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선 위험한 향기가 났다. 강인하고 가무잡잡한 그 사내는 웃음기 없는 모습으로 호텔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절제된 힘을 풍기던 근육질의 육체가, 막상 걷기 시작하자 맹수처럼 날렵하고 우아했다.
윌로우 모런은 덴버 퀸 호텔 로비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그를 지켜봤다.
‘아, 설마 저 남자가 캘랩 블랙은 아니겠지? 산타클로스처럼 사람 좋은 에드워드 씨가 나를 오빠에게 안내하도록 주선해준 그 길잡이일 리 없어.’
윌로우의 당황스런 속마음은 꿀 같은 갈색 눈동자나 곧은 자세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심장이 미칠 듯 두근거렸지만, 겉으로는 움찔거리거나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남북전쟁을 치르면서 값진 교훈을 배웠기 때문이다. 일단 여자가 달아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면 속주머니에 숨겨놓은 2연발 데린저식 권총과 자신만을 믿고 가능한 한 모든 위엄을 지켜야 한다는 철칙이었다.
지금도 치마 안주머니에 얌전히 모셔놓은 차가운 강철의 감촉이 예전처럼 일말의 안도감을 줬다. 그녀는 주머니 위로 가만히 권총을 쥔 채 점점 다가오는 그 가무잡잡한 사내를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봐도 사내는 신뢰감을 주기에 역부족이었다. 검정색 모자의 넓은 챙 그림자 속에서 위스키색 눈동자가 세상을 관조하듯 차가운 지성을 빛내며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신이 모런 부인이오?”
그의 목소리는 수염 자국이 덥수룩한 얼굴과 탄탄한 근육만큼이나 강렬한 남성미를 풍겼다. 그렇다고 거칠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두운 밤을 뚫고 먼 바다를 향해 흐르는 강물처럼 깊고 힘찬 동시에 매끄러웠다. 우수에 잠긴 목소리와 황갈색 눈, 절제된 몸놀림 뒤로 꿈틀거리는 힘과 권위는 연령과 국적을 초월하여 모든 여성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그는 진짜 사내였다.
“예, 제가 모런 양……, 아니, 모런 부인이에요.”
윌로우는 익숙하지 않은 거짓말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윌로우 모런이 맞긴 맞지만, 부인은 아니었다.
“저……, 블랙 씨가 저를 데려오라고 당신을 보내셨나요?”
윌로우의 목소리가 숨넘어갈 듯 허스키하게 울러 퍼졌다. 하지만 그녀로선 어쩔 수 없었다. 사내의 강렬한 남성미가 던진 충격의 파장이 온몸을 휩쓸고 있었기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내가 바로 그 캘랩 블랙이오.”
윌로우는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 몰라뵈서 죄송해요. 에드워드 씨 설명만 듣고 당신이 좀더 나이 지긋한 신사분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에드워드 씨는 어디 계세요?”
캘랩 블랙은 그녀가 은근하게 강조한 ‘신사’라는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 아주 관대한 사람들만이 미소라고 부를 만한 곡선이 슬며시 그의 입가에 어렸다.
“모런 부인, 이 동네에선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 게 ‘신사’요. 하지만 당신 같은 양가집 남부 ‘숙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걸 이해하지 못할 거요. 버지니아는 우아한 매너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귀족 동네로 소문이 자자하니까 말이오.”
그 말과 함께 캘랩은 그녀의 어깨를 넘겨다보며 맞은편 로비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에드워드와 소렌슨 부인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소.”
윌로우의 피부에 발그레한 홍조가 퍼져 나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무례를 저질렀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캘랩의 의도적인 모욕에 화가 났다. 애당초 혀를 부주의하게 놀려 그를 깎아 내릴 마음은 전혀 없었다. 황폐해진 웨스트버지니아의 목장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라비아 말 다섯 필은 튼튼해졌지만, 그녀의 머리는 녹이 슨 모양이었다.
윌로우가 본의 아닌 말실수로 쩔쩔매는 동안, 캘랩은 위스키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캘랩의 시선이,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윌로우의 드레스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다. 지금 윌로우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모런 가문의 농장이 전쟁의 포화에 잿더미가 되기 전인 1862년에 재단한 옷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육체가 절정에 오른 탓에 청회색 실크천이 가슴 부근에서 팽팽하게 당겨지고 허리가 꽉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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