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우리, 일이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 만나는 겁니다. 불러줘요, 내 이름. 듣고 싶네요.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은비 씨 목소리가.”

‘이 남자는 심장에 안 좋아.’

수선집 아가씨 은비. 내가 아는 세상은 수선집이 전부였어요. 그 작은 공간에서 꺼내준 당신, 고마워요.

잘나가는 열혈검사 요한. 내가 꿈꾼 세상엔 성공만이 존재했어요. 내게 웃음을, 일상의 행복을 준 당신, 고마워요.

수줍은 은비와 열혈검사 요한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연애가 시작됩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났으면 해요.”

“은비 씨.”

“계속 욕심날 거 같아요. 당신을 보면 더 욕심이 나서, 나중엔 더 아플 거 같아요. 우린 어울리는…….”

“싫습니다. 왜 그래야 하죠? 왜 우리가 서로 욕심내면 안 됩니까?”

“요한 씨.”

“난 계속 당신을 만날 거고, 이젠 본격적으로 당신과 깊은 사랑을 할 겁니다.”

2. 작가 소개

태은

http://blog.naver.com/mio9099

한국로맨스소설작가협회 소속.

▣ 출간작

보기 드문 남자

불완전한 결혼

촉촉한 연애

탐닉의 온도

고소한 남자

매일 밤, 아슬해

▣ 출간 예정작

탐닉의 베테랑

3. 차례

#1

#2

#3

#4

#5

#6

4. 미리 보기

“다 씻었어요?”

“네.”

“머리는 왜 안 말렸어요?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귀찮아서. 금방 말라요.”

“그래도요.”

은비가 손을 뻗어 젖은 그의 머리칼을 털어주며 걱정을 드러냈다. 요한은 얌전한 강아지처럼 그녀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스르르 은비가 손을 거두려 하자, 그는 잽싸게 은비의 손을 잡고서 다시금 제 머리 위로 턱 하니 올려놓았다.

동글동글한 눈으로 요한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던 은비는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리게 되자 풋 웃으며 방금 전처럼 보드랍게 쓸어주었다.

“좋다. 누가 머리 만져주는 게 이렇게 좋은 느낌일 줄은 몰랐네요.”

가까이서 그의 깊은 눈동자가 오직 제게만 집중해 있는 것이 그녀의 얼굴을 붉히게 했다. 괜스레 부끄러움이 몰려와, 그녀는 시선을 그의 목으로 옮기고서 앙다문 입술을 달싹였다.

“어서 드라이해요. 시간이 늦어서 바로 자는 게 좋겠어요. 내일 출근도 하잖아요.”

“아, 내일은 왜 휴일이 아닌 걸까요? 크리스마스이브도 공휴일이었으면 좋겠네.”

아쉽기만 했다. 이대로 같이 잠이 들어 다음 날까지 쭉쭉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 요한은 제 머리를 쓸어주는 은비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흘깃 벽시계를 보니 삼 초를 남겨둔 12시. 그는 초바늘이 12에 닿자, 방긋 웃었다.

은비는 요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요한은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 안에서 목걸이를 꺼내어 고리를 풀었고 이내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어…….”

“이브 때 데이트하고 데려다주는 길에 전해주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지금 꼭 걸어주면서 은비 씨한테 해야 할 말이 있어서요.”

“할 말이요?”

두근두근. 설레는 눈 맞춤과, 매끄러운 그의 입술로 제게 전해질 말이 그녀는 떨림과 기대감으로 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 연애해요. 제대로 된 연애. 사랑만 하고 싶어요, 당신이랑.”

연애의 시작. 사랑의 시작. 12시 땡 하자마자 감격스러운 고백에 크리스마스이브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따뜻하고도 진솔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제 심장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고, 제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작은 손으로 만져보았다.

“고마워요. 목걸이도, 요한 씨 마음도. 생애 가장 황홀한 고백 선물을 받아봐서 가슴이 벅차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터지면 안 되는데. 이젠 당신 심장도 내 것이거든요.”

“……요한 씨 점점 느끼해져요. 적응 안 돼요.”

“큭. 되도록 적응하려고 노력해봐요. 난 하고 싶은 말은 속에 썩혀두고 싶지 않거든요.”

팔뚝을 쓰다듬으며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가 귀여운지, 요한이 킥킥대며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제 그만 자러 가요. 추운 곳에서 너무 떨어서 은비 씨 얼른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자야겠다.”

“네? 아……. 저는 그냥 소파에서……. 흐익! 요, 요한 씨!”

자러 가자는 말이 왜 이렇게나 부끄러운 것일까. 은비는 어수선한 동공만 굴렸다. 소파에서 잔다는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게 되었다. 절대로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차단해버리려는 듯 요한은 가뿐히 은비를 안아 들고서 저벅저벅 침실로 향했다.

“내려줘요. 창피해요.”

“내려줄게요. 침대에.”

“……!”

“큭. 안 잡아먹을 테니까, 걱정 말아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에겐 참으로 야하게 귓불을 스쳤다. 벌게진 얼굴을 차마 보일 자신이 없어 그의 목을 꽉 끌어안은 채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부끄러워. 난 몰라…….’

‘아, 귀여워. 미치게 하네, 이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