 다가오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처녀는 납치범들이 억지로 먹인 약의 효능으로 무감각해진 공포가 어느새 다른 감정으로…… 변했음을 깨달았다…….
권태?
데스데모나 칼라일은 페르시아 융단 더미에 축 늘어져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자신의 처지에 비해 지나치게 오만한 말처럼 느껴졌지만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구겨진 차도르 밑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는 몸을 긁었다. 납치범들은 절대 차도르를 벗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초조? 그래!
용감하고 기개가 있는 처녀는 운명과 맞설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처녀는 심통이 사나워 보이는 소년, 라비가 심심하면 들라고 권하는 젖빛 음료를 한 모금 더 마셔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나쁘지만은 않은 음료였다.
사실 지루하고 초조하게 앉아서 일기의 도입부를 상상하고 이 음료를 음미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을 때우라고 라비가 준 모조 파피루스 고문서는, 뭐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흥미진진해서 이 자리에서 살펴보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혼자 있을 때 읽기 적당한 문서였다.
야영지 주변에 쌓여 있는 나무 상자 안에도 분명 흥미로운 물건들이 있을 터였다. 번쩍거리는 금속, 채색한 돌, 조각을 언뜻 보았다. 하지만 나무 상자에 과감하게 접근하려고만 하면 감시자들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리고 도망치려고 하면 도로 붙잡았다. 점점 더 우악스럽게. 점잖게 말을 걸면 아무 말 없이 경멸 섞인 눈초리로 자신을 쏘아보았다.
저들이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뻔했다. 경매장에서 자신을 더 비싼 값으로 팔아넘기기 위해 자신의 순결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데스데모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더듬더듬 주석 컵을 찾았다.
그녀는 컵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라비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눈길을 의식하기가 무섭게 라비는 고개를 돌리고 죽음의 신 아누비스처럼 슬그머니 사라졌다. 영리한 녀석.
그녀를 납치한 건 라비였다. 시장에서 진품으로 보이는 근사한 항아리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흉측한 천으로 재갈을 물렸고, 머리 역시 끔찍한 자루에 밀어 넣어지는가 싶더니 뼈만 앙상한 어깨에 들쳐 메어졌다. 그러고는 뭔가에 털썩 내던져졌는데 냄새와 울퉁불퉁한 촉감으로 보아 낙타의 등이 분명했다.
하루 종일 낙타의 등 위에서 흔들리면서 묵직한 자루 속에서 땀을 흘렸다. 야영지에 도착하자 라비는 바닥에 털썩 자루를 내려놓고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그러고는 자루를 확 열어 젖혔다. 그 바람에 데스데모나가 머리에 달고 있던 장식이 떨어져 버렸다.
데스데모나는 당황되고 겁이 나는데다 낙타 등 위에서 종일 시달려 속이 메슥거렸다. 눈이 부셔서 얼굴을 찡그리며 어렴풋이 보이는 얼굴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아랍어로 ‘우와’에 해당하는 듯한 감탄사를 입 밖에 냈다. 남자들은 후닥닥 얼굴에 두른 부르코 눈 아래 부분을 가리기 위해 쓰는 베일로 베두인 족이 많이 사용.
를 벗었다.
이내 그들은 라비를 한쪽으로 데려가 심하게 구타했다. 라비가 자신을 두고 남성으로서의 소유권을 주장하려고 했기 때문인 듯했다. 그 생각을 하니 입술이 뒤틀렸다. 열다섯 살짜리 남자애는 그래 봐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주석 컵을 입술에 댔지만 입 안으로 아무것도 흘러 들어오지 않았다. 망할! 비어 있었다.
“야, 라비! 뭔지 한 잔 더 주던가!”
데스데모나가 소리를 질렀다.
일순 마법에 걸린 듯이 대화가 동시에 끊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특히 도회지의 상인들이 몸을 돌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랍인들은 베일을 쓴 납치범들과 데스데모나만 남기고 사라졌다. 납치범들은 못마땅한 듯이 그녀를 쏘아보았다.
“왜? 미안하지만 그쪽에선 날 사려고 안 할걸. 돈이 없어서 그 모조 파이앙스 도자기도 못 사. 저 안에 족장은 없다니까. 나랑 내기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